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 환자의 흉부 CT 분석 결과. 폐 용적 지수(LVI, 보라색)와 호흡근 용적 지수(RMI, 빨간색)가 낮은 환자는 높은 환자보다 생존 기간(위 5개월 vs 아래 43개월)이 짧았다. |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루게릭병 환자의 호흡 기능을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영상 기반 검사 지표를 개발했다. 기존 폐활량검사로 정확한 측정이 어려웠던 환자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최석진·성정준 교수(김종수 전문의), 영상의학과 박창민·최규성 교수 공동 연구팀은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흉부 CT 영상에서 폐와 호흡근 부피를 분석한 결과, 이 지표가 루게릭병의 병기 및 생존 기간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2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래디올로지(Radiology, IF=15.2) 최근호에 게재됐다.
루게릭병은 뇌와 척수의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파괴되는 치명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병이 진행될수록 호흡근까지 마비되며, 발병 3~4년째면 호흡부전으로 사망에 이른다. 루게릭병 환자는 폐활량 검사(측정기를 입에 물고 숨을 깊게 들이쉰 후, 한 번에 힘껏 내쉴 수 있는 공기량을 측정하는 검사)를 통해 정기적으로 호흡 기능을 측정하고, 그에 따라 적절한 치료 방침을 결정한다. 그러나 구강안면 근육이 약해져 말과 발음이 부정확해지는 구음장애 등 검사 정확도가 떨어지는 환자도 많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딥러닝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흉부 CT 영상에서 폐와 호흡근 부피를 수치로 산출(LVI, RMI)하고 이를 분석했다. 루게릭병 환자 261명의 흉부 CT를 분석해 진행됐으며, 폐·호흡근 용적 지수가 병기가 진행될수록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것이 확인됐다. 이 지수들이 낮은 환자군은 기관절개술을 받거나 사망에 이르는 시점이 빠른 경향을 보였다.
통계 분석에 따르면 폐·호흡근 용적 지수는 기존 폐활량 검사와 유사한 정확도로 환자의 예후를 평가할 수 있었다. 구음장애 환자만 분석한 경우에도 동일하게 나타나, 연구팀이 개발한 영상 기반 지표가 호흡 기능을 평가하기 어려운 루게릭병 환자에서도 폐활량 검사를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최규성 교수(영상의학과, 교신저자)는 “이번 연구는 대규모 루게릭병 코호트를 바탕으로 딥러닝 분석을 통해 정성적일 뿐 아니라 정량적인 영상 지표의 예후적 가치를 최초로 입증한 사례”라고 말했다.
최석진 교수·김종수 전문의(신경과, 공동1저자)는 “이 결과를 근거로 추후 영상 데이터가 루게릭병 진료 현장에 도입되면 환자의 진단과 임상 결정을 보조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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