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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사건 해결하는 수도승…'캐드펠 수사 시리즈' 프리퀄 출간

연합뉴스 황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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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사건 해결하는 수도승…'캐드펠 수사 시리즈' 프리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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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가 "가장 뛰어난 추리소설가" 극찬한 엘리스 피터스 작품
'특이한 베네딕토회: 캐드펠 수사의 등장' 표지 이미지[북하우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특이한 베네딕토회: 캐드펠 수사의 등장' 표지 이미지
[북하우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12세기 영국 슈루즈베리의 성 바오로 수도원에는 '캐드펠'이라는 이름의 나이 든 수사가 있다.

캐드펠은 신에게 스스로를 바친 수도승이지만, 전직 군인이라 세상 물정에 밝고 약제학 전문가인 데다 탁월한 추리력과 통찰력까지 겸비했다.

이런 남다른 능력 덕분에 수도원 외부와 교류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자연스레 캐드펠이 나서게 된다. 살인이나 실종, 납치 등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면 캐드펠 수사가 능력을 발휘해 진상을 밝혀낸다.

영국 여성 작가 엘리스 피터스(1913∼1995)는 탐정 역할을 중세 영국 수도승이라는 독특한 인물과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추리소설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명작 반열에 올려놓았다.

출판사 북하우스는 최근 이 시리즈의 프리퀄(시간상 앞선 이야기를 다룬 속편)인 단편소설집 '특이한 베네딕토회: 캐드펠 수사의 등장'(이하 '특이한 베네딕토회')을 국내에 처음 번역 출간했다.

북하우스는 1997∼2003년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20권으로 펴냈는데, 이번에 전체 시리즈의 개정판을 내면서 프리퀄인 '특이한 베네딕토회'를 21권으로 함께 출판한 것이다.


'특이한 베네딕토회'에 수록된 단편들은 시간 순서상 1∼20권보다 앞서는 이야기를 다룬다. 수도승이 되기 전 캐드펠의 인간적 모습을 심층적으로 보여주는 3개의 단편이 실렸다.

순서상 가장 먼저 수록된 단편 '우드스톡으로 가는 길에 만난 빛'은 캐드펠이 영국군 용병으로 프랑스와의 전쟁에 출전했다가 전쟁이 끝나 돌아가던 중 이권을 두고 소송전을 벌이는 두 수도원의 암투에 휘말리는 과정을 담았다.

이어지는 '빛의 가치'와 '목격자'는 캐드펠이 수도원에 들어간 이후의 이야기다. '목격자'에서 캐드펠 수사는 절도와 살인 미수 사건의 범인을 찾고 사건의 진상을 밝히며 1∼20권에서의 활약을 떠올리게 한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북하우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캐드펠 수사 시리즈'
[북하우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유럽 중세 시대 수도승이 등장하는 추리 소설로는 이탈리아 작가 움베르토 에코(1932∼2016)가 1980년 펴낸 '장미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지만,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1977년 시리즈 첫 작품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이 발간돼 시대적으로 더 앞선다.

움베르토 에코는 생전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하며 "엘리스 피터스는 가장 뛰어난 추리소설 작가"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시대 배경이나 수도승이라는 주인공의 직업 외에도 매력적인 인물 묘사가 특징으로 꼽힌다.


캐드펠 수사는 중세의 인물임에도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처럼 매우 합리적이고 이성적일 뿐 아니라 단죄보다 피해자의 치유를 더 중요시하는 따뜻한 인간미를 가진 인물로 묘사돼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이는 많은 추리소설 속 탐정 캐릭터가 합리성과 이성을 극도로 강조한 나머지 냉정한 인물로 그려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같은 장점들 덕분에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세계 22개 국가에서 번역 출간됐으며 영국 공영방송사 BBC가 드라마로 제작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엘리스 피터스는 미국 에드거 앨런 포 상, 영국 추리작가협회가 시상하는 실버 대거 상을 받았고, 영국 문학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엘리자베스 2세 여왕로부터 훈장도 받았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추천사를 쓴 소설가 정세랑은 "소박하고 담백하게 시작해 역사의 큰 톱니바퀴와 힘 있게 맞물려 들어가는 놀라운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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