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나선 대한항공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갑다. 대한항공이 제출한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통합 방안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퇴짜를 맞는가 하면, 좌석 ‘닭장’ 배열 논란마저 불거졌다. 대한항공 계열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 안팎에서는 자사 항공기를 타지 말라는 기장 발언을 시작으로 관리 부실 의혹을 담은 내부 고발이 쏟아진다. 사정이 이렇자 아시아나항공 인수(약 1조5000억원)에 사후 통합(PMI)까지 최소 2조원 이상 쏟아붓게 될 대한한공이 비용 회수에 몰두하느라 합병 후 소비자 후생이 훼손될 수 있단 우려 섞인 시선이 팽배하다.
재계 일각에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두 항공사 간 통합이 이재명정부 ‘공정경제’ 의지를 가늠할 첫 시험대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대한항공-아시아나 ‘빅딜’은 문재인정부 시절 단행됐지만, 통합에 따른 실질 효과와 소비자 편익 관리 의무는 이재명정부에 귀속된다. 공정위는 통합 대한항공이 탄생하는 내년 말까지 소비자 이익에 부합하는 통합안을 마련해 승인하겠단 목표다. 전문가들은 국적 항공사 간 통합으로 대한항공이 사실상 유일한 장거리 대형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가 돼 경쟁 환경 조성이 매우 어렵게 됐다고 지적한다. 여느 때보다 정부당국의 실효성 있는 제도적 개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재계 일각에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두 항공사 간 통합이 이재명정부 ‘공정경제’ 의지를 가늠할 첫 시험대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대한항공-아시아나 ‘빅딜’은 문재인정부 시절 단행됐지만, 통합에 따른 실질 효과와 소비자 편익 관리 의무는 이재명정부에 귀속된다. 공정위는 통합 대한항공이 탄생하는 내년 말까지 소비자 이익에 부합하는 통합안을 마련해 승인하겠단 목표다. 전문가들은 국적 항공사 간 통합으로 대한항공이 사실상 유일한 장거리 대형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가 돼 경쟁 환경 조성이 매우 어렵게 됐다고 지적한다. 여느 때보다 정부당국의 실효성 있는 제도적 개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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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발부터 ‘삐그덕’
마일리지·좌석배열 논란
통합 대한항공 출범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마일리지 통합안은 공정위로부터 퇴짜를 맞았고, 중·장거리 노선 비행기는 ‘닭장 배열’ 논란으로 소비자 원성이 쏟아진다. 계열 LCC 진에어 관리 부실 논란도 덮쳤다. 대형 FSC 2개사가 합쳐지는데, 자칫 LCC보다 못한 항공사가 될 것이란 불만이 속출한다.
가장 진통을 겪는 부분은 마일리지 통합이다. 마일리지는 크게 2가지다. 항공기 탑승 마일리지와 신용카드 이용 등으로 쌓은 제휴 마일리지다. 탑승 마일리지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정한 도시 간 비행 거리를 기준으로 적립된다. 항공사 간 적립 기준 차이가 적어 통합에 문제가 없다. 문제는 제휴 마일리지다. 대한항공은 신용카드 사용금액 1500원당 1마일, 아시아나항공은 1000원당 1마일을 적립해준다. 기존 대한항공 마일리지 보유자는 아시아나항공 제휴 마일리지가 더 유리한 구조라고 지적하며 통합 시 차등 비율 전환을 주장한다.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보유자는 1대1 전환을 바란다. 대한항공 소액 마일리지 사용처도 입길에 올랐다. 마일리지는 기한이 있다. 소비자는 항공권 구매 뒤 잔여 마일리지 등을 다른 방식으로 소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항공사는 마일리지로 물건을 살 수 있는 ‘마일리지몰’을 둔다.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보유자는 대한항공 마일리지몰이 부실하다고 성토한다.
