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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유니버설 vs 미드저니… 생성형 AI 저작권 전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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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유니버설 vs 미드저니… 생성형 AI 저작권 전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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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와 지식재산권의 경계에 중요한 선례가 될 만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디즈니와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AI 이미지 생성기 미드저니(Midjourney)를 상대로 공동소송에 나선 것이다.


이번 사례는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한 2023년 뉴욕타임스의 소송이나 뉴스 코퍼레이션과 퍼플렉티 간의 분쟁과는 다르다. 이번 소송은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들이 생성형 AI 기업을 저작권 침해로 직접 겨냥한 첫 사례다. 디즈니와 유니버설 모두 AI를 활발히 활용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디즈니와 유니버설은 미드저니 플랫폼을 “표절의 무한한 구렁텅이(bottomless pit of plagiarism)”라고 표현했다. 이들에 따르면, 미드저니 사용자는 프롬프트를 입력하기만 하면 다스 베이더, 엘사, 미니언즈, 슈렉 등 유명 캐릭터의 이미지를 무단으로 손쉽게 생성할 수 있다.


왼쪽은 원본 ‘아이언맨’ 이미지이고, 오른쪽은 생성형 AI로 만들어진 이미지다.Disney/Universal lawsuit

왼쪽은 원본 ‘아이언맨’ 이미지이고, 오른쪽은 생성형 AI로 만들어진 이미지다.Disney/Universal lawsuit


왼쪽은 원본 이미지, 오른쪽은 생성형 AI 이미지다.Disney/Univeral lawsuit

왼쪽은 원본 이미지, 오른쪽은 생성형 AI 이미지다.Disney/Univeral lawsuit


누구나 이런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직접 시도해 볼 필요도 없다. 디즈니와 유니버설이 제출한 소송 자료에 포함된 이미지만 봐도 충분하다.


위에 표시된 이미지를 보고, 어떤 것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Avengers: Infinity War)>의 원본이고 어떤 것이 미드저니로 생성된 것인지 구별할 수 있겠는가? 필자는 이런 걸 잘 구분하는 편인데도 모르겠다. 한때는 손가락 개수만 세어보면 구분할 수 있었지만, 이제 생성형 AI 이미지 기술은 그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이런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복잡한 프롬프트가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조사에 따르면, 캐릭터 이름과 함께 “screencap(스크린샷)”이라는 키워드만 입력하면 곧바로 가짜 이미지가 생성됐다. 또는 “마스터 슈퍼 빌런(master super villain)”, “갑옷 입은 슈퍼히어로(armored superhero)”처럼 간단한 프롬프트만으로도 유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소장에 따르면 “이 사안은 확립된 저작권 법에 비춰볼 때 ‘판단이 애매한 문제(close call)’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정확히 그렇다. 애매할 것이 전혀 없는 사안이다.


인터넷 스크랩 데이터, 공정 이용인가 침해인가

변호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미드저니 CEO 데이비드 홀츠는 자사 AI가 “인터넷에서 긁어온 대규모 데이터 스크랩”을 기반으로 훈련됐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이들 이미지의 저작권은 어떻게 되는 걸까?


홀츠는 “수억 개의 이미지를 수집하면서 그것들이 어디서 왔는지 알 방법은 사실상 없다. 이미지에 저작권자 정보를 담은 메타데이터가 포함되면 좋겠지만,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등록 시스템도 없고, 인터넷에서 이미지를 찾아 그 소유자를 자동으로 추적하거나, 이를 인증할 방법 자체가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디즈니만큼은 이미지 소유자가 누구인지 너무나 명확하다. 디즈니는 저작권 세계에 있어 무자비한 빅 배드 울프(Big Bad Wolf) 같은 존재다. 월트 디즈니는 초기 캐릭터인 오스왈드 더 럭키 래빗(Oswald the Lucky Rabbit)의 저작권을 잃은 뒤, 1928년 미키 마우스부터는 지식재산권을 사실상 영구히 지키기 위해 철저하게 관리했다.


실제로 디즈니는 수십 년에 걸쳐 저작권 보호 기간을 연장하는 법 제정의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1928년 당시 최대 56년이었던 저작권 보호 기간은 1976년 저작권법(Copyright Act of 1976)을 통해 75년으로 연장됐고, 1998년에는 소니 보노 저작권 보호 연장법(Sonny Bono Copyright Term Extension Act, CTEA), 일명 미키 마우스 보호법(Mickey Mouse Protection Act)으로 95년까지 늘어났다.


