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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시설 타격은 실현 가능성 희박"..핵전쟁 촉발에 러·중 개입

파이낸셜뉴스 김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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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시설 타격은 실현 가능성 희박"..핵전쟁 촉발에 러·중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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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의 B-2 '스피릿' 스텔스 전략폭격기가 '벙커 버스터' 폭탄인 GBU-57을 투하하는 모습. 미군 제공

미 공군의 B-2 '스피릿' 스텔스 전략폭격기가 '벙커 버스터' 폭탄인 GBU-57을 투하하는 모습. 미군 제공


[파이낸셜뉴스]미국의 이란 핵시설 타격으로 핵 보유 능력을 키워온 북한에 대한 공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 무기 완성을 못한 이란과 달리 이미 수십기의 핵을 보유했고, 러시아와 중국의 개입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란 핵시설을 공격한 미국의 벙커버스터(GBU-57)가 북한 핵시설의 완벽한 파괴도 쉽지 않다. 북한의 지하 시설과 분산된 핵 인프라는 공습의 기술적 어려움을 가중 시켰다. 영변, 강선, 평산 등 시설은 산악 지형(최대 100m 깊이)과 이동식 발사대(TEL)로 보호되고 있다. 이란의 포르도(80m 깊이) 타격에서도 완전 파괴가 불확실했던 점을 고려할 때, 벙커버스터로 북한 핵 시설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북한 핵시설 공습은 이란 공습과 달리, 한반도의 고밀도 인구와 지리적 근접성(38선, 서울 50km 이내)으로 인해 전례 없는 인명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북한의 핵 반격(서울 또는 주일 미군기지 타격)이나 재래식 공격(장사정포 1시간 내 10만 발)은 민간인 사망자를 수십만~수백만 명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 방사능 유출과 난민은 인도적 재앙을 유발 시킬 수 있다.

22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북한 핵시설 선제공격이 쉽지 않은 여섯 가지 이유로 △북한의 선제적, 대대적 핵공격 능력 △한국 정부와 국민 동의 필요 △한국의 인적·물적 피해 △주한미군의 피해 △러시아의 자동 개입 △중국의 군사적 지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특히 북한의 완성된 핵무기(40-50기)와 보복 능력은 공습의 가장 큰 제약 요인이다. 이란은 핵무기 완성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으나, 북한은 지난 2006~2017년 6차례 핵실험과 ICBM(화성-15, 17, 19)으로 미국 본토와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타격이 가능해졌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난 2020년 이란의 제한적 보복(이라크 미군 기지 공격)과 달리 전면적 핵전쟁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아울러 "만약 동맹국인 한국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공격한다면 한미관계 파탄, 반미여론, 대규모 반전 및 반미 시위 직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미 동맹조약에 따라 미국이 북한 핵시설을 공습하려면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가 필수적이다
북한은 지난 2022년 9월 채택한 '핵무력정책에 대한 법령'에 따라 핵무기의 선제적 이용과 전술핵 배치를 공식화했다. 핵무기를 방어적인 목적으로만 사용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적의 침략·공격기도 격퇴와 보복 타격을 위한 목적으로도 핵무기 사용 가능하다. 북한 지도부가 존립 위기에 놓이게 되면 핵을 선제적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한국과 주한미군의 인적, 물적 피해도 우려된다. 북한은 미국의 공습에 대응해 한국을 주요 타격 목표로 삼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서울과 수도권(인구 2250만 명)에 집중된 장사정포(170mm 자주포, 240mm 방사포)와 단거리 미사일(KN-23, 사거리 900km)로 즉각적 공격을 의미한다. 이미 많은 시뮬레이션에서 이란의 피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참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됐다.


주한 미군의 피해도 불가피해진다. 2만8500명에 달하는 주한미군은 북한의 보복 공격시(미사일, 화학무기, 특수부대 침투)의 직접적 표적이 될 수 있다. 북한은 화학무기 재고(5000톤 추정)와 특수부대(20만 명)를 활용해 주한미군 기지를 마비시키려 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와 중국의 개입 가능성도 크다. 이란과 달리 러시아는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에 따라 자동개입하게 된다. 또한 중국은 미국의 북한 핵시설 공습을 한반도 안정과 북중 국경 안보에 대한 직접적 위협으로 간주하게 된다.

지난 1961년 채택 이후 사실상 사문화된 조중조약 제2조(상호 군사 지원)에 근거해 북한에 제한적 군사 지원을 제공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이란 핵시설 파괴 관련 소문의 확산에 따른 북한 군부 의욕 저하와 내부 통제력 약화 가능성도 제기됐다.

임 교수는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선제 공격은 실행 가능성이 낮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심리적으로는 상당한 충격과 공포를 안겼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그렇지만 "지난 2018년 미국의 이란 핵합의(JCPOA) 탈퇴와 2019년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로 이미 굳어진 미국 불신이 이란 핵시설 타격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향후 북한과 핵 협상에서 창의적이고 대담한 외교 전략을 주문했다.

미국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기지에서 벙커버스터 폭탄이 관리되고 있다. AP/뉴시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 영변에 새 핵시설이 들어서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의 핵 전문가가 해당 시설로 추정되는 위성사진을 공개하며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생산성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미들베리 국제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교수가 지난 10일 핵·미사일 전문 웹사이트 '암스컨트롤웡크'에 올린 해당 핵시설의 위성사진 갈무리. 뉴시스

미국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기지에서 벙커버스터 폭탄이 관리되고 있다. AP/뉴시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 영변에 새 핵시설이 들어서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의 핵 전문가가 해당 시설로 추정되는 위성사진을 공개하며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생산성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미들베리 국제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교수가 지난 10일 핵·미사일 전문 웹사이트 '암스컨트롤웡크'에 올린 해당 핵시설의 위성사진 갈무리.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을 현지지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을 현지지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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