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 협상하던 이란 핵 시설 3곳 정밀 폭격 주장
북한도 '새 전략 구상' 필요해진 상황…"핵 보유 더 정당화" 예상도
![]() |
이란의 핵 시설인 포르도 위성 사진. 2025. 06. 18 ⓒ AFP=뉴스1 ⓒ News1 박우영 기자 |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미국이 이란의 핵 시설을 전격 공습했다.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핵 협상'의 상대국이었던 이란을 직접 공격하면서 중동 사태에 무력 개입을 한 것이다. 미국의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는 북한의 입장에선 미국의 이란 공격을 자신들에게 던지는 '경고장'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22일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대국민 담화를 통해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 등 이란 핵 시설 3곳에 대한 폭격을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지하시설의 초토화를 목적으로 한 6발의 '벙커버스터' 미사일까지 동원해 이란이 핵 시설을 쉽게 복구하지 못하도록 정밀 공격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 시설 위치도 미국 감시망 안에…마음만 먹으면 때린다
미국은 이스라엘과의 협조로 이란의 핵무기 제조 시설, 핵 물질 생산 시설 등 주요 핵 관련 시설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해 공격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 시설은 평양 인근의 영변과 강선에 집중돼 있다. 북쪽 자강도 일대를 비롯해 핵미사일 생산 시설은 곳곳에 산개된 것으로 추정된다. 영변과 강선은 이미 위치가 널리 알려졌지만, 미국은 대중에 노출되지 않은 시설의 위치나 역할도 다각적 정보망으로 상당 수준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에 북한 내부에서는 미국의 이란 폭격을 적잖은 충격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여러 핵 시설이 단순히 미국의 정보망에 노출만 되는 것과, '대화가 안 되면 핵 시설을 때릴 수 있다'는 명제가 설정된 상황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역시 미국의 정보망에 주요 동선이 노출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신변 안전 문제와도 직결된 사안이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은 이번 사태를 '미국의 경고장'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유세 때부터 북한을 '핵 보유국'(nuclear power)로 부르며 대화와 협상을 재개하자고 제안했지만, 북한의 반응은 냉랭하다. 처음 '핵 보유국' 발언이 나왔을 때는 미국이 북한의 입지를 한껏 추켜세우는 것으로 해석됐지만, 이란 공습이 이뤄진 현재의 상황에서는 핵을 보유한 북한 역시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로도 해석할 여지가 생겼다.
![]()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News1 DB |
북한, '새로운 미국' 상대 방안 다각화…러시아 통해 억지력 확보 예상
북한은 이제 핵 시설을 공격할 수 있는 '새로운 미국'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내부적으로 대미 구상을 보다 심화하면서 외교 전략에 새로운 관점을 부여할 수요가 커진 셈이다.
물론 이란과 북한의 국제적 입지, 핵무기 보유 상황이 다르다는 점에서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북한 내부적으로는 미국과의 대화를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추진하는 방향의 외교 전략을 수립할 필요성과 미국에 대한 억지력을 높이기 위해 러시아와 더 장기적 관점에서 밀착을 강화하는 방안이 주요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북 접근법이 이란에 대한 접근법과는 판이하게 달라 북한에 대한 미국의 공습은 상정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그러나 북한 내부에서 외교 전략의 변화 필요성이 제기될 가능성은 있다고 봤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이란은 핵 개발의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에 타격이 가능했지만,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가 실제 군사작전을 단행한 첫 사례인 만큼 북한도 내부적으로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북한은 이번 사태를 핵무기 보유의 정당성을 더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도 "미국이 이란을 때릴 수 있었던 것은 중동에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지만, 북한과의 전쟁은 훨씬 더 큰 전략적 위험이 따른다"라고 지적했다.
김정 북한대학교대학원 교수 역시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란처럼 쉽게 타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상황이 전혀 다르다"라고 봤다. 다만 김 교수는 "미국이 군사 옵션을 현실화한 점에서, 북한 내부적으로 '대미 강경 외교'의 실효성을 다시 검토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yoong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