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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청년 특례 프로그램’과 ‘새출발기금’을 통해 채무부담 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 같은 혜택은 상환 능력이 없는 일부 취약계층에만 실질적으로 적용됐다. 힘겹게 꼬박꼬박 빚을 갚아온 다수의 자영업자나 청년층은 제외됐고 ‘누구는 탕감받고, 누구는 끝까지 갚아야 하는’ 구조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뒤따랐다.
이재명 정부는 채무조정 정책을 더 확장했다. 최근 정부는 7년 이상 장기 연체된 무담보 개인채권 약 16조4000억 원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산하 ‘배드뱅크’가 일괄 매입해 소각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최대 113만 명이 수혜 대상이다. 규모만 보면 파격적인 구제책이다. 하지만 이 정책도 일정한 전제를 깔고 있다. 재원 일부는 시중은행의 출연금으로 충당되며 구제의 명분 아래 민간 금융회사의 부담도 함께 요구되는 구조다.
문제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사람들, 무리한 투자 대신 월급을 모아 살아온 청년들은 이번 정책에서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착한 부채자’라는 이유로 혜택을 받지 못한 채 모든 책임을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다.
단 한 번의 ‘빚투’(빚내서 투자)도 하지 않았던 이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이자 감면이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이다. “코인 투자를 안 한 게 아니라, 무서워서 하지 않은 것이다”라는 말은 단순한 불평이 아니다. 이는 이번 정책이 ‘신용’이라는 사회적 약속을 얼마나 가볍게 해석하는지를 바라보는 이들이 던지는 본질적인 질문이다.
정책은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집중돼야 한다. 성실한 상환이 외면받고 무책임한 채무가 반복적으로 구제받는 반시장적 정책은 금융시스템을 망가트리는 일이다. 감당할 수 없는 빚(채무자)을 구제할 수는 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다음에도 갚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메시지로 읽히는 순간, 사회 전체의 신용 질서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결국 핵심은 ‘선의’가 아니라 ‘균형’이다.
[이투데이/정상원 기자 (jsw@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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