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사설] 낡은 관례 깬 ‘철도노동자 노동장관’ ‘민간인 국방장관’

한겨레
원문보기

[사설] 낡은 관례 깬 ‘철도노동자 노동장관’ ‘민간인 국방장관’

서울맑음 / 30.0 °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2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장관 후보자 지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2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장관 후보자 지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발표된 이재명 대통령의 첫 내각 인선은 종전의 관례를 깨는 ‘파격’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특히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현직 철도 노동자가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되는가 하면, 64년 만에 첫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등장할 전망이다. 노동·국방장관 후보자 인선에는 공통점이 있다. 전임 정부가 저질렀던 정책적 과오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새 정부의 의지가 엿보인다.



김영훈 노동장관 후보자는 2004년 철도노조 위원장을 지낸 뒤 2010~2012년에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내각 명단이 발표되는 순간에도 기관사로 일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산업재해 축소와 노란봉투법, 주 4.5일제 등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민주노총 출신이 노동장관 후보자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건폭몰이’ 수사와 노조 무력화 등 윤석열 정부 내내 이어져온 반노동 정책 기조의 전환을 이보다 선명하게 알리긴 어려울 것이다. 전임 정부의 노동장관은 ‘정권 코드 맞추기’로 걸핏하면 재계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일쑤였다. 중립을 지켜야 할 정부가 스스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성해온 것이다.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한 새 정부의 노동장관은 부처 이름에 걸맞은 본연의 역할을 되찾아주길 바란다. 또한 이번 인선은 정년 연장 등 산적한 현안을 논의할 사회적 대화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기대가 크다. 민주노총은 노동의 양보만 강요하는 기구의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며 1999년 노사정위를 탈퇴한 뒤로, 여태껏 사회적 대화를 거부해왔다. 이 대통령 노동 공약 다수는 노사 간 이견이 첨예한 것들이다. 앞으로 정부가 책임있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에서도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



국방장관에 지명된 안규백 후보자는 국방위에서 의정 활동을 펴온 대표적 ‘안보통’이다. 5·16 군사쿠데타 이후 역대 국방장관은 모두 군 장성 출신이었다. 하지만 비상계엄을 거치면서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을 임명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높아졌다. 군 장악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도 있지만, 김용현 전 장관을 통해 우리는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군 출신 장관이 안보에 얼마나 위협적인지 목도하지 않았나.



기업인 출신 인사들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등에 지명된 것도 ‘깜 짝 인사’로 꼽힌다. 실용 정부를 표방한 만큼, 일하는 장관들로 내각을 꾸리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다만 파격 인선에는 기대와 함께 우려도 뒤따르는 만큼 이를 불식할 자질과 역량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