디즈니는 자사가 저작권을 보유한 이미지와 조금이라도 유사하면 소송을 불사하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예컨대 1989년, 디즈니는 미국 플로리다주 핼런데일의 어린이집 3곳에 법적 조치를 경고한 바 있다. 벽화에 미키 마우스, 도널드 덕, 구피 등의 캐릭터를 그렸다는 이유였다.


왜일까? 결국 핵심은 돈 때문이다. 디즈니, 그리고 그보다 덜하긴 하지만 유니버설 역시 지식재산(IP) 수익화에 기업의 생존이 달렸다.


하지만 이들 IP의 상당수가 퍼블릭 도메인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퍼블릭 도메인 연구센터(Center for the Study of the Public Domain)는 “퍼블릭 도메인은 디즈니의 핵심 자산이다. 『겨울왕국』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백설공주』, 『노틀담의 꼽추』, 『잠자는 숲속의 공주』, 『신데렐라』, 『인어공주』, 『피노키오』 등은 루이스 캐럴, 그림 형제, 빅토르 위고, 샤를 페로, 안데르센, 카를로 콜로디 등의 고전에서 원작을 가져왔다”라고 지적했다.


디즈니가 퍼블릭 도메인을 활용해온 방식은 미드저니를 비롯한 AI 기업이 인터넷상의 모든 콘텐츠에 적용하려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예컨대 오픈AI CEO 샘 알트먼은 저작권이 있는 데이터를 생성형 AI 훈련에 사용하는 것이 공정 이용(fair use)으로 간주돼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이런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알트먼뿐만이 아니다.


디즈니와 유니버설의 이번 소송은 단순한 손해배상 청구에 그치지 않는다. 두 회사는 저작권 침해 한 건당 최대 15만 달러(약 2억 원)의 배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진짜 목적은 법적 선례를 세우는 데 있다. 이들은 미드저니의 이미지 생성뿐 아니라, 곧 출시될 영상 생성 서비스까지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물론 영화 스튜디오는 자신들 또한 생성형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디즈니 CEO 밥 아이거는 AI가 이미 디즈니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창의성 향상에도 기여한다며 “AI는 소비자가 디즈니의 콘텐츠를 접하고 경험하고 감상하는 방식을 향상시키는 데 있어, 회사가 마주한 가장 강력한 기술일 수도 있다”라고 평가했다. 물론 아이거는 동시에 “AI의 발전 속도를 고려해 디즈니는 3가지를 확실히 하기 위한 예방 조치를 취하고 있다. 첫째는 IP를 보호하는 것인데, 이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라고 언급했다.


소송을 둘러싼 변수

이번 소송은 단순한 할리우드의 갈등을 넘어 생성형 AI와 저작권, 그리고 창작의 미래를 둘러싼 논쟁에서 중대한 분수령이 될 사건이다. 이전에도 공정 이용과 데이터 수집의 경계를 둘러싼 법적 다툼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핵심 플레이어가 직접 나선 사례는 없었다.


겉보기엔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의 일방적인 승리처럼 보일 수 있다. 제출된 이미지만 봐도 강한 설득력을 가진다. 하지만 그동안 수많은 IP 소송을 취재해 본 경험상,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결코 예측할 수 없다.


게다가 예측불가의 변수도 존재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AI 액션 플랜(AI Action Plan)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AI 기업은 LLM을 훈련시키기 위해 인터넷상의 거의 모든 데이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미디어 기업은 가능한 모든 저작권 보호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썩 좋은 예감은 들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은 미국 저작권청(U.S. Copyright Office)이 최근 공개한 108쪽 분량의 저작권과 AI 보고서 사전 공개본과 관련한 후속 조치에서 유추할 수 있다.


보고서에서 미 저작권청은 “경제와 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두 산업, 미디어와 AI 모두를 지지하며 중간 지대를 찾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생성형 AI 활용은 ‘변형적 이용(transformative use)’에 해당할 수 있지만, 전방위적인 데이터 스크래핑은 공정 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보고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다음 날 곧바로 저작권청장 시라 펄머터를 해임했다. 그리고 그 자리는 지식재산권 경험이 전무한 변호사로 교체됐다.


또 하나, 트럼프 행정부의 이른바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속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조항 하나가 숨어 있다. AI 모델, AI 시스템, 자동화 의사결정 시스템을 “제한, 규제, 또는 통제”하는 모든 주 및 지방 정부의 법률이나 규제를 향후 10년간 금지하는 조항이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앞으로 수년간은 트럼프의 AI 정책안이 사실상 미국의 AI 규제 프레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이런 미래를 이루 말할 수 없는 정도로 답답하다. 필자는 트럼프가 AI 기업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 예상한다. 즉, 앞으로는 필자의 글을 재활용한 AI의 창작물과 경쟁하며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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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ven Vaughan-Nichols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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