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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나토 불참에…野“자주파 주도하나”vs 與“색깔론 덧씌우기”

이데일리 조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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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나토 불참에…野“자주파 주도하나”vs 與“색깔론 덧씌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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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무, 고려아연 미 제련소 건설 투자에 "미국에 큰 승리"
국힘, 李 나토 불참 발표 후 연이어 비판성명
“대한민국 외교·안보적 입지 위축시킬 것”
野, 자주-동맹파 충돌한 노무현 정부 재소환
일본·호주도 나토 불참…7~8월 한미정상회담 가능성
[이데일리 조용석 황병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불참 결정에 야당인 국민의힘은 “대한민국의 외교·안보적 입지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성사되지 못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정부의 외교정책이 미국과 일정 거리를 두는 이른바 ‘자주파(自主派)’ 중심으로 짜여질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는다.

국민의힘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중동발 리스크 대응할 기회인 나토 정상회의 불참은 잘못된 결정”이라며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중동발 리스크 대응할 기회인 나토 정상회의 불참은 잘못된 결정”이라며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힘, 李 나토 불참 발표 후…“외교·안보 입지 위축”

23일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토 불참, 이재명 정부 외교정책을 이른바 ‘대미 자주파’가 주도하겠다는 공개 선언”이라며 “2025년 블록화된 국제정세 하에서 그런 실리도 국익도 버리는 정책은 ‘자주파’라기보다 ‘기분파’에 가깝다고 힐난했다.

한 전 대표는 전날에도 이 대통령의 나토 불참을 비판했다. 그는 “외교의 중요한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외교·안보적 입지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유럽 국가들은 이스라엘-이란 분쟁을 면밀히 관찰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중동 정세 때문에 불참할 것이 아니라 중동 정세 때문에라도 참석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국민의힘 소속 외통위원 및 국방위원들도 연달아 성명서를 내고 이 대통령의 나토 불참을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 외통위원들은 “중동발 리스크 대응할 기회인 나토 정상회의 불참은 잘못된 결정”이라며 “현 정부와 여당의 대응은 이름만 실용외교일 뿐 우리 국익을 위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특히 “이번 불참으로 중국과 러시아로부터는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 중 가장 약한 고리로 인식돼, 도리어 중국과 러시아의 강압 외교 대상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나토와 여타 인태지역 파트너국(IP4)으로부터는 한국의 새 정부가 동맹과 파트너보다 중국, 러시아 및 북한과의 관계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살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소속 국방위원들 역시 “가장 시급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나토정상회의에 참석해서 G7에서 성사되지 못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서로 소통하는 자리를 갖는 일”이라며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어느 누구도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그의 생각과 입장을 들어보지 못했다. 직접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떠보고 협상전략을 준비해야지만 관세협상, 국방비 인상 요구,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문제 등에서 우리의 국익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와 오찬에서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와 오찬에서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野, 자주-동맹파 충돌한 노무현 정부 재소환

야당 일각에서는 노무현 정부 시절 자주파-동맹파가 충돌하며 외교 정책에 혼선이 빚어졌던 전례를 떠올리며, 이재명 정부 역시 비슷한 내홍을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자주파는 한미동맹의 틀 안에서도 미국 중심의 외교·안보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보는 이들로, ‘자주국방’과 ‘대미자주’를 핵심 기조로 내세운다. 반면 동맹파는 한미동맹이 한국 안보의 핵심축으로 보고, 미국과의 외교·군사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자주파 중심, 외교부는 동맹파 성향이 강해 서로 충돌했다.

공교롭게도 이재명 정부 역시 자주파·동맹파를 동시에 중용하고 있다. 최근 국가정보원장으로 내정된 이종석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NCS 사무차장을 역임한 자주파로 분류된다. 반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동맹파가 강한 외교부에서 북미국장을 지냈다.


결국 대통령실이 돌연 불참을 선택한 배경에는 중국과 러시아와 관계 회복을 중시하는 자주파가 동맹파보다 입김이 더 셌던 것 아니냐는 게 야당의 추측이다. 국민의힘 국방위원들은 이날 성명에서 “노무현 대통령 재임 당시 자주파와 동맹파의 갈등으로 외교안보 정책이 ‘갈지자’행보를 보였던 악몽이 떠오른다”며 “재현될까봐 심히 우려된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 진영과 외교 지평을 넓혀 나가야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호주도 나토 불참할 듯…7~8월 한미정상회담 가능성

다만 이 대통령의 나토 불참은 예상외로 폭발력이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이웃나라인 일본도 나토 불참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일본 NHK와 교도통신 등 현지언론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애초 예정했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취소하는 쪽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NHK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불참할 가능성이 있고 역시 초청을 받은 이재명 한국 대통령도 불참하기로 한 상황 등을 감안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호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이미 나토 정상회담 불참을 결정한 상태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대미 자주파 주도’ 주장에 “현 상황을 정쟁에 이용하려 들고 있으니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비판 내용도 진부하기 짝이 없다. 결국 다시 색깔론 덧씌우기”라며 “나토 정상회의 불참은, 내란으로 인한 혼란을 채 정리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중동전쟁까지 겹친 복합위기를 고려해 내린 고심 어린 결정”이라고 했다.

나토 정상회담에 불참하더라도 이른 시일 내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도 있다. 양국 정상은 최근 첫 통화에서 조속한 대면 회담 필요성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외교가는 오는 7~8월 중 워싱턴에서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 같은 경우 다양한 방면에서 검토되고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