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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숨진 노동자 ‘70대 노모’에 손배청구서 내민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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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숨진 노동자 ‘70대 노모’에 손배청구서 내민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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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와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2022년 10월 27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대법원의 불법파견 인정 판결을 받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와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2022년 10월 27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대법원의 불법파견 인정 판결을 받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현대자동차가 15년 전 파업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벌이던 노동자가 숨지자, 이 노동자의 70대 노모에게 배상 책임을 대신 묻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에 재갈을 물리는 손해배상소송 자체도 부당한데, 당사자가 세상을 떠났으니 나이 든 어머니가 대신 돈을 물어내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동안 노조 파업에 대한 회사 쪽의 손배소송이 숱하게 있었지만, 이렇게 비정하고 반인권적인 경우는 처음이다.



22일 한겨레 보도를 보면, 현대차는 비정규직 노조가 ‘불법파견 노동자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2010년 11월과 2013년 7월 울산공장에서 벌인 파업에 책임을 묻는 손배소송의 당사자인 송아무개씨가 지난 1월 숨지자, 상속인인 75살 노모에 피고인의 지위를 승계하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현대차 사내하청업체 소속이었던 송씨는 두 차례 파업에 가담해 각각 1시간가량 생산라인을 멈춰 세웠다. 송씨 등 7명에게 2심에서 선고한 두 사건의 배상 원금은 6062만원이지만, 그동안 쌓인 지연이자만 1억7733만원으로 모두 2억3800여만원이나 된다.



하지만 2023년 6월 대법원은 파업 당시 발생한 손해가 나중에 추가 생산 등으로 회복됐다며 사건을 돌려보냈고, 울산지법과 부산고법에서 다시 심리 중이다. 송씨는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2022년 10월 최종 승소해 정규직으로 전환됐었다. 애초 파업 이유였던 ‘불법파견’이 대법원에서 인정받은 데 이어, 파업으로 인한 손해 또한 회복됐다고 대법원이 확인한 것이다. 법적으로도 송씨를 비롯한 하청노동자들이 져야 할 책임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그동안의 불법 행위를 사과하고 과도한 보복 소송을 취하하기는커녕, 송씨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가족에게 연대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판매량 기준 세계 3위 자동차 회사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은가.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두 차례에 걸쳐 거부권을 행사했던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을 국정기획위원회 핵심 과제로 선정해 공약 이행에 나설 방침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송씨의 경우처럼 합법적 노동쟁의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배상 책임은 물을 수 없게 된다. 이는 국제노동기구(ILO)가 반복적으로 요청해온 ‘글로벌 스탠더드’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현대차도 이제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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