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에 도취돼 실패 반복한 역대 정부
강렬한 서사로 권력 잡은 이재명 정부
소통·공감 차별화로 초심 잃지 말아야
이재명 정부를 탄생시킨 승리의 서사는 강렬하다. 계엄이라는 헌정사 초유의 위기를 반전시켜 불통에 갇힌 집권세력을 심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우여곡절 끝에 온갖 논란과 고비를 넘어서며 국민의 부름을 받았다. 바꾸고 달라져야 한다는 절박한 민심의 열망까지 떠안았다. 입법권에 더해 행정권을 거머쥔 절대 권력으로 불린다. 주목받고 돋보일 만한 극적인 요소를 모두 갖췄다.
역대 정부도 임기 초반 이 같은 정점의 순간을 거쳤다. 하지만 자신감에 도취돼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다가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았다. 탄핵 사태를 딛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촛불로 상징되는 시대정신을 앞세웠다. 광장의 함성은 이 대통령이 대선과정에서 내건 빛의 혁명 못지않았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속 시원하게 휘두르는 개혁의 칼날에 여론은 환호했다.
상황을 오판했다. 적폐청산에 과도하게 쏠려 정치적 정당성마저 빛이 바랬다. ‘우리가 옳다’는 자기확신은 부동산 시장의 혼란과 불안을 초래했다. 남북관계에 순풍을 불어넣으며 주인공 행세를 했지만 그마저도 단역으로 추락하면서 처지가 군색해졌다. 여러 분야에서 진즉 경고음이 울렸는데도 정권은 애써 무시하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강렬한 서사로 권력 잡은 이재명 정부
소통·공감 차별화로 초심 잃지 말아야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
이재명 정부를 탄생시킨 승리의 서사는 강렬하다. 계엄이라는 헌정사 초유의 위기를 반전시켜 불통에 갇힌 집권세력을 심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우여곡절 끝에 온갖 논란과 고비를 넘어서며 국민의 부름을 받았다. 바꾸고 달라져야 한다는 절박한 민심의 열망까지 떠안았다. 입법권에 더해 행정권을 거머쥔 절대 권력으로 불린다. 주목받고 돋보일 만한 극적인 요소를 모두 갖췄다.
역대 정부도 임기 초반 이 같은 정점의 순간을 거쳤다. 하지만 자신감에 도취돼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다가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았다. 탄핵 사태를 딛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촛불로 상징되는 시대정신을 앞세웠다. 광장의 함성은 이 대통령이 대선과정에서 내건 빛의 혁명 못지않았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속 시원하게 휘두르는 개혁의 칼날에 여론은 환호했다.
상황을 오판했다. 적폐청산에 과도하게 쏠려 정치적 정당성마저 빛이 바랬다. ‘우리가 옳다’는 자기확신은 부동산 시장의 혼란과 불안을 초래했다. 남북관계에 순풍을 불어넣으며 주인공 행세를 했지만 그마저도 단역으로 추락하면서 처지가 군색해졌다. 여러 분야에서 진즉 경고음이 울렸는데도 정권은 애써 무시하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기조인 실용주의를 먼저 강조했다. 좌파도 우파도 아닌 실용을 외쳤다. 그러나 속도와 성과를 우선시하다가 효율 위주의 일방통행으로 변질됐다. ‘고소영’(고대·소망교회·영남) 인맥의 코드인사를 줄곧 지적해도 아랑곳없었다. 4대강 사업과 공기업 민영화를 졸속으로 추진하며 잡음을 키웠다.
박근혜 정부는 민주화 이후 유일한 과반 득표율로 출발선에 섰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 박정희의 유산, 여당의 강력한 지지라는 프리미엄을 업고 기세가 하늘을 찔렀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캠프 출신과 측근들을 요직에 앉히고 그들만의 리그로 벽을 쌓아 소통을 거부했다. 집권자의 문제를 알면서도 침묵하며 눈치만 봤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무기력한 컨트롤타워와 붕괴된 시스템의 실체가 여실히 드러났다. 급기야 사적 권력이 정권을 집어삼키는 국정농단으로 자멸했다. 오만하고 폐쇄적인 정권은 그렇게 종지부를 찍었다.
윤석열 정부는 정권교체를 전리품으로 착각했다. 대통령실을 멋대로 옮기고 수틀리면 여당 대표를 바꿨다. 유권자가 위임한 권력의 한계를 무시하며 국민 눈높이를 외면했다. 심지어 총선 참패로 회초리를 맞고도 정신차리지 못하고 현실을 부정했다. 대화를 거부하며 외골수로 억지주장을 고집했다. 정상궤도로 돌아올 수 있는 숱한 기회를 날렸다. 계엄에 따른 몰락은 자업자득이었다. 더 지켜볼 것도 없었다.
이처럼 반면교사로 삼을 실패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는 상당한 호평 속에 임기를 시작했다. 아집을 버리고 공감대를 넓히고 소통을 늘리면 된다. 권력의 속성상 내키지 않는 일이다. 더구나 지금은 기대가 비판을 압도하는 집권 초기다. 기회인 동시에 밀어붙여도 어지간하면 명분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시기다.
내일부터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새 정부 내각의 핵심을 검증하는 자리다. 석연찮은 금전거래에 각종 의혹이 불거졌다. 시빗거리를 없애려면 충실한 소명뿐이다. 초심을 잃지 않길 바란다. 국정의 발목을 잡히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김광수 정치부장 rollings@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