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한미 정상회담 최우선으로 준비”
전문가 “나토 불참 굉장한 손해…기회 날려”
“실질적 협상 준비해야…시기보다는 의제”
여한구 통상본부장 방미…“대미협상 시작”
전문가 “나토 불참 굉장한 손해…기회 날려”
“실질적 협상 준비해야…시기보다는 의제”
여한구 통상본부장 방미…“대미협상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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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2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문혜현·서영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중동정세 격화를 이유로 오는 24~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하기로 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애초 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갈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상견례를 갖고 서방 국가들과 대미 협상 전략을 공유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왔지만 이제는 한미 정상회담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의 워싱턴DC 방문을 최우선으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3일 “국가안보실에서 준비할 것”이라며 “외교 관계에서 미국 관계가 제일 최우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토 회의에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대참이나 특사 파견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보실 관계자는 다만 “일단 논의 중”이라며 “아직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이 대통령의 나토행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였다. 그러나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예고했던 브리핑을 취소하고, 같은 날 저녁 국내 현안과 중동사태에 따른 불확실성을 이유로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불참 결정을 알렸다.
우리나라는 2022년부터 인도-태평양 파트너 4국(IP4) 자격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초청돼 3년 연속 참석해 왔다. 이 대통령이 불참하면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자 4년 만에 나토 정상회의에 가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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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 19일 51차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뒤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 |
외교가에선 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무산을 두고 대체로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협상 의제에 대한 직접적인 논의는 없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을 마주할 기회였다는 것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장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미국이 아니더라도 다른 나라와 협의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외교적 지렛대를 더 키울 수 있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겠지만 (이 대통령이)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라고 진단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나토 정상회의 불참은 굉장한 손해”라며 “중요한 국제사회 흐름 속에서 한국 입장만을 앞세운다는 인상을 줄 수 있고, 국제무대에서 존재를 알리고 세계 지도자들과 만남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서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IP4 정상과 특별회담 개최를 추진 중이란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나토 정상회의 공식 홈페이지에도 미국 정상과 인도·태평양 파트너국, 나토 사무총장과의 회담 일정이 공지됐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이 트럼프의 참석 가능성 조차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에도 힘이 실린다.
정치권의 관심은 향후 한미 정상회담으로 쏠릴 전망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 얼마나 무게를 둘지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하는 등 대응에 나선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습의 명분을 서방 국가에 설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 한미 정상회담이 뒷순위가 될 수 있다는 주장과 동맹국인 한국과의 직접 협상을 미룰 이유가 없다는 의견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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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뒷줄 가운데)이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G7 및 초청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
최 원장은 “지금 중동 사태에 더 방점이 가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서두를 가능성은 없다”면서 “일단 이 정세가 안정돼야 우리가 얘기할 수 있는 것에 관한 관심이 기울여진다. 지금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정상회담은 시기보다 의제”라며 “상견례 수준을 넘어선 실질적인 문제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지는 정상회담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국의 관심사와 한국의 기여 방안, 전략적 위치, 그리고 우리가 반드시 확보해야 할 사안들은 무엇인가를 구별해 협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우리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을 가급적 빨리하려고 할 것”이라며 “시기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미국도 정상회담을 늦출 이유가 없다”고 했다.
정부는 우선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방미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첫 고위급 인사 방미로, 여 본부장은 국제정세와 현안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조속한 한미 정상회담 의사 등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대통령실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다.
수석보좌관회의는 대통령과 비서실장, 정책실장, 국가안보실장과 수석비서관 등 대통령을 보좌하는 핵심 참모들이 참석해 주요 안건을 논의하는 회의체다.
오후 2시에 열리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엄중한 국제 정세 가운데 국정 과제 수행과 현안 챙기기에 매진해달라고 참모들에게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이란 공격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등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첫 회의인 만큼 각종 모든 현안이 보고·검토될 것”이라면서 “중동 정세는 물론 인선 작업에 관한 내용 등도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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