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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고검장 "수사·기소 분리, 형사시스템 무너뜨리는 트로이 목마"

머니투데이 양윤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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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고검장 "수사·기소 분리, 형사시스템 무너뜨리는 트로이 목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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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정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앙지검에서 '가습기살균제' 재수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권순정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앙지검에서 '가습기살균제' 재수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검찰의 수사와 기소 기능의 분리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권순정 수원고검장은 23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찰의 미래를 그려봅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수사-기소 분리가 무엇인지 냉철하게 따져보지 않으면 형사사법시스템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트로이의 목마를 들이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기소 분리 주장은 언뜻 그럴듯해 보이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개념이 모호하고 연원이 불분명해 참고할 만한 해외 자료를 찾기조차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를 제한하거나 절제토록 하는 의미의 수사-기소 분리라면 우리가 보다 전향적이고 건설적으로 논의에 참여하면 좋겠다. 검찰의 광범위한 직접 수사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들께서 우려하고 계신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제도개선이 이루어지더라도 다수당인 집권여당이 정적을 공격하는 이슈에서 특검법을 통과시켜 무제한 검찰수사를 진행한다면 제도개선은 무의미해진다"며 "검찰수사가 특검이라는 제도와 결합해 힘센 의회 권력의 내로남불식 공격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이 문제도 이번 기회에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권 고검장은 특히 "만약 수사-기소 분리가 검사의 수사를 일체 금지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진실을 따라가는 사법 작용 중 하나인 '소추' 기능의 본질을 해치는 것이므로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그러한 수사-기소 분리는 진실을 규명하는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진실에 눈감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명국 중 어디에서도 소추를 결정하는 기관이 사실확인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나라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론적으로 수사는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인 소추로부터 떼려야 뗄 수가 없다"며 "법관이 판결을 위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는 것처럼 검사는 소추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수사는 소추를 위한 필수 불가결한 기능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말씀드릴 부분은 절차다. 진짜 전문가들과 현장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한 지난 검수완박 때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며 "다양한 공청회와 토론회를 거쳐 법안의 장단점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회의록조차 남지 않는 소소위 같은 밀실이 아니라 공개된 장소에서 의원 각자의 이름을 내걸고 심도 있는 토론과 심의를 진행해 훗날 역사의 책임을 따져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기준 검찰 간부 2명이 권 고검장이 올린 글에 '민주당이 추진하는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권 고검장의 뜻을 지지하는 취지의 댓글을 단 것으로 전해졌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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