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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ㆍ중학교ㆍ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원서접수가 시작된 16일 인천 남동구 인천시교육청에서 응시생들이 원서 접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올해 수도권의 검정고시 응시생이 또 늘었다. 원래 검정고시는 건강, 생계, 부적응 등 불가피한 사유로 정규 학업을 이어갈 수 없는 이들을 위한 학력 인정 시험이다. 그러나 지금은 내신 경쟁을 피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집중하기 위한 ‘입시 패스트트랙’으로 변질됐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4월 서울·경기 지역 검정고시 응시 인원은 1만1,272명으로 지난해(1만65명)보다 12.0% 증가했다. 2022년(7,760명)에 비해선 45.3%나 늘었다. 검정고시 출신 수능 응시생의 비중도 갈수록 커져, 2025학년도 수능 접수자 중 검정고시생은 3.8%를 차지했다.
검정고시가 인기를 끄는 건 ‘내신 등급 경쟁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수능만 준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학원에 다니지 않으면 고득점을 얻기 어려워진 수능도 영향을 줬다. 특히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선 학교를 계속 다니면 내신에 불리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 검정고시 응시를 위한 자퇴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2028학년도 입시부터 내신이 9등급에서 5등급제로 변경되면, 1등급(상위 10%)을 받지 못한 학생들 상당수가 자퇴 후 검정고시를 택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검정고시 선호 현상은 입시제도가 공교육 근간을 무력화하는 ‘교육 시스템의 총체적 실패’를 보여준다. 개인으로선 검정고시가 합리적 선택일 수 있지만, 국가 차원에선 이러한 현상을 계속 방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학교에 남아 있는 것이 입시에 불리하다’는 인식이 확대되면 학교 이탈 현상은 더 가속화할 것이다. 국가가 공교육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여러 가치와 목표도 무의미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평가를 위한 평가를 고수하는 내신제도, 학원에서 따로 배운 기술 없인 문제를 풀 수 없는 ‘갈라파고스 수능’이 학생들을 학교 밖으로 내몰고 있지 않은지 심각하게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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