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진짜 문제는 일자리 불안정
이대남 안티페미에도 정면 대응해야
성평등 얼버무리는 정치로 해결 못해
이대남 안티페미에도 정면 대응해야
성평등 얼버무리는 정치로 해결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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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자신을 국회에서 제명시키는 징계안이 제출된 것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제명을 청원한 동의자가 59만 명을 넘었다. 이 의원은 의미 없는 숫자라지만 그럴 리가. ‘이준석 정치’의 본질이 여성·장애인·중국인 등 약자 혐오임을 상기시킨 오명의 기록이다. 충격적인 언어 성폭력, 인용했을 뿐이라는 남 탓은 ‘이준석 스타일’의 전형이다. 개혁신당이 대선 정책토론회에서 과거 전장연 시위를 비난했던 전력을 다른 정당을 공격하는 무기로 휘두른 것을 보라. 개혁신당은 약자 혐오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유효한 전술이라는 계산이 있다. 이 의원을 제명한들 이 포퓰리즘 정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대선에서 확인된 37.2%, 25.8%의 2030 남성 표가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진짜 정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대남을 악마화하기보다 이해해야 하며 기성 정당들이 외면한 책임이 크다는 세간의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문제의 핵심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과 과도한 경쟁이라 생각한다. 정규직 전환 같은 해법은 시효가 지났다. 노동자 지위와 권리 자체가 모호한 플랫폼 노동의 시대다.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수도권-비수도권, 근로소득-자산소득 간 격차를 줄이는 어렵고 생색 안 나는 정치를 해야 한다. 지난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
거대 양당은 무관심하고 무능했다. 문재인 정부의 병사 월급 인상, 고용보험 적용 확대는 다른 이슈에 가렸고, 윤석열 전 대통령은 말로만 그친 ‘여성가족부 폐지’로 반짝 호응을 끌어냈다. 본격적으로 청년 의제를 다룬 것은 개혁신당이었으나 나쁘게 다뤘다. 약자 처벌 방식이다. 지하철 시위를 가중처벌하는 ‘전장연 방지법’,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경찰·소방·교정 지원 여성의 군복무 의무화 등이다. 이런 정책은 청년 남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그저 감정적으로 효능감을 줄 것이다. 거대 양당이 배울까 걱정스럽다.
청년 남성을 이해하되 정확히 해야 한다. 우선 2030 남성의 보수화를 부정할 수 없다. 민주당에 투표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념적 태도 조사에서 드러난다. 김한나 진주교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20대 남성은 약자 권리 보장∙기후위기 대응∙성차별 해결에 동의하는 비율이 어떤 세대보다 낮다. 성역할 고정관념 등에선 전통 보수와도 다르다. 나는 보수화보다는 일베화, 또는 대안 우파화가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권위를 조롱하고 모든 고통을 냉소하고 정치적 해결을 불신∙체념하고 연대보다 각자도생하는 보수 이대남을 직시해야 한다. 그들을 묶는 강력한 동인이 안티페미니즘이며 이를 학습하는 온라인 문화의 심각성을 인정해야 한다.
청년 여성은 왜 다른지 살피는 것도 총체적 해법을 찾기 위해 꼭 필요하다. 2030 여성들에겐 연대하고 각성한 경험이 있다. 그들도 내 코가 석 자지만 광장에 나갈 수밖에 없는 절박함이 있다. ‘여자라서 죽은’ 강남역 살인사건에, ‘N번방 노예’를 소비하는 6만(경찰 추산)~26만(공동대책위 추산) 명의 존재에, 이별하면 나와 가족의 목숨까지 위협받는 현실에, 여성들이 느끼는 공포는 결코 “망상”(이준석 의원)이 아니다. 아무도 주지 않은 정치 공간을 이대녀 스스로 연 것은 그만큼 안전에 절실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에 불만이 많은데도 줄곧 찍은 것은 내 일상을 위협하는 후보를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청년 남녀 모두에게 성평등과 페미니즘은 피할 수 없는 해일인 것이다.
양승훈 경남대 교수는 산업 가부장제 모델 붕괴에 대한 청년 남성의 열패감, 불만, 분노를 이야기하며 그들에게 응원봉(정치적 권한과 의제)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주장(‘광장 이후’, 문학동네)했다. 사실은 주어졌다. 반페미니즘과 능력주의라는 응원봉이다. 부유(浮游)하던 이대남을 동원한 가짜 빛이다.
이제 청년 남성들도 페미니즘이라는 응원봉을 들어보면 어떤가. 페미니즘이 여성우월주의라는 오해와 또래 남성의 압박을 깨면 많은 힘을 얻는다. 페미니스트들은 남자도 가부장제의 피해자라 말한다. 여성징병제를 의제화한다. 20대 여성은 남성만 징병(35%)보다 남녀 징병(48%·2021년 갤럽)에 더 찬성하고 여자도 군대에 가야 한다고 과반(53.2%·2020년 여성정책연구원)이 동의한다. 이대남이 기득권 없는 피해자라 믿는다면 더더욱 성평등이 합당한 대안 아닌가.
고속 성장, 평생 고용,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은 다시 오지 않는다. 우리는 불평등을 줄이고 사회안전망을 두텁게 하는 진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약자를 공격하는 나쁜 정치와 싸워야 한다. 반페미가 합리적 선택지인 양 설파하는 지식인을 배격해야 한다. 일자리와 임금, 결혼, 가사, 육아에서 남녀가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이준석 제명을 넘어 나아갈 길이다.
김희원 뉴스스탠다드실장 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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