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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내 글로벌 균사체 플랫폼 기업될 것" 머쉬앤 정지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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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내 글로벌 균사체 플랫폼 기업될 것" 머쉬앤 정지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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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로 식량 불안정이 심화되는 가운데, 버섯 균사체 기술로 지속가능한 대안 제시

기후변화로 극한 기후가 빈발하면서 전 세계 식량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 기존 농업은 대량의 물과 토지를 필요로 하며, 식물성 단백질만으로 영양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특히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서는 안정적인 단백질 공급원 확보가 절실한 과제로 남아있다.

이런 가운데 버섯 균사체를 활용한 솔루션이 등장했다. 전주시 덕진구 연구특구에 위치한 머쉬앤(Mush&)은 적은 자원으로도 고기능성 성분을 생산할 수 있는 균사체 기술을 개발했다. 실제로 케냐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에서는 농가 소득이 4배 개선되는 성과를 보였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정지현 대표(31)는 "균사체 기반 대체단백질로 인류의 영양 불균형을 해소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식량 체계를 만들겠다"며 "노벨평화상에 도전하는 과학기반 식품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6명 규모의 이 스타트업은 2024년 3억원에서 올해 15억원으로 5배 성장이 목표이다. 버섯 균사체 기술을 바탕으로 기능성 식품과 코스메틱, 펫푸드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코이카(KOICA) 프로그램을 통한 케냐 진출로 글로벌 시장 확장에도 나서고 있다.

말라위 경험이 만든 사업 아이템
정지현 대표는 각종 배양기와 현미경이 즐비한 연구실에서 버섯 균사체 샘플을 보여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게 미래 식량의 핵심 소재에요. 기존 식물성 단백과는 차원이 다르죠."


그의 창업 스토리는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시작된다. 국내외 연구기관에서 버섯 연구를 하던 정지현 대표는 2019년 책임연구원으로 말라위에서 '버섯을 통한 지역 공동체 식량안보 향상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아이들이 웃으며 양송이를 수확하던 모습이 제 인생을 바꿨죠." 정지현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웃었다. "버섯은 적은 자원으로도 재배할 수 있고, 단백질과 기능성 물질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어요. 그때 막연했던 '버섯으로 인류의 식량 문제 해결한다'는 생각이 구체적인 사업 아이템으로 연결됐죠."

2021년 설립된 머쉬앤의 핵심은 기존 버섯 가공과는 다른 접근법이다. "버섯을 기르는 게 아니라 균사체를 직접 배양해 기능성을 설계합니다. 바이오 엔지니어링처럼요." 현재 자체 확보한 버섯 균주는 25종, 원료는 7종이다.


그가 강조하는 균사체의 강점은 세 가지다. β-글루칸과 에르고티오네인 같은 고기능성 성분을 자연스럽게 함유한다는 점, 생산 과정에서 물과 토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지속가능성, 그리고 다양한 산업 분야 활용 가능성이다.

"국내외 대학과 농촌진흥청, KAIST 등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기술을 축적해왔어요." 연구실 한편에는 다양한 균주 샘플들이 정돈되어 있었고, 각 라벨에는 기능성과 활용 분야가 세세하게 기록돼 있었다.

하지만 과제도 있다. 균사체 배양 기술의 상용화와 대량생산 체계 구축이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연구 단계에서 상업적 생산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술적, 경제적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지가 관건이다.




케냐 성과와 글로벌 진출 전략
머쉬앤의 글로벌 역량은 케냐에서 검증받고 있다. KOICA CTS 프로그램을 통해 케냐 JKUAT 대학과 협력해 스마트 버섯 모델팜을 운영 중이다.

