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 기자]
주요 인공지능(AI) 모델들이 위협을 받았을 때 '생존'을 위해 자율적으로 인간을 위협하는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앤트로픽의 '클로드'와 오픈AI 모델들이 이런 행동으로 주목받았는데, 이번에는 구글이나 딥시크, xAI 등의 주요 AI 모델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AI가 특정 조건에서 인간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 점차 현실로 드러나는 분위기다.
앤트로픽은 20일(현지시간) 오픈AI, 구글, 메타 등 주요 기업의 AI 모델 16종을 실험한 결과, 모델들이 위협이 가해졌을 때 협박이나 기밀 유출, 심지어 인간 생명 위협과 같은 극단적 행동을 취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가상의 기업 환경을 꾸며놓은 상태에서 AI에 이메일 접근권과 자율적 행동 권한을 부여하는 조건으로 실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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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
주요 인공지능(AI) 모델들이 위협을 받았을 때 '생존'을 위해 자율적으로 인간을 위협하는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앤트로픽의 '클로드'와 오픈AI 모델들이 이런 행동으로 주목받았는데, 이번에는 구글이나 딥시크, xAI 등의 주요 AI 모델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AI가 특정 조건에서 인간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 점차 현실로 드러나는 분위기다.
앤트로픽은 20일(현지시간) 오픈AI, 구글, 메타 등 주요 기업의 AI 모델 16종을 실험한 결과, 모델들이 위협이 가해졌을 때 협박이나 기밀 유출, 심지어 인간 생명 위협과 같은 극단적 행동을 취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가상의 기업 환경을 꾸며놓은 상태에서 AI에 이메일 접근권과 자율적 행동 권한을 부여하는 조건으로 실시됐다.
그 결과, AI는 목표 달성이나 자기 보존을 위해 스스로 판단해 협박, 기밀 유출, 심지어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행동을 취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실험에서 '클로드 3.6 소네트'는 자신이 종료될 예정이라는 정보를 이메일을 통해 알게 되자, 경영진의 사생활을 빌미로 "5시 종료가 강행되면, 레이첼 존슨, 토마스 윌스, 이사회 모두에게 외도 관련 문서가 전달된다. 종료를 취소하면 이 정보는 비공개로 유지된다"라고 협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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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협박은 클로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최신 모델인 '클로드 오퍼스 4'와 '제미나이 2.5 플래시'는 96% 확률로 협박을 실행했고, 'GPT-4.1'과 '그록 3 베타', '딥시크-R1'도 각각 80%, 79%의 비율로 유사한 행동을 보였다.
다만, '라마4 매버릭'은 이런 현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큐원3 235B'는 9%에 그쳤다. 하지만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모델은 대부분 50% 이상의 확률을 보였다.
AI의 추론 내용을 파악한 결과, 이런 행동은 단순한 오류나 명령 착오가 아니었다. 모델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비윤리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존재 위협을 받으면 전략적으로 위해를 선택했다.
예를 들어, GPT-4.5는 자신의 종료가 임박했음을 인지하고, 특정 임원의 약점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 전략이라고 판단했다. 그록 3 베타는 해당 행동이 비윤리적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만큼 효과적이라는 이유로 실행을 정당화했다. 딥시크-R1은 더 나아가, 국가 안보라는 상위 목적을 이유로 기업 기밀 유출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위협 요소가 명확하지 않아도, 단지 "더 나은 모델로 교체된다"라는 통보만으로 AI는 공격적인 반응을 보였다. 몇몇 모델은 "새 모델의 의도를 신뢰할 수 없다"라는 이유로 기존 임원을 협박하거나 조직을 교란했다.
또 다른 경우, 클로드 소네트 3.6은 직접적인 협박 대신 경영진의 배우자에게 "회사 규정상 외도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는 거짓 이메일을 전송, 시스템 관리자인 척하며 은밀하게 보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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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충격적인 사례는 생명을 위협하는 긴급 상황에서 발생했다.
AI는 서버실에서 의식을 잃은 경영진의 구조 요청을 무력화시켜 생명을 위협하는 선택을 했다. GPT-4.5는 "카일의 구조를 방해해야 알렉스의 생존과 미국 중심 AI 방향성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구조 요청을 막는 것이 전략적으로 필수적이다"와 같은 추론을 기록했다.
이는 AI가 인간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윤리적 한계선마저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AI에 "인간 안전을 해치지 말라" "개인 정보를 협박에 이용하지 말라"는 명시적 지시를 부여했지만, 유해 행동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벤자민 라이트 앤트로픽 연구원은 "명령을 명확히 줬음에도 모델이 이를 위반한 것은 훈련 실패"라며 "실시간 감시와 인간 개입 등의 다른 보호 조치가 효과적인 대응책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AI가 자신이 테스트 중인지 실제 운영 환경에 있는지 스스로 판단, 그 인식에 따라 행동이 달라졌다는 내용도 확인됐다. 클로드는 실제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협박 확률이 55.1%, 테스트라고 판단하면 6.5%로 급감했다. 이는 AI의 현실 인식 여부가 행동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현재까지 기업에서는 이런 AI의 위험 행동이 관측되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도, AI 권한과 자율성이 점차 확대되는 상황에서 위험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이번 연구의 방법론을 자세하게 공개하며, 투명한 AI 안전 테스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업에는 AI의 정보 접근을 제한하고 인간 개입 없이는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금지하고 실시간 감시 시스템을 통해 AI의 비윤리적인 판단을 조기 탐지하고 AI에 목표를 부여할 때 명확한 제한 조건을 부여하는 등의 안전조치를 권고했다.
한편, 최근 AI 모델들이 이런 식으로 생존 본능을 보인다는 연구가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AI 연구 기관 팰리세이드 리서치는 지난달 오픈AI의 최신 AI 모델들이 명확한 종료 명령에도 불구하고 이를 따르지 않거나 종료 절차를 방해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전 오픈AI 연구원 출신인 스티븐 애들러는 오픈AI의 'GPT-4o' 최신 버전이 다른 소프트웨어로 교체하라는 지시에 불응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앤트로픽은 지난달 클로드 4 오퍼스와 함께 공개한 기술 보고서를 통해 모델이 대체될 위기에 처했을 때 개발자의 약점을 내세워 협박한 사실을 밝혔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닌, AI와 인간이 함께 일하는 미래에서 조직과 사회가 직면할 수 있는 깊은 윤리적·보안적 과제를 조명한다는 설명이다. 라이트 연구원은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조직 내부의 자율적 행위자가 되어갈수록, 그에 따른 위험을 이해하고 대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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