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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며느리’에게 잘했다면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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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며느리’에게 잘했다면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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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5일 열린 퀴어문화축제의 진보당 부스에는 ‘남자 며느리? 오히려 좋아’ ‘여자 사위? 너무 기대됨’이라는 구호가 걸려 있었다. 동성 배우자를 긍정하는 이 구호의 유래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차별금지법이 정부안으로 처음 발의되자 보수 개신교 등은 “며느리가 남자라니 동성애가 웬말이야”라는 구호가 적힌 반성소수자 펼침막을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앞 등에 내걸었다. 마침내 한반도에 조직화된 반성소수자 운동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김지혜 강릉원주대 교수는 저서 ‘가족 각본’에서 이 구호가 “이 사회가 평등을 추구한다면 맞서서 해체해야 했을 가족 질서가 뿌리 깊게 남아 있음을 간접적으로 일깨운다”고 분석했다.



반성소수자 운동은 해마다 ‘며느리가 남자라니’를 들고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했다. 2013년 게이 커플 김조광수·김승환의 결혼식에는 ‘며느리가 남자라니 농번기에 좋겠구나’라고 혐오를 긍정으로 비틀어 ‘미러링’(반사)한 구호가 등장했다. 2025년 퀴어문화축제에 내걸린 ‘남자 며느리? 오히려 좋아’도 이런 ‘미러링’의 결과다.



반성소수자 운동은 10여년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바로 옆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올해 6월15일 서울 광화문에도 ‘거룩한 방파제’가 등장했다. 거룩한 방파제는 차별금지법을 막는 소임을 자임하는 단체의 이름이자 집회명이다. 거룩한 방파제를 이끄는 인물은 12·3 내란사태 뒤 여의도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운동을 이끈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이다. 2010년대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가장 반동성애 운동에 열심이었을 당시에 대표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였다.



전 목사는 “동성애와 주사파 척결”을 외쳤다. 이렇게 반동성애 운동은 동성애만 반대하지 않았다. 21세기 한국 극우는 반공 이데올로기를 계승하고 반성소수자 운동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바른 성문화’ 같은 이름으로 윤리의 심판을 자임했고, 뉴라이트 역사관과 결합해 이승만을 국부로 가르쳤으며, 최근엔 ‘윤 어게인’으로 이어졌다. 댓글공작 의혹을 받는 리박스쿨은 그 결속의 최신 증거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극우세력과 맞서는 일이자 극복하는 방법이다. 지난 20년 한국 사회가 ‘그 며느리’한테 잘했다면 어땠을까. 계엄 선포를 예언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는 차별금지법에 대해 묻자 “사회적 합의”라는 답을 반복했다. 강산이 두번 변하도록 도돌이표다.



신윤동욱 디지털뉴스팀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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