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을 위대하게 못하는 정권, 왜 교체 없겠는가”

소셜미디어 통해 ‘정권교체’ 가능성 글 올려
참모진들 ‘핵 프로그램 폐기 목표’와 엇박자
폴리티코 “공습 파장 수습 어려움 보여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D.C. 백악관의 워룸 상황실에서 빨간색 ‘마가(MAGA)’ 모자를 쓴 채 이란 핵시설 폭격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EPA]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이란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으면 이란 내부적으로 정권 교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정권 교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게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지만, 만약 현 이란 정권이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왜 정권 교체가 없겠느냐”라고 적었다.

미 악시오스는 지난 12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향해 첫 공급을 개시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으로 ‘이란 정권교체’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핵시설을 공습한 이유는 정권 교체를 목적으로 한 게 아니라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행정부 주요 참모진이 내놓은 일관된 입장에 균열을 일으켰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앞서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 등은 이날 “미국의 목표는 이란 핵 프로그램 폐기에만 있다”며 정권교체에는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밴스 부통령은 ABC 방송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정권교체가 아니라 이란의 핵 프로그램 종료다. 그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에게 맡긴 임무”라고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도 이날 “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를 추구한다. 이란은 그 길을 따라야 한다”며 “미국은 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 이번 임무는 정권교체에 대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란에 여러 대화 채널로 협상 기회를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공습한 다음 날인 22일(현지시간) 이란 나탄즈 핵시설을 촬영한 위성사진 중앙에 GBU-57 벙커버스터 폭탄이 떨어져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구멍이 보인다. [AFP]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이란 정권이 궁극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미 정부의 내부적인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란과 전쟁 중이냐는 질문에 “이건 이란을 상대로 한 전쟁이 아니다”며 “우리가 지금 원하는 것은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란의 정권 교체가 목적이 아니라면서 미국은 이란이 원하면 내일이라도 바로 협상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란이 계속해서 핵무기 보유국이 되고자 한다면 난 그게 정권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 정말로 생각한다. 그들이 핵무기 보유를 시도한다면 그건 정권의 끝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진의 이 같은 엇갈린 입장에 대해 폴리티코는 “대규모 대(對)이란 공습 이후, 국내외 파장을 수습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어려움을 보여준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이 보복을 자제하길 원하고, 동시에 공습을 반대한 일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층의 반발도 무마해야 하는 복잡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 핵시설 공습 임무를 수행한 B-2 폭격기 조종사들이 미주리주 공군기지에 막 안전하게 착륙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 핵시설이 입은 피해는 “기념비적”이라면서 “타격은 강력했고 정확했다”고 평가했다. 김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