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새벽, 프랑스 파리 남부 오를리공항에 도착한 한 여성이 따뜻한 환영을 받고 있다. 이 여성은 이스라엘에서 요르단 암만으로 이동한 후 프랑스 국민을 위한 송환 항공편을 이용했다. 현재 이스라엘 영공이 폐쇄된 상황에서, 세계 각국 정부는 이스라엘-이란 간 분쟁에 휘말린 자국민들을 인근 국가를 통해 긴급 대피시키고 있다. AFP연합뉴스 |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뒤 중동의 하늘길이 한층 더 위험해지고 있다. 중동 내 미국 항공사나 미국인이 탄 항공편을 대상으로 주의가 요구된다는 경고도 나온다.
항공위험정보 사이트인 세이프에어스페이스(Safe Airspace)는 22일 “이란 핵시설에 대한 미국 공격으로 인해, 중동 내 미국 기업에 대한 위협이 한층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이 공습을 결정하기 전에도 아메리칸항공은 카타르행 항공편을, 유나이티드항공은 두바이행 항공편을 각각 중단한 바 있다.
에어스페이스는 “민간 항공에 대한 구체적 위협은 없었으나, 이란은 예전에 중동 지역의 미국 군사 시설을 공격하는 것으로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직접적으로 또는 헤즈볼라 등 대리 세력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짚었다. 또 이번 사태로 항공 위험 지역이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까지 확산될 수 있다며 “현재로써는 고도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세계 각국의 항공사들은 중동 노선의 운항 중단을 얼마나 지속할지를 두고 신중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 싱가포르항공은 22일 싱가포르-두바이 노선의 항공편을 취소하며 현재 상황이 “유동적”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네덜란드 항공그룹인 에어프랑스-케이엘엠(KLM)은 22~23일 이틀간 두바이 및 리야드 왕복 항공편을 취소했다고 밝혔고, 영국항공(BA)도 같은 기간 두바이 및 도하행 항공편을 모두 취소했다. 향후 항공편에 대해서는 여전히 상황을 평가 중이라고 영국항공은 전했다.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하늘길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영공이 전쟁으로 폐쇄된 뒤, 중동 항로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주요 루트로 부상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중동 항로마저 큰 타격을 입었다. 항공편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이후 현재 이란, 이라크, 시리아, 이스라엘 상공은 항공기가 통과하지 않는 ‘공백 지대’다.
항공사들은 이 지역을 피해 북쪽 카스피해를 통해 지나거나, 남쪽으로 돌아 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를 지나는 우회 경로를 선택했다. 연료도 더 많이 들고, 비행시간도 늘어난다. 항공사들은 미국 공습 이후 유가 급등 가능성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항공유 가격이 오를 경우 항공사의 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은 22일 미국의 이란 공습 뒤 중단됐던 대피 항공편 운항을 23일 오전 11시부터 재개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을 선제공격한 13일 이후 영공을 폐쇄하고 민간 항공편 운항을 중단했으나, 발이 묶인 외국인과 자국민을 위한 대피 항공편 운항만은 18일부터 허가한 바 있다. 이스라엘 공항청은 23일부터 하루 24편의 대피 항공편을 운항할 예정이며, 각 항공편에 최대 50명까지 탑승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국적 항공사 엘알(El Al)은 22일 기준 약 하루 만에 2만5000여 명이 출국 신청을 했다고 전했다.
세계 여러 나라도 이스라엘·이란 등지에서 자국민 대피 작전을 펼치고 있다. 우리 외교부는 22일까지 이란 체류 교민과 그 가족 등 56명을 이란 북부 투르크메니스탄으로 대피시켰다. 지난 19일에는 이스라엘에서 25명과 이스라엘 국적 가족 1명이 요르단으로 대피했다. 일본 정부도 22일 이란에 체류 중인 자국민 21명(일본 국적16명)을 육로로 아제르바이잔으로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뉴질랜드 정부는 23일 자국민 대피를 위해 군용수송기 허큘리스를 중동 지역에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22일,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우려한 이스라엘 텔아비브 시민들이 지하철역에 대피해 있다. AFP연합뉴스 |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