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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앞 유가정보판에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
미국의 공습으로 이란 의회가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하자, 정부가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성 및 수급 상황 등을 밀착 점검·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은 23일 ‘중동 사태 관련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 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 및 국내외 경제 영향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엔 기재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국제금융센터 등이 참석했다.
이 직무대행은 “미국의 공습 이후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하는 등 향후 사태 전개의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는 만큼 관계기관이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에너지 가격 및 수급 상황을 밀착 점검·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오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실제 이란 국가안보위원회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결정할 경우 국내 에너지 가격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날보다 2.3% 오른 배럴당 76.7달러(시카고상품거래소 기준), 브렌트유는 3.9% 상승한 80.0달러(대륙간거래소 기준)로 거래를 시작했다.
이 직무대행은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처를 2개월 연장한 만큼, 범정부 석유시장 점검단을 중심으로 유가 상승에 편승한 불법행위를 철저히 점검하는 등 국내 석유류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도 당부했다.
그는 아울러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주요국에 앞서 우리 금융시장이 먼저 개장하는 점을 고려해 시장 동향을 밀착 점검하고 과도한 변동성이 나타날 경우 관계기관 간 긴밀한 협업 하에 필요한 조치를 즉각 시행해달라”고 지시했다.
금융당국도 이날 김병환 금융위원장 주재로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 증시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금융당국과 유관기관간 긴밀한 공조체계를 갖추고 시장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시장의 불확실성을 노린 불공정거래를 면밀히 감시하고 적발시 무관용으로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이날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연 비상대응 회의에서 “향후 이란의 대응 수위 등에 따라 글로벌 위험회피(risk-off) 심리가 한층 강화될 수 있으며, 국제유가 불안 등으로 글로벌 경기·물가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하며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필요한 시장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현재까지 국내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차질은 발생하지 않고 있으며, 중동 인근을 항해 중인 우리 선박(31척)도 안전 운항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향후 중동 사태 전개 양상과 금융·에너지·수출입·해운물류 등 부문별 동향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특이동향 발생 시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긴밀한 공조 하에 신속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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