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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 그립 잡는다…현역의원 전진 배치한 李대통령

매일경제 오수현 기자(so2218@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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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 그립 잡는다…현역의원 전진 배치한 李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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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정부 내각 12명 인선 배경

전문성 갖춘 현역 5명 발탁
LG·네이버 경험많은 기업인
AI 첨단산업 정책수장 맡겨

기계적 안배 아닌 ‘실용모드’
교수 출신 인사 한명도 없어


강훈식 비서실장이 2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장관 후보자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강훈식 비서실장이 2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장관 후보자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3일 발표된 이재명 정부 조각 인선을 두고 기계적 안배보다는 능력 위주로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대통령들은 관료·교수 출신을 장관으로 발탁하면서 여권 실세들이 포진한 대통령실이 국정을 주도하고 내각은 뒷받침하는 모양새를 갖추는 경우가 적잖았는데, 이 대통령은 현장 경험이 풍부한 기업인들을 전진 배치하고 전문성을 인정받는 현역 의원들을 적극 발탁하면서 내각 중심의 국정 운영을 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발표한 이재명 정부 조각 인선에는 현역 의원이 대거 발탁됐다. 이날 임명된 장관급 인사 12명 중 현역 의원이 무려 5명에 달했다. 전 의원인 권오을 보훈부 장관 후보자까지 합치면 정치인 출신이 절반을 차지했다.

대통령실은 23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장관급 내각 인선을 발표했다. 윗줄 왼쪽부터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아래줄 왼쪽부터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국무조정실장에 임명된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사진 = 대통령실]

대통령실은 23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장관급 내각 인선을 발표했다. 윗줄 왼쪽부터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아래줄 왼쪽부터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국무조정실장에 임명된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사진 = 대통령실]


특히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무현 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을 역임하며 개성공단 사업을 주도하고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단독 면담을 한 경험이 있다.

64년 만의 문민 국방장관으로 기록될 5선의 안규백 의원은 의정활동 기간 대부분을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군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현역 의원으로 꼽힌다. 환경부 장관에 지명된 김성환 의원도 청와대 비서실 정책조정비서관, 당 정책위 의장 및 원내정책수석을 지낸 정책통이다.

이를 두고 가급적 보은성 인사는 지양하고 관련 분야 경험을 바탕으로 강하게 그립을 쥐고 해당 부처 공무원을 지휘할 인사들을 내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인 출신 임명도 눈에 띈다.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정책을 담당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기업인 출신인 배경훈 LG AI연구원장과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이사를 지명했다. 앞서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에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센터장을 발탁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업 출신이 적극 들어오는 것은 민과 관의 벽을 허물고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려는 특단의 조치”라며 “대한민국 경제를 복합 위기에서 끊어내는 데 적합한 분이라면 민관 벽을 허물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분을 찾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5~10년 후 먹거리가 안 보이는 경제위기 상황이 이번 인사에 반영돼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인들을 공직 사회로 적극 수혈해 무사안일·규제중심 사고 등 관료주의를 타파하겠다는 이 대통령 의중이 이번 인사에서 드러났다는 해석도 나온다.


기업인 적극 발탁과 더불어 이번 조각 인선에 현직 교수 발탁이 전무하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일례로 전임 민주당 정권인 문재인 정부는 조각에 박상기 연세대 법학대학원 교수, 백운규 한양대 공대 교수, 박능후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 등 교수 출신이 다수 이름을 올린 것과 대비된다.

문재인 정부를 비롯해 역대 정부에선 교수 출신들을 장관 인사 때 적극 발탁해왔는데,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조직 운용 경험이 없는 약점 탓에 부처 장악에 실패하고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자리에서 물러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여권 관계자는 “경험이 풍부하고 실무에 능한 관료나 기업인들에 대한 이 대통령의 선호가 다시 한번 드러난 인선”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장관, 금융위원장 등 나머지 경제부처 장관 인선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들 자리는 첨단산업 육성, 확장적 재정, 자본시장 육성, 부동산가격 안정 등 이재명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을 수행할 요직이다.

특히 경제부총리를 겸해 경제부처를 통할하는 기재부 장관을 놓고선 이 대통령이 숙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잔뼈가 굵은 현역 의원과 기재부 예산 분야 정통 관료 등이 후보자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장관은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기재부에서 예산 부문을 떼어내는 대수술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경제부처 장관들에 대해 검증하고 있고 여러분의 의견도 듣고 있다”며 “머지않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발표된 12명의 장관 및 장관 후보자 중 여성은 3명으로 25%에 그쳤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도 (여성 발탁) 인선이 미비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내각에 많은 여성이 참여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했다.

출신 지역을 살펴보면 전북 출신이 3명으로 가장 많았고,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출신이 각 2명이었다. 서울·경기·충남·전남·강원 출신은 각 1명씩이었다.

출신 대학별로는 서울대·연세대·이화여대가 각각 2명이었고, 고려대·성균관대·숙명여대·동국대·광운대·동아대 출신이 1명씩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1차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1차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새 정부 들어 처음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미국의 이란 공격 등 국제정세와 관련해 비상 대응을 지시했다. 특히 물가 안정과 속도감 있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추경과 관련해서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한 조치가 시행될 예정”이라며 “정부안이 확정돼 국회로 넘어가는 단계이긴 하지만 혹시 필요하다면 중동 사태에 대비한 추가 대안도 만들어 국회와 적극적으로 협조해서 방안을 강구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물가 때문에 우리 서민들, 국민들의 고통이 크다”며 “유가 인상과 연동돼 물가 불안이 다시 시작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합당한 대책들을 충분히 강구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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