대한항공 측은 고심 끝에 통합안을 공정위에 냈지만 바로 퇴짜를 맞았다. 공정위는 지난 6월 12일 마일리지 통합안을 제출받자마자 보완책을 요구했다. 공정위는 “마일리지 사용처가 기존 아시아나항공이 제공하던 것과 비교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마일리지 통합비율과 관련한 구체적인 설명 등에 있어 공정위가 심사를 개시하기에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심사 기준이자 공정위 요구 사항인 소비자 신뢰·권익 보호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단 지적이다.
대한항공은 기내 좌석 ‘닭장 배열’ 추진으로도 소비자 공분을 샀다. 항공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B777-300ER 기종 11대 이코노미 좌석을 3-4-3 배열로 개조하는 계획을 추진한다. 그동안 국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는 3-3-3 배열을 유지했다. 티웨이항공 등 LCC만 3-4-3 배열을 탑재했다. 통합 이후 유일한 국적 대형항공사마저 3-4-3 배열로 개조가 이뤄지면 승객들은 비좁은 좌석에서 국제선 장거리 비행을 해야 한다.
소비자 불만이 들불처럼 확산하자 대한항공은 궁색한 해명을 내놨다. 대한항공은 “신규 좌석 개조는 현재 다각도로 효용성을 검토 중이며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면서 “고객 편의 증대와 서비스 향상을 위해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도입이나 전체 좌석 개편을 종합적으로 준비 중”이라고 해명했다.
모기업이 속 시끄러운 사이 산하 LCC 진에어는 안전 관리 부실 의혹에 휩싸였다. 기장부터 정비사까지 내부 직원이 연달아 안전 관리가 미흡하다며 폭로 글을 올리고 있다. 지난 6월 10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자신을 진에어 소속 B737 기장이라고 밝힌 A씨는 ‘적어도 7·8월에는 진에어 타지 마세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A씨는 “성수기에 항공기 조종사가 부족해 7·8월에 운항이 중지될 수 있다”며 “연이은 퇴사로 기장, 부기장 수가 부족해 남은 인원이 무리한 비행 스케줄을 수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6월 17일에는 정비사라고 밝힌 B씨 폭로가 터졌다. B씨는 블라인드에 ‘진에어 정비 이대로는 위험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B씨는 “진에어 주재 정비사는 주로 혼자 근무하는데, 항공기 결함 발생 시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며 “진에어 취항 공항 중 일부 공항은 비행기 시간대가 겹쳐 들어온다. 혼자서 두 비행기를 중간중간 왔다갔다 하면서 점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항공기가 이상 없이 들어왔다면 정말 다행이지만 결함 발생 시 대처가 정말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의혹 제기에 진에어 측은 “운행과 국내 정비 모두 국토교통부 권고 사항과 법적 사항을 준수해 운항 승무원을 채용하고 운항한다. 안전 운항에는 이상 없다. 해외 점검과 정비 역시 법적 시간이 있고 이 규정대로 하고 있다. 주재 정비사 1명 외 현지 조업사에서도 정비사 1명 정도를 지원받는다. 정비 시간을 준수할 수 있도록 스케줄을 짜고 있다”고 강조했다.
벌써부터 지배력 남용 우려
인수·통합 비용 회수 골몰하나
통합 전 세간의 우려대로 대한항공이 잇단 논란에 휘말리자 일각에선 벌써부터 지배적 지위 남용을 우려하는 시선이 확산하고 있다. 사실상 독과점적 지배력을 확보한 대한항공이 소비자 권익을 비용 요인으로 간주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들끓는다.
통합 전후 양 사 간 지배력 변화를 되짚어보면, 대한항공 ‘일방통행’ 속내를 짐작할 수 있단 분석이다. 항공 업계에 따르면, 통합 대한항공은 ‘메가 캐리어(초대형항공사)’로 도약한다. 통합 항공사 보유 항공기 수는 대한항공 158대(여객기 135대·화물기 23대), 아시아나항공 80대(여객기 68대·화물 12대)로 총 238대다. 매출과 자산 규모도 크게 불어난다. 2023년 기준 두 회사 통합 매출은 21조1000억원(대한항공 14조6000억원·아시아나항공 6조5000억원), 통합 자산은 42조8000억원(대한항공 31조원·아시아나 11조8000억원)이다.