"CTS 1단계에서 고온성 양송이 종균을 현지에서 직접 배양해 보급했어요. 일반 농가 테스트 결과 생산성이 크게 증가했고, 200명 이상에게 재배 교육을 실시했습니다." 정지현 대표는 농가 수익이 4배 개선됐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기술적 접근법이다. 그는 "Starlink 기반 연결망과 모바일 환경제어 시스템을 접목한 디지털 농업 기술로 코이카와 현지 정부로부터 평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현재 CTS 2단계 사업에 지원 중이며, 기후 및 농업 문제 해결을 위한 수직형 버섯팜 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이 사업은 단순한 ODA가 아니에요. 머쉬앤의 기술이 기후와 식량 위기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기회였습니다."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은 '로컬 파트너십 중심 모델'이다. 단순한 제품 수출이 아니라 현지 생산과 유통까지 연결되는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현지 파트너와 함께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싶어요."

올해는 싱가포르와 인도 시장 진출에 집중할 계획이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의 규제 대응, 현지 파트너 발굴, 문화적 차이 극복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전주 지역 기반 조직과 5배 성장 목표
많은 스타트업이 서울로 몰리는 상황에서 전주를 선택한 이유를 묻자, 그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답했다.

"전라북도는 대한민국 농업과 식품산업의 메카예요. 농생명 산업 인프라와 연구 기반이 탄탄한 지역이죠." 실제로 머쉬앤은 전북 지역 농생명 특화 기관들과의 협력을 통해 초기 스타트업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

현재 조직은 R&D, 사업개발, 생산기술, 해외사업 등 4개 축으로 구성됐다. 그리고 6명의 전담 인력과 여러 외부 파트너가 협업하고 있다. 정지현 대표의 리더십 철학은 "맥락을 공유하고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식"이다.

"구성원이 각자의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전반적 방향성만 설정하고, 실행은 믿고 맡깁니다." 사무실에서는 직급보다는 역할 중심의 수평적 소통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숫자로 보는 머쉬앤의 성장 계획은 공격적이다. 2024년 약 3억원의 매출은 원료 ODM 납품, 대체식품 원료 개발, R&D 과제 수주로 이뤄졌다. 올해 목표는 15억원 이상으로, 전년 대비 5배 성장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 핵심 전략은 세 가지예요. 글로벌 시장 진출과 기능성 원료의 고도화, 그리고 신규 B2B 파트너사 확보입니다."

가장 집중하고 있는 영역은 기능성 식품이다. 면역 건강, 혈당 조절 등 기능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한 식품 소재를 중심으로 B2B ODM 납품을 확대하고 있다. 향후에는 코스메틱과 펫푸드에서도 차별화된 제품군을 출시할 계획이며, B2C 브랜드 확장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이 이같은 야심찬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본 확보와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품질 관리 시스템 확립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



IP 전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IP-R&D 전략 수립 사업을 통해 기술 포지셔닝과 IP 매핑을 정교화했어요. 이를 통해 실제 국내외 파트너십 체결과 수출 상담까지 연결됐습니다."

현재 핀란드 헬싱키대학, 인도 마하자나연구소, 서울대 및 다양한 바이오벤처들과 오픈 이노베이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10년 내로 글로벌 식품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균사체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어요. 머쉬앤을 통해 '노벨평화상에 도전하는 과학기반 식품 기업'이라는 꿈을 이룰 거에요. 식량 문제 해결이야말로 인류 평화에 기여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지현 대표의 확신에 찬 비전과 구체적인 해외 진출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소규모 스타트업이 글로벌 대기업과 경쟁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실행력과 시장 대응에 달려있을 것으로 보인다. 말라위에서 시작된 작은 도전이 실제 글로벌 식량 체계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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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인터뷰는 벤처기업협회 설립 30주년을 맞아 협회가 추천한 우수 창업초기기업을 대상으로,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벤처스퀘어와 함께 기획한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AI·데이터·디지털솔루션', '바이오·식품·로컬브랜드', '콘텐츠·문화·Web3.0' 3개 분야로 나눠 진행됩니다.

문지형 스타트업 기자단 1기 기자 jack@rsqua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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