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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만원까지 빚 탕감 이재명표 ‘배드뱅크’…은행 지원 최소 3000억 필요

헤럴드경제 김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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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만원까지 빚 탕감 이재명표 ‘배드뱅크’…은행 지원 최소 3000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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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조정 프로그램’, 신용회복기금과 유사
2008년 당시 부실채권정리기금서 1조 조달
은행 직접 출연은 없었지만 이번에 상황 달라
가용 재원 1000억…최소 3000억 출연할 듯
금융당국이 이재명표 ‘배드뱅크’로 불리는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 재원 중 4000억원을 금융권 협의를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최소 3000억원은 금융권의 직접 출연을 통해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국내 4대 금융지주 본사 모습. [각 은행 제공]

금융당국이 이재명표 ‘배드뱅크’로 불리는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 재원 중 4000억원을 금융권 협의를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최소 3000억원은 금융권의 직접 출연을 통해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국내 4대 금융지주 본사 모습. [각 은행 제공]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이재명표 ‘배드뱅크’로 불리는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이 윤곽을 드러낸 가운데 이 사업에 대한 금융권의 출연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과 유사한 지난 2008년 신용회복기금의 경우 이미 은행으로부터 조성된 기금을 활용했지만, 이번에는 마땅히 활용할 재원이 없는 상황이라 최소 3000억원 이상을 은행 등 금융권에서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은 최근 발표한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과거 신용회복기금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과 신용회복기금은 취지나 형태 등에서 많은 점이 유사하다.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은 이재명 정부가 제21대 대선 때부터 추진해온 ‘배드뱅크’ 공약을 구체화한 사업이다.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 개인 무담보채권의 채무를 조정해주는 내용이 핵심이다.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출자해 만든 채무조정기구가 해당 채권을 금융사로부터 일괄 매입해 소각 또는 조정할 계획이다. 채무에 비해 상환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경우에는 원금을 최대 80% 감면해주고, 10년간 분할상환을 지원한다.

신용회복기금은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급증한 다중채무자와 저신용자를 구제하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정책성 기금이다. 200만~300만명의 신용불량자의 신용 회복을 목표로 추진됐다. 신용회복기금은 캠코 산하에 주식회사 형태로 설치됐다. 이번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도 부실채권 일괄 심사를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같은 형태로 추진하고 있다.

다만 두 기금 재원에 대한 금융권의 지원 방식은 다를 전망이다.


신용회복기금의 재원은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 휴면예금으로 설립된 소액서민금융재단을 비롯해 금융회사의 기부금 등으로 충당했다. 그중 은행권이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출연했는데, 이 금액은 원래 캠코에서 돌려받을 예정이었던 부실채권정리기금에서 나왔다.

부실채권정리기금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조성된 기금이다. 당시 금융기관도 부실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일부 금액을 출자했다. 이후 부실채권이 정상화되고 투자 금액보다 많은 금액이 회수됐는데, 해당 금액을 은행에 돌려주지 않고 신용회복기금 재원으로 쓴 것이다.

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은행을 비롯해 금융사들이 상당 규모의 자금을 직접 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는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위해 약 8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중 4000억원은 이번 2차 추경을 통해 마련하고, 나머지는 금융권과 협의를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지금 쓸 수 있는 재원으로는 국민행복기금 잉여금으로 조성했던 1000억원 규모의 장기소액연체지원재단 정도가 전부”며 “이번 프로그램에 이 금액을 투입하고 나머지를 금융권에서 지원받는 방안과, 4000억원을 모두 금융권에 요청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와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상환비율) 시행을 비롯해 연체율 상승 등 수익성과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은행들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은행권이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전략과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은 과거 신용회복기금 때처럼 은행들이 돌려받아야 하는 돈이 마땅히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사업에서는 은행들이 갖고 있는 돈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 부담이 더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