무엇보다 통합 대한항공은 국제선 중장거리 노선은 물론 LCC 노선까지 시장 지배력을 높일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통합 전 국제선 중장거리 점유율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각각 30~40% 수준이었으나, 통합 이후 단순 합산 기준 70~80% 수준 독과점 체제로 경쟁 환경이 급변한다.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 결과에 따르면, 미주 5개 노선에서 두 회사 합산 점유율은 80%에서 최대 100%까지 올라간다. 이는 국내 LCC 에어프레미아 진입 전 기준이지만, 한·미 노선을 공동 운영하는 대한항공·델타항공 조인트벤처와 아시아나항공 합산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LCC 역시 마찬가지다. 표면적으론 LCC 시장에 다수 항공사가 존재하지만, 지배구조·자원·슬롯 배분·노선 전략 측면에서 실질적인 경쟁 제한을 우려하는 시선이 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각각 계열 LCC로 진에어와 에어부산·에어서울 등을 두고 있다. 진에어는 대한항공 100% 자회사다. 아시아나 산하 LCC 에어부산과 에어서울도 통합 대한항공 계열사로 편입된다. 형식적으로는 제주항공, 티웨이, 에어프레미아 등 경쟁 항공사가 있지만, 유의미한 경쟁 환경이 유지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항공 업계는 판단한다. 통합 대한항공 계열 LCC를 제외한 나머지 LCC는 모기업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독립계 항공사로 운항권 규모 등 보유 자원에서 격차가 크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시장에서는 통합 대한항공 계열 LCC만으로 국내선 LCC 공급의 50% 이상 지배력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규제당국이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시장점유율 50%다.
앞서 공정위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등이 두 항공사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리며 일부 노선 슬롯을 타 항공사에 이관하라고 지시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대한항공은 4개 노선 슬롯을 티웨이항공에 이전했다.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에는 각각 항공기 5대, 4대를 대여하며 조종사와 정비사, 승무원도 다수 파견했다. 3년여 대여 기간이 끝난 뒤 LCC는 자체 항공기를 구입·도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독립계 LCC의 열악한 재무·지배구조 등에 비춰 이들이 대한항공과 대등한 경쟁을 펼치기는 힘들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최근 진에어를 둘러싼 부실 운영 논란이 잇따른 것도 통합 이후 수익성 극대화를 위한 비용 구조 재편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익명을 원한 항공 업종 애널리스트는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인수에 수조원 이상 비용을 투입했지만 운수권 확보와 기재 통합 등 추가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 대형 노선 통합만으로는 단기간 인수·통합 비용 회수가 어려워 저비용항공 부문에서 높은 회전율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진에어는 기존에도 정비·기자재 노후화·만성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안고 있었다. 통합 이후 비용 회수 과정에서 소비자 후생이 뒷걸음질칠 수 있단 우려가 팽배한 이유다.
특히, 항공 산업 특성상 후발 주자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자연스러운 경쟁 환경 조성이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항공 산업은 ▲높은 고정비에 따른 진입장벽 ▲슬롯과 운수권 희소성 ▲네트워크 효과 ▲브랜드 평판·마일리지에 따른 고객 록인(Lock-in) ▲정부 운수권 통제 등 이유로 후발 주자 진입이 매우 까다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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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대한항공의 출범을 앞두고 업계가 시끌시끌하다. 소비자 후생이 꺾일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사진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신규 CI 공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공항사진기자단 제공) |
항공권 가격 올릴까
소비자 선택 제한되면 비용전가 우려
지배력 남용 우려가 고개를 들자 일각에선 통합 이후 국제선 항공권 가격이 오를 것이란 의구심 섞인 시선을 던진다. 다만 현재로선 단기간 항공권 가격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기업결합 승인을 받은 만큼, 대한항공은 통합 이후 일정 수준 규제와 감시를 피할 수 없다. 공정위는 합병 조건으로 ▲운임 인상 제한 ▲좌석 공급 축소 금지 ▲외항사와 공정 경쟁 확보 등을 명시했다. 가령, 독점 노선에서 좌석 수를 인위적으로 줄이거나, 인기 노선 가격을 과도하게 올릴 경우 시정 명령이나 과징금 부과 등 조치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실질적인 가격 인상과 진배없는 ‘꼼수’를 부리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선 달리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항공권 가격을 올리지 않더라도 서비스 품질 개선 등의 이유로 가격 전가를 시도하거나, 기내 서비스를 줄이는 식으로 소비자 편익을 줄일 수 있단 관측이 꾸준하다. 종국에는 어떤 형태로든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란 게 다수 전문가 시각이다.
