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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두 선수 외에도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선수가 있었다. 바로 연장 10회 등판해 1이닝을 막아낸 팀 셋업맨 노경은(41·SSG)이었다. 노경은은 2-2로 맞선 연장 10회 마운드에 올라 김건희를 중견수 뜬공으로, 박수종을 헛스윙 삼진으로, 그리고 송지후도 3구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1이닝을 깔끔하게 삭제했다. SSG가 분위기를 이어 갈 수 있는 호투였고, 이 흐름은 연장 11회 석정우의 투런포로 이어졌다.
노경은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것은 그렇게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올해 등판한 거의 대부분의 경기에서 그랬다. 팬들의 두 눈이 동그랗게 떠진 부분은 바로 구속이었다. 이날 노경은은 시속 150㎞에 이르는 빠른 공을 던졌다. KBO리그 공식 구속 측정 플랫폼인 ‘트랙맨’에 따르면 최고 구속은 김건희 타석 6구째 기록은 150.2㎞였다. 올해 노경은이 처음으로 시속 150㎞를 넘긴 날이었다.
KBO리그의 구속 혁명 속에 시속 150㎞는 이제 거의 대부분의 경기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수치다. 그러나 노경은은 올해 41세의 선수라는 점에서 더 조명받을 만한 값어치가 있었다. KBO리그 역사상 41세 시즌에 150㎞를 던진 전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41살에 공을 던지고 있다는 것도 사실 예전에는 상상하기 쉽지 않았던 일인데, 생생한 150㎞를 제구와 함께 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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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은은 당시 상황에 대해 “경기 전 준비도 잘했고 팔도 가벼웠다.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전광판에 150㎞가 찍혔더라. 그날 경기가 워낙 타이트했고, 점수를 주면 끝내기 상황이었다. 그래서 매구마다 전력 투구를 했다. 힘이 더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150㎞짜리 공이 몇 개 나온 것 같다”고 떠올렸다. 컨디션도 좋았고, 경기에 몰입하면서 평소보다 구속이 더 나왔다는 것이다.
오히려 구속에 의식하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노경은은 “구속을 의식하고 던졌을 때는 149㎞까지만 나왔다.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던졌더니 150㎞가 찍혔다”고 하나의 깨달음을 이야기 한 뒤 “그날 경기에서는 너무 힘이 많이 들어가지 않도록 나 스스로를 가라앉히려고 했다”고 말했다. 적당한 긴장과 평정심의 조합이 41세 투수의 150㎞ 클럽 가입이라는 역사적인 현장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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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철저하게 몸 관리를 하는 선수로 정평이 나 있다. 후배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운동을 쉬지 않는다. 비시즌에도 마치 바로 내일 공을 던질 것처럼 훈련을 하는 선수다. 1년 내내 어깨가 상시 대기되어 있다. SSG가 노경은과 2+1년 총액 25억 원에 계약한 것은, 기량 외에도 이런 성실함이 후배들에게 커다란 긍정적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꽤 버거울 법한 일정에도 전혀 지치지 않고 SSG의 막강한 필승조를 이끌고 있다. 올해도 80이닝 페이스지만, 김민이나 이로운과 같은 필승조 투수들의 지원 속에 등판 간격이나 등판시 이닝 소화 자체는 예년에 비해 관리가 잘 되는 양상이다. 작년보다 더 좋은 성적도 기대할 만하다. 탱크에 기름이 충분히 남아 있다는 노경은의 호언장담은 허풍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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