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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와 미래 위한 대승적 결단이 절실합니다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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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와 미래 위한 대승적 결단이 절실합니다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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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8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강성범 | 서울의대 교수



이재명 대통령과 새 정부가 지체할 수 없는 과제가 있다. 지난해 2월 윤석열 정부가 2000명 의대 증원을 일방 추진한 후 대다수의 의대생 전공의는 16개월째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4월10일 총선을 앞둔 윤석열 전 대통령의 51분 담화를 비롯하여 윤 정부는 의대생 전공의를 설득하기보다 강제적인 행정명령과 “집단 이기주의 카르텔”로 몰아붙였다.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정부는 올해 3월7일 2026년 의대 정원 동결을 발표했으나 ‘전원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에 한해 동결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사실상 의대 증원 백지화로 볼 수 있었으나, 정부 발표만으로 본다면 납득하기 어려운 증원의 정책 기조는 변하지 않은 것이어서 의대생 전공의의 반발을 불렀다. 각자의 개별 상황 또는 현 사태 인식에 대한 의대생 전공의의 철학적 차이가 복귀 여부 선택으로 나타났으나, 정부가 복귀할 명분 출구를 명료하게 보여주지 않는 상황에서 사태의 장기화는 의대생 전공의를 포함하여 국민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일이다.



당초 의대생 전공의는 비과학적, 폭력적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저항운동으로 시작하였으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일부에서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전면 철회까지 주장하여 의료개혁을 바라는 국민 대다수의 기대와 거리가 생겼다. 의료의 본질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의료개혁에 반대하는 것은 일반 국민에게 의료인의 자기부정으로 받아들여졌다. 양식 있는 지식인 사회에서 우려스런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5월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위한 특례 조치를 취했으나, 의대생 전공의는 계엄포고령에서 “48시간 내 복귀하지 않으면 처단” 운운했던 정부의 특례 조치를 불신했고 새 정부에서 복귀하기를 희망했다. 지난달 9일 의대 재학생 1만9475명 중 42.6%인 8305명이 유급 대상자로, 46명이 제적 대상으로 확정되었다. 또한 전국 120개 수련병원에서 1만4409명 전공의 중 93.5%인 1만3473명이 복귀하지 않았다.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이 선출된 후 촉박한 일정 속에 새 내각이 구성되고 있다. 그러나 국무총리 및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 절차를 생각하면, 의대생 전공의 문제는 수개월 내 해결이 어려울 것이다. 원칙 적용 만을 고집하면 내년 3월에 복귀함을 의미하며, 이는 의대생 트리플링(24·25·26학번이 동시에 1학년 수업을 듣게 되는 것)과 2년에 걸친 의사·전문의 배출 중단으로 의료는 급속도로 붕괴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최근 7개월 동안 비상계엄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했고, 내란 상황을 이겨낸 이재명 대통령 정부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최악의 의정 사태 해결을 위한 돌파구는 무엇일까?



1977년 가난한 나라에서 저부담 저수가로 고착된 건강보험제도, 저수가와 관련된 실손보험 확대와 비급여 진료의 급격한 증가, 진료권 개념과 의료전달체계가 폐지되어 초래된 지방 의료 붕괴, 주 80시간 이상 전공의 근무와 지방 환자 및 경증 환자까지 유인해야 생존하는 수도권 대학병원 문제, 의료사고 안전망 붕괴로 인한 필수의료 기피문제 등 제반 의료문제는 수십년 누적된 포퓰리즘 정책과 잘못된 제도에 길들여진 기성 의사들의 책임이다. 그러나, 자성하고 책임지는 정치인과 의사 대표 조직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의대생 전공의들이 잘못된 정책 집행으로 인한 혼란과 희생을 모두 지고 있고, 유급과 제적, 전문의 배출 지연 그리고 준비하지 않은 군대 입대에 직면하고 있다. 이것이 정의라 할 수 있는가? 원칙 적용을 넘어선 대통령과 국민의 포용적이고 실용적인 결단이 절실하다. 대한민국 의료와 미래를 위한 충정으로 다음과 같이 요청한다.



첫째, 필수의료 지방 의료 개혁은 미룰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잘못된 정책 책임자 문책, 합리적 수가 체계 마련, 형사소송부담 경감, 의료전달체계 개선,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비급여·실손보험 개선’ 등 개혁 과제는 공론화위원회에서 추진하며, 의대 정원은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에서 과학적으로 정해야 한다.



둘째, 의대생 피해는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학생 복귀를 위한 학사 유연화 조치, 유급 제적의 재조정은 행정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나, 의료와 미래를 위한 대승적 결단이다. 지금의 시련을 통해 의대생들은 그들이 돌봐야 할 많은 환자들의 절규도 보았고, 잘못된 의료 시스템은 공론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의료 상업화를 경계하고, 공생의 직업윤리로 거듭나야 한다.



셋째, 전공의는 6월 복귀하여 내년 3월까지 초과 근무하면 수료를 인정받을 수 있기에, 대학병원 정상화와 무한정 진료대기로 고통받는 암 중증질환 환자를 위해 전공의 복귀라는 정책적 결단을 내렸으면 한다. 다만, 이번이 마지막 특례 조치로서 추가 특례는 국민이 수용하기 어렵다.



넷째, 의료개혁을 위해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건강보험료 자기 부담을 현실화하고, 진료권 개념과 의료전달체계 부활, 실손보험체계 개혁, 의료 과다 이용 축소 등 국민의 인식 개선과 행동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여야 국회의원들도 표 떨어질 각오하고 정부와 같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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