두 국적 항공사 간 결합은 소비자 후생을 외면한 결정이란 비판이 적지 않았던 지난 1999년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간 합병을 떠올리게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공정위는 현대차·기아 합병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이후 산업 경쟁력 강화 논리로 국내 자동차 시장 독과점 체제를 열어줬다는 비판이 지금까지 이어진다. 당시에도 합병 이후 지배력 남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규제당국은 브랜드 간 수평 결합이 활발했던 글로벌 자동차 산업 추세에 비춰 ▲플랫폼 통합 ▲부품 공용화 ▲생산비용 절감 등을 명분으로 합병을 승인했다.
단일 국적 항공사가 되면 노선을 정해 줬던 국토부 힘이 빠질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과거에도 몽골 노선을 수십년 독점하며 거리에 비해 폭리를 취한다는 인식이 짙었다”며 “합병 후 현대차·기아도 결국 가격을 올렸던 것처럼, 독과점이 되면 어떤 형태로든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외 항공사 통합 때도 유사 논란
사후 고강도 관리·감독 필수
항공 업계와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이 소비자 후생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으려면 정부가 해외 사례를 보고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는 대형 항공사 M&A가 이번이 처음이지만, 해외는 과거부터 항공사 간 M&A가 활발했다. 2004년 에어프랑스와 네덜란드 KLM, 2008년 미국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 2011년 미국 유나이티드항공과 콘티넨털항공 등 굵직한 합병 사례가 있다. 이때 나타났던 초기 소비자 불만은 현재 국내에서 제기되는 불만과 동일하다. 마일리지 통합 논란, 서비스 악화, 운임 증가 등이다.
마일리지 통합 논란은 대형 항공사 합병 때마다 따라붙는다. 사안별로 다르지만, 대부분 항공사는 1대1 비율로 전환했다. 미국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 기업결합 시 마일리지는 1대1 비율로 통합됐다. 미국 교통부는 현재 기업결합을 진행 중인 알래스카항공과 하와이안항공에 대해서도 마일리지 1대1 비율 전환을 요구한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역시 국제 선례와 국내 항공 산업 현실에 맞춰 현실적인 마일리지 통합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세주 국회입법조사처 국토해양
팀 입법조사관은 ‘통합 항공사 출범 이후 항공 산업 경쟁력 확보 및 소비자 보호 방안’ 보고서에서 “두 회사 간 마일리지 통합 비율은 국제 선례, 가격·서비스 격차, 마일리지 활용 기회의 확장 가능성, 항공 동맹 등 영향을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악화와 운임 증가를 막기 위해 통합 이후 당국의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라는 목소리도 높다. 수십 개가 난립하던 미국 항공 업계는 끊임없는 M&A를 거쳐 현재 ‘빅4(아메리칸·델타·사우스웨스트·유나이티드)’ 체제로 재편됐다. 상위 사업자 중심 시장 재편으로 빅4는 폭발적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정작 소비자는 큰 불편을 겪었다. 미국 항공 업계 서비스 품질은 급격히 하락했고 운임은 빠르게 올랐다. 미국 항공소비자보호국에 따르면, 미 항공사에 대한 불만이 외국 항공사에 대한 불만보다 2배 이상 많았다.
그나마 과점 구조로 제한적 경쟁 체제를 유지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통합 이후 대한항공 하나만 남게 된다. 사실상 독과점 체제로,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고 서비스·요금 경쟁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막으려면 당국의 면밀한 사후 감독, 조건 이행 여부 확인이 필수다.
