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으로 맞선 5회 KIA는 선두 박민이 좌전 안타로 출루했고, 2사 1루에서 위즈덤이 좌전 안타를 치며 득점권 찬스를 만들었다. 여기서 최형우가 김광현의 초구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선제 3점 홈런을 때렸다. 2사 후 상황이라 SSG에는 더 뼈아픈 홈런이었다.
김광현의 슬라이더는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정상급 구종이다. 빠르고 날카롭게 꺾인다. 좌타자로서는 더 상대하기가 어렵다.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이 슬라이더에 삼진을 당한 좌타자는 셀 수 없이 많다. 올해도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0.212로 좋은 편이다. 그럼에도 이숭용 감독은 “(최)형우한테는 그 슬라이더가 굉장히 위험하다고 봤다. 형우가 장타를 치는 것을 보면 좌완의 슬라이더를 잘 공략한다”고 분석했다.
이범호 KIA 감독 또한 이 홈런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감독은 “눈이 좋은 것이고, 몸이 좋은 것이다. 그리고 워낙 김광현과 상대를 많이 했다”면서 “김광현이 던지는 공이 스트라이크로 들어오는 길이 어떤 길이고, 볼이 되는 길이 어떤 길인지 알고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있던 길로 공이 오니까 방망이가 나갔다.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었던 것을 홈런으로 연결시킨 게 아닌가 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런데 그 베테랑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쇠퇴하는 것은 역시 신체적 능력의 저하 때문이다. 몸의 스피드가 느려지고, 서서히 눈이 흐려진다. 베테랑 선수들은 “나이가 들수록 한 번 슬럼프가 왔을 때 밸런스를 바로 잡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최형우가 위대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은 이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불꽃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최형우는 22일까지 시즌 70경기에서 타율 0.327, 13홈런, 4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06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올해 리그에서 유일하게 OPS 1.000 이상을 기록 중인 선수다. 별다른 슬럼프도 보이지 않는다. 3월 OPS는 0.934, 4월은 0.851로 나쁘지 않은 출발을 했고, 5월은 1.226, 6월도 0.894로 꾸준히 0.850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1~2경기 부진했다 생각되면 곧바로 반등한다.
엄청난 노력이 뒷받침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수비 훈련 부담이 적은 최형우는 자신의 타격 능력만 믿고 놀고 있지 않는다. 후배들을 혀를 내두를 정도로 타격 훈련량이 많다. 흔들리는 밸런스를 어마어마한 훈련량으로 만회하는 케이스라는 평가다. 이범호 감독은 “훈련을 많이 한다. 밸런스가 안 좋을 때 쉬는 선수도 있고, 치는 선수가 있는데 형우는 지금도 치는 유형의 선수다. 캠프 가서도 방망이가 부족하다 싶으면 혼자 들어가서 50개면 50개, 100개면 100개를 정해놓고 치는 스타일”이라고 소개했다.
이범호 감독도 아직은 거뜬히 현역을 이어 갈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다. 이 감독은 “체력적으로 몸도 튼튼해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몇 년 전에 눈 때문에 한 번 고생했을 때 감각이나 반응 속도가 조금 문제가 됐던 부분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만 체크를 하면 몇 년 더 할 수 있다”면서 “그런 선수가 미국에도, 일본에도 있었다. 형우가 잘 버텨주면 그만큼 오래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기대했다.
최형우는 2024년 시즌을 앞두고 KIA와 1+1년 총액 22억 원에 다년 계약을 했고, 올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다. 은퇴 분위기는 전혀 아니다. 시즌 전에는 예상하기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KIA도 확실하게 확인했다. 가뜩이나 내부 FA가 많은 KIA로서는 최형우와 일찌감치 계약을 하거나, 혹은 공감대가 형성되면 2026년 샐러리캡 계산이 용이해질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시즌 중 다년 계약 불씨는 살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계약 기간이 관건인데, 어쩌면 최형우의 대활약으로 KIA의 중기 계획에 안도감이 생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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