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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 미쳤다! '0실점' 성영탁 "무실점 기록 못 깨면 남자 아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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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 미쳤다! '0실점' 성영탁 "무실점 기록 못 깨면 남자 아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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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군에 깜짝 등장 17.1이닝 무실점
2.2이닝만 추가 실점 없이 막으면
데뷔전 이후 최장 연속 이닝 무실점 신기록
절친 원상현 "기록 못 깨면 '남자 아이다'"


KIA 성영탁이 2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원정 경기에 구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데뷔 후 17.1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 중인 성영탁은 앞으로 2.2이닝을 실점 없이 더 막으면 2024년 키움 김인범(19.2이닝)을 넘어 신기록을 작성한다. KIA 제공

KIA 성영탁이 2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원정 경기에 구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데뷔 후 17.1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 중인 성영탁은 앞으로 2.2이닝을 실점 없이 더 막으면 2024년 키움 김인범(19.2이닝)을 넘어 신기록을 작성한다. KIA 제공


프로야구 KIA 불펜에 '진짜'가 나타났다. 지난해 프로에 입단한 뒤 1년간 2군에만 머물다가 올해 1군에 데뷔한 2년 차 오른손 투수 성영탁(21)의 '폼'이 제대로 올랐다. 데뷔 무대였던 지난달 20일 KT전부터 최근 13경기에서 17.1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벌여 단숨에 호랑이 군단의 '찐 계투요원'으로 거듭났다.

2024 신인드래프트 당시 지명된 110명 중 96번째로 이름이 불린 하위 라운더의 반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 19일 KT전에서 1989년 조계현(13.2이닝)을 넘어 타이거즈 구단 역대 데뷔전 이후 최장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을 경신한 성영탁은 이제 새 역사를 향해 달린다. 추가로 2.2이닝만 실점 없이 막으면 지난해 키움 김인범이 세운 프로야구 역대 데뷔전 이후 최장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19.2이닝)까지 뛰어넘게 된다.

19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전광판에 뜬 성영탁의 구단 신기록 작성 순간. KIA 제공

19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전광판에 뜬 성영탁의 구단 신기록 작성 순간. KIA 제공


지난 2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만난 성영탁은 "무실점 기록이 신경 쓰이긴 하는데, 꼭 해야 된다는 압박감은 없다"면서도 "1점을 주면 마음이야 편하겠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좀 아까울 것 같다"고 도전 의지를 내비쳤다. 부산고 시절부터 절친이었던 KT 투수 원상현도 '압박성 응원'을 보낸다고 한다. 성영탁은 "(원)상현이가 '무조건 기록을 깨라. 못 하면 니는 남자 아이다(아니다)'라고 얘기한다"며 웃었다.

사령탑도 한마음이다. 신기록 달성이 임박한 줄 모르고 있었던 이범호 KIA 감독은 농담 섞어 "(앞으로) 하위 타순에 던지게 하겠다"며 "기록을 세울 수 있다면 우리 팀에서 세우는 게 좋은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감독의 말을 전해 들은 성영탁은 "던질 때 타자를 보고 던지는 스타일이 아니다"라면서 "포수 형이 사인을 내는 대로 최대한 강한 공을 자신 있게 던진다는 생각뿐"이라고 답했다.

2022년 부산고 시절 성영탁이 봉황대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22년 부산고 시절 성영탁이 봉황대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올해 성영탁이 빛을 볼 수 있었던 원동력은 구속 향상이다. 부산고 재학 때 2022년 봉황대기 우승, 2023년 황금사자기 우승을 이끌 정도로 변화구와 제구는 상당한 수준이었지만 직구 최고 시속이 140㎞에 그쳐 아쉬움이 남았다. 그 결과, 프로에서 10라운드까지 지명 순번이 밀렸다. 지난해 2군에서 구속 향상에 집중한 그는 올해 결실을 맺었다. 성영탁은 "처음 입단했을 때보다 신체 능력이 데이터상 엄청 좋아졌다"며 "작년에 던질 때는 직구 평균 구속이 130㎞ 중후반대였지만 지금 140㎞ 초중반대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팀에도, 팬들에게도 성영탁은 보물 같은 존재다. 그는 부상자가 속출한 상황에서 팀의 허리를 든든하게 지켜줬고, KIA는 이달부터 상승세를 타 4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그는 "지금도 팔을 풀고 마운드에 걸어가는 느낌이 너무 좋다"며 "잘 던지고 내려올 때 팬들이 이름을 불러주시면 뿌듯하다. 야구장도 엄청 크니까 던질 때마다 재미있다"고 반색했다.


벤치의 신뢰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 감독은 21일 SSG전에선 마무리 정해영이 9회말에 흔들려 역전패 위기에 몰리자, 성영탁을 투입해 급한 불을 껐다. 성영탁은 "(정)해영이 형이 팀의 마무리니까 (감독님이) 끝까지 맡기지 않을까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올라갔다"며 "한편으로는 '나를 믿어주시는구나. 여기서 막으면 한 단계 더 성장하겠다'는 마음으로 나갔다"고 했다. 이 감독은 "성영탁은 스트라이크를 잘 던지고, 과감하게 승부할 줄 안다. 아직 어린 선수고,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칭찬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