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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한 중동발 위기, 외교·안보라인 발표 앞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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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한 중동발 위기, 외교·안보라인 발표 앞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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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지명된 이재명 정부 내각 후보자들. 안규백(국방부), 정동영(통일부), 조현(외교부) 장관 후보자.

23일 지명된 이재명 정부 내각 후보자들. 안규백(국방부), 정동영(통일부), 조현(외교부) 장관 후보자.


23일 대통령실의 1차 조각 인사 발표는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졌다. 애초 장관 인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 이후에나 발표될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관측이었으나, 중동 정세 악화의 여파로 이재명 대통령의 나토 순방이 취소되면서 애초 출국 예정일이었던 이날로 앞당겨 발표된 것이다. 여기엔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가 하루 뒤인 24일 시작되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이 이날 내각 인선을 ‘깜짝 발표’한 데는 무엇보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점이 주요하게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애초 대통령실 안팎에선 이 대통령이 지난 16~17일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돌아온 직후 1차 조각 명단을 발표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G7 회의를 계기로 열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이 무산되면서 1차 내각 인선은 나토 정상회의 이후로 미뤄지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런데 미국이 이란 본토 공격까지 감행하는 등 국제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상황이 다시 변했다.



이 대통령은 유력하게 참석을 검토했던 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하기로 22일 오후 결정했고, 하루 뒤인 이날 외교·안보 라인을 중심으로 한 1차 조각을 단행했다. 외교·안보 라인의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급변하는 중동발 위기에 제때 대응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 청문회 일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처음 구상은 김민석 후보자의 내각 임명 제청권을 보장하는 모양새를 만들기 위해, 외교·안보 라인을 제외한 장관 인선은 김 후보자의 총리 임명 뒤로 미룰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22일 이 대통령과 첫 회동에 나온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송언석 원내대표가 이 대통령 면전에서 김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국민의힘 소속 인사청문위원들이 김 후보자의 재산 형성 의혹 등을 전방위적으로 파헤치며 여론전을 펴나가자 대통령실의 판단도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에서 김민석 후보자에 대한 낙마 공세에 쏠린 여론의 시선을 분산시킬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이에 따라 이날 장관 후보자 지명은 전임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돼 국무총리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임명 제청권 행사로 이뤄졌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총리 후보자만 먼저 발표하면서 야당의 공세가 김민석 후보자에게 집중된 측면이 있다. 무난히 방어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던 김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생각보다 거세자 청문회 하루 전으로 대규모 조각 명단 발표를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1차 조각 명단에서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 라인과 법무부, 행정안전부 등 주요 부처 장관 후보자가 빠진 점도 주목된다. 기재부는 예산과 정책 기능 분리, 법무부는 검찰청 폐지 후 공소청 전환 등 이재명 정부가 공을 들이는 정부조직 개편의 핵심 대상인 부처들이다. 장관 임명 뒤 소속 부처를 상대로 대수술을 집도해야 한다는 점에서 적임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을 공산도 커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후보자에 대한) 여러 가지 검증을 하고 있고, 여러 분들의 의견을 듣고 있는 만큼 머지않은 시간에 발표할 것”이라고만 했다.



엄지원 고경주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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