구세주 조사관은 “경쟁당국은 항공당국과 긴밀하게 협업해 과도한 요금 인상이나 서비스 질 저하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업결합심사 시 부과한 제반 조치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숨 가쁜 통합 대한항공, 속 시끄러운 지배구조
경영권 방어 문제없다지만…칼 벼리는 호반
숨 가쁜 통합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대한항공이 속한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은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할 처지가 됐다. 입법권을 사실상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속도감 있게 재추진하고 있는 점도 껄끄럽다. 단기간 정면 충돌 가능성은 낮지만, 재계에선 한진칼 2대 주주 호반그룹과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불거질 수 있단 관측이 끊이지 않는다.경영권 방어 문제없다지만…칼 벼리는 호반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한항공 측은 미국 델타항공(14.9%)과 산업은행(10.58%) 등 우호 지분을 더해 약 46%를 확보했다. 우호 세력이 더 있어 2차 분쟁이 벌어져도 조원태 회장 측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진다. 백기사를 포함한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이 40% 중반을 넘는 만큼, 현재로선 호반 측이 표대결을 벌이더라도 승기를 잡을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많다. 다만, 시장에서는 조 회장 측 직접 보유 지분이 20% 초반에 불과하다는 점을 불안 요소로 지목한다. 현재 호반 측 한진칼 지분율은 약 18.5%로 조 회장 측과 격차가 1.5%포인트 안팎으로 좁혀졌다.
대외 변수가 조 회장 측에 다소 불리하게 돌아가는 점도 긴장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에는 소액주주 권한 강화를 위한 ▲이사의 충실 의무 범위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시 3% 룰 확대 등이 포함됐다. 특히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집중투표제 도입이 의무화된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에 따라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특정 이사 후보에게 의결권을 몰아줄 수 있어 대주주를 견제할 협상력을 키울 수 있다. 소수 주주가 바라는 이사를 이사회에 진출시킬 가능성을 높인다.
현재 한진칼은 정관에 따라 집중투표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상법 개정안 통과 땐 호반그룹이 지분율을 기반으로 이사 선임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호반이 특정 인물에게 표를 몰아줘 이사회에 대리인을 진입시킨다면 조 회장 경영권에 실질적인 제약을 가할 수 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에 따른 ‘3% 룰’ 확대도 조 회장에게 부담이다. 기존에는 감사위원 1명에만 적용됐던 규제가 개정안 통과 땐 2명으로 확대되며 최대주주·특수관계인 합산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지금까지는 조 회장과 조현민 사장, 이명희 고문 등 총수 일가가 각자 3%씩 나눠 우호 지분을 행사할 수 있었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런 방식은 무력화된다.
장기전으로 간다면 경영권 향배를 짐작할 수 없다는 시각도 많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합병이 마무리되면 산업은행이 보유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을 매각할 경우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형태로 공개 입찰 방식을 택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 경우 최고가를 써낸 원매자가 지분을 가져간다. 산업은행 지분 전량을 호반이 확보한다면 지분율은 30%에 육박한다. 이 경우 한진그룹은 사실상 2차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금력에서 호반그룹이 압도적 우위라는 점도 조 회장 입장에선 껄끄럽다. 호반그룹 보유 현금은 7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신자산운용과 유진자산운용이 사모펀드로 보유한 한진칼 지분 약 9% 만기도 오는 8월 말로 예정돼 있다. 이 지분 향방 역시 한진그룹 경영권 향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들 사모펀드 출자 기업은 대체로 조 회장과 사적 친분·사업상 협력 관계로 얽힌 곳으로 파악된다.
익명을 원한 항공 업종 애널리스트는 “독과점 지위를 확보한 국적 항공사 경영권이 눈앞에 있는데, 단순 투자를 목적으로 지분 매입에 나섰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아무도 없다. 호반 입장에선 비용 소모가 집중되는 통합 초반보단 안정기에 접어들 시점에 승부를 걸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배준희 기자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5 (2025.06.25~07.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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