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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정세 급변 불안한 환율...금융지주, 분기말 CET1 방어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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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정세 급변 불안한 환율...금융지주, 분기말 CET1 방어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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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8.7원 오른 1384.3원
100원 오르면 CET1 최대 0.3%하락
주요 금융지주 지상근무체계 가동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자본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이어가자 CET1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어서다. 금융지주의 실적뿐 아니라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동력인 주주환원 확대 기조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는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비상근무체제를 유지 중이다.

특히 금융지주들이 주목하는 부문은 외환시장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18.7원 오른 1384.3원에 주간거래를 마감했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 우려가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은 13일에는 하루 만에 10.9원 급등해 1369.6원을 기록했고 19일에도 미국의 중동 개입 가능성만으로 10.8원 뛰며 1380.2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달 21일 1387.2원 이후 최고가다.

문제는 이 같은 환율 급등세가 지속될 경우 CET1 산출 기준인 '분기말'과 맞물리면서 자본비율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 가치가 증가하면서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CET1 비율도 하락하게 된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서 마감됐던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의 RWA는 전년 대비 54조 원 증가한 총 1209조7000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당시 RWA 증가에도 금융지주사들은 기업대출을 보수적으로 관리하고 충당부채를 줄이며 CET1 방어에는 성공했다.

금융지주사들의 CET1 관리를 위한 전사적인 대응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KB금융은 그룹 차원에서 CET1 13% 중반 유지와 RWA 증가율 통제를 목표로 정하고, KB국민은행은 신용위험 RWA 주 단위 산정을 위한 별도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RoRWA(위험가중자산이익률) 등 정교한 지표를 활용해 자산 효율성을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도 올해 CET1 목표를 13.1%로 설정하고 투자은행(IB) 부문의 셀다운 매각과 자산 유동화를 통해 자본비율을 방어 중이다. 하나금융은 질적 성장 중심의 포트폴리오 운용을 통해 CET1을 13%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유휴 부동산 매각 등 비핵심 자산 유동화를 통해 올해 12.5% 유지 및 2027년 13% 달성을 중장기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 이러한 선제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CET1 방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이 10원 오르면 CET1이 평균 0.01~0.03%포인트(p)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원·달러 환율이 100원 오를 경우 최대 0.3%p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의 초점은 환율 향방에 맞춰지고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연구원은 "이란의 보복 수위에 따라 좌우되겠지만 달러화는 안전자산 선호로 강세가 예상된다"며 "중동지역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상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투데이/문선영 기자 (mo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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