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 직접 AI 열공…'AI 주권' 확보 주력
정부 'AI 3대 강국' 기조와 맞닿아…AI전략 내재화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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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의 AI(인공지능) 전환이 빠르게 진행 중인 가운데 주요 금융지주 수장들이 AI 전략을 주도하고 나섰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금융권의 AI(인공지능) 전환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전략 수립부터 실무 교육까지 직접 나서며 'AI 대전환'을 이끌고 있다. 내부통제 시스템에도 AI 기술을 적극 접목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AI 3대 강국' 정책 기조에 호응하는 모습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최근 금융권 최초로 그룹 공동 AI 플랫폼인 'KB GenAI 포털'을 선보였다. KB GenAI 포털은 KB금융지주와 8개 계열사가 협업해 AI 에이전트를 개발할 수 있도록 구축된 생성형 AI 기술 활용 플랫폼이다. AI에 대한 외부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플랫폼을 통해 'AI 주권'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KB금융그룹 데이터 혁신 세미나에서 '고객 맞춤 금융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데이터' 구축을 주문했다. 양 회장은 "데이터는 단순한 수집 그 자체보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와 알고자 하는 바가 명확할 때 진정한 가치를 갖는다"며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KB금융은 3년 내 자산관리, 개인금융, 기업금융 등 그룹 주요 업무영역 전반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한금융도 그룹 차원의 AI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다음 달 열리는 하반기 경영포럼에서는 'AX 신한-이그니션, 신한의 미래'를 주제로, 각 계열사 경영진이 AI와 기존 업무의 접점을 발표할 예정이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그룹 임원들과 지난달 23일부터 6주간의 일정으로 AI 관련 교육을 받기도 했다. 진 회장은 "금융을 넘어 산업 전환을 선도하는 민간 부문의 책임 있는 역할을 주문하며 경영진의 AI 실전 역량 강화를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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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지난해 11월 개최한 신한금융그룹 고객 참여 아이디어공모전 'AI 아이디어톤' 최종 본선장에서 개회사를 전하고 있다. /신한금융 |
하나금융 역시 AI 내제화에 주력하고 있다. 지주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은 최근 직원용 AI 업무지원 플랫폼인 '지식챗봇'에 자체 개발 생성형 AI를 전면 적용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지난해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유일하게 CES를 찾아 디지털 금융과 AI에 큰 관심을 보였다. 현재 하나금융 융합기술원이 주도하는 생성형 AI 플랫폼 개발도 진행 중이며, 작년엔 '하나금융 AI 윤리강령'을 제정해 △포용과 공정성 △안전과 책임 △투명성 △데이터 관리 △프라이버시 보호 등 5대 원칙을 제시했다.
우리금융 역시 AI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기존의 금융테크부를 AX전략센터로 확대·개편해 AI 서비스·시스템을 총괄하는 AX(AI 중심의 인공지능 전환) 전략 컨트롤 타워를 마련할 계획이다. 핵심 그룹사인 우리은행에서는 AI플랫폼부 내에 에이전틱AI 전담 팀을 신설한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임원들과 챗GPT 활용법 실습 연수에 참여했다. 연수에서는 프롬프트 설계부터 업무 시뮬레이션까지 직접 실습이 이뤄졌으며, 임 회장은 "AI는 더 이상 특정 부서의 전유물이 아닌 전 임직원이 모두의 AI로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할 새로운 언어"라며 "이번 연수를 계기로 AI 대전환 추진에 더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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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그룹은 지난 18일 디지털 금융 리더십 강화를 위해 그룹 본사와 은행 연수원에서 '챗(Chat) GPT 활용 실습 연수'를 실시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직접 챗 GPT 업무 활용 실습을 하고 있다. /우리금융 |
이는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AI 3대 강국' 정책 기조와도 연결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실 조직 개편으로 AI미래기획수석 자리를 신설해 민간 전문가인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혁신센터장을 깜짝 발탁하도 했다. 이 대통령의 'AI 3대 강국 도약' 공약을 체계화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자리다. 이에 발맞춰 금융권의 기술 개발, 실전 역량 강화 등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기조와 맞물려 은행권 내부통제 역시 AI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한 AI 금융상담시스템을 영업점에 도입했고, 신한은행은 임직원의 이상 거래를 탐지하는 AI 기반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하나은행은 생성형 AI로 업무 내규·정책 관리뿐 아니라 해외 지사에서 글로벌 법령을 번역하는 시스템도 준비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이미 AI 기반 신용감리 시스템을 가동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AI 챗봇을 내부 제보 채널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미국 킴벌리클라크, 캐나다 법무부 등이 AI 챗봇을 활용해 제보 활성화 및 리스크 식별에 나선 사례가 소개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업에서 AI의 도입 및 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를 위해 실무자뿐만 아니라 경영진도 업무에 활용하기 위한 충분한 학습이 필요하며 회사에서는 각 그룹사의 특성에 맞춘 구체적인 활용방법을 지속 강구 중"이라며 "다만, AI가 가져올 혁신적인 전환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문제점은 없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한 대비가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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