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이란-이스라엘 전쟁
이란은 이미 NPT 가입국이지만
우라늄 농축 권리도 인정 못 받아
"이스라엘 공습과 미국의 지원은
'核이 궁극적 안보' 메시지 보낸 셈"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와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 등에 따르면 현재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9개다. 미국ㆍ러시아ㆍ중국ㆍ프랑스ㆍ영국 등 5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이자 공인된 핵무기 보유국이다. 이에 비해 인도ㆍ파키스탄ㆍ이스라엘ㆍ북한은 NPT 미가입국이면서 핵무기 보유국으로 간주된다. 이 중 이스라엘은 국제적으로 공개적인 언급 자체가 없는 특이한 사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이 본격화하면서 강대국을 중심으로 핵무기 개발 경쟁이 가열되며 이를 통제할 국제사회의 공인된 시스템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NPT 체제가 성립됐다. IAEA는 1957년 유엔과 협력관계인 독립기구로 출범했다. 핵의 평화적 이용과 핵무기 전용 감시 등 원자력 이용에 있어 경찰 같은 역할이다. NPT는 1968년 유엔 총회에서 핵 통제 기본법으로 채택돼 1970년 발효됐다. 기존 5개국 외에는 핵무기 개발ㆍ보유 금지를 못 박았다. 다른 4개국 모두 NPT 체제 바깥에 있어 ‘사실상’ IAEA의 감시ㆍ통제를 받지 않는다.
국제 핵 통제 시스템은 외견상 핵 확산을 막고 평화를 지키기 위한 구조이지만, 실제로는 강대국 중심의 불평등 체제라는 비판이 진작부터 제기돼 왔다. 특히 이스라엘은 놀라울 만큼의 예외 사례다. 1950년대 중반 비밀리에 핵개발을 시작해 이미 1960년대에 핵탄두를 보유했음이 1986년 이스라엘 핵과학자의 폭로로 드러났지만, 미국과 서방은 NPT 미가입국으로 IAEA의 사찰도 거의 받지 않는 이스라엘에 제재나 압박을 가한 적이 없다. 이스라엘은 핵무기에 대해 ‘NCND’로 일관하고 있고 미국도 마찬가지다. 1969년 양국이 ‘이스라엘의 비공식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되 언급하지 않는다’는 각서에 서명한 결과다.
이란은 이미 NPT 가입국이지만
우라늄 농축 권리도 인정 못 받아
"이스라엘 공습과 미국의 지원은
'核이 궁극적 안보' 메시지 보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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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와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 등에 따르면 현재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9개다. 미국ㆍ러시아ㆍ중국ㆍ프랑스ㆍ영국 등 5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이자 공인된 핵무기 보유국이다. 이에 비해 인도ㆍ파키스탄ㆍ이스라엘ㆍ북한은 NPT 미가입국이면서 핵무기 보유국으로 간주된다. 이 중 이스라엘은 국제적으로 공개적인 언급 자체가 없는 특이한 사례다.
이스라엘 핵무기 묵인해온 ‘이중잣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이 본격화하면서 강대국을 중심으로 핵무기 개발 경쟁이 가열되며 이를 통제할 국제사회의 공인된 시스템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NPT 체제가 성립됐다. IAEA는 1957년 유엔과 협력관계인 독립기구로 출범했다. 핵의 평화적 이용과 핵무기 전용 감시 등 원자력 이용에 있어 경찰 같은 역할이다. NPT는 1968년 유엔 총회에서 핵 통제 기본법으로 채택돼 1970년 발효됐다. 기존 5개국 외에는 핵무기 개발ㆍ보유 금지를 못 박았다. 다른 4개국 모두 NPT 체제 바깥에 있어 ‘사실상’ IAEA의 감시ㆍ통제를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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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동준 기자 |
국제 핵 통제 시스템은 외견상 핵 확산을 막고 평화를 지키기 위한 구조이지만, 실제로는 강대국 중심의 불평등 체제라는 비판이 진작부터 제기돼 왔다. 특히 이스라엘은 놀라울 만큼의 예외 사례다. 1950년대 중반 비밀리에 핵개발을 시작해 이미 1960년대에 핵탄두를 보유했음이 1986년 이스라엘 핵과학자의 폭로로 드러났지만, 미국과 서방은 NPT 미가입국으로 IAEA의 사찰도 거의 받지 않는 이스라엘에 제재나 압박을 가한 적이 없다. 이스라엘은 핵무기에 대해 ‘NCND’로 일관하고 있고 미국도 마찬가지다. 1969년 양국이 ‘이스라엘의 비공식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되 언급하지 않는다’는 각서에 서명한 결과다.
이에 비해 이란은 NPT 가입국이지만 우라늄 농축 권리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IAEA 사무총장은 “원자력의 평화적 생산ㆍ이용을 위한 우라늄 농축은 NPT의 조약상 권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방의 대다수 정보기관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을 ‘임박한 위협’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음에도 이스라엘의 공습 직전 날 IAEA 이사회가 이란의 NPT상 안전조치 의무 미이행 결의안을 채택한 데 대해서도 물음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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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정근 기자 |
이란-이스라엘 전쟁 상황에선 서방의 이중잣대가 더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NPT 미가입국(이스라엘)이 NPT 가입국(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을 문제 삼으며 국제법을 어겨가면서 핵시설을 공습했는데, 미국과 서방 주요국은 오히려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옹호하고 있다. 적반하장이자 이중잣대이며 위선과 편견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핵무기가 궁극적 안보’라는 메시지”
엘바라데이는 이스라엘의 기습 공격과 미국의 지원에 대해 “협상이 아닌 힘에 의존하는 것은 NPT 체제를 파괴하는 확실한 방법”이라며 “많은 나라에 ‘궁극의 안보’는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이란 명확한 메시지를 보낸 셈”이라고 비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한 예방적 공격이라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이란과 다른 나라들에 핵무기 보유의 절실함을 각인시켰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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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수상자 세계정상회의에 참석한 모하메드 엘바라데이(맨 왼쪽)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히로시마=AP 연합뉴스2010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수상자 세계정상회의에 참석한 모하메드 엘바라데이(맨 왼쪽)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히로시마=AP 연합뉴스 |
그간 이란은 당장 핵무기를 만들기보다 ‘언제든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나라’로 인정받으려 해온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지난 3월 상원 정보위원회에 “이란의 농축우라늄 비축량은 최고 수준이며 핵무기가 없는 국가로는 전례가 없다”면서도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란이 NPT 탈퇴를 준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북한은 1993년 NPT에서 탈퇴한 뒤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양정대 선임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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