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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임한 롯데 정훈. 김영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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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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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롯데 자이언츠 정훈이 극적인 쐐기포의 뿌듯함을 되새겼다.
정훈은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주말시리즈 1차전에서 2-1로 앞선 8회말 삼성 김재윤을 상대로 쐐기포를 터뜨렸다.
선발 감보아의 6이닝 1실점, 시즌 4연승 역투와 정보근의 2타점 결승타, 정철원-김원중의 3연투 투혼에 정훈의 홈런을 더한 롯데는 이날 3대1로 승리하며 3연승을 내달렸다.
롯데는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3번째로 40승 고지에 올랐다. 2위 LG 트윈스를 1경기반, 1위 한화 이글스를 2경기 차이로 바짝 따라붙었다. 마무리 김원중은 3경기 연속 세이브를 올리며 시즌 20세이브로 KT 위즈 박영현과 함께 구원 공동 1위에 오름과 동시에 손승락 이후 프랜차이즈 역사상 2번째로 3년 연속 20세이브를 달성했다.
이날 8회말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등장한 정훈은 볼카운트 3B2S에서 김재윤의 145㎞ 몸쪽 직구를 통타, 그대로 좌측 담장을 넘겼다. 타구 속도는 166.4㎞, 비거리는 125m, 발사각 27.6도의 총알 같은 홈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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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그라운드를 한바퀴 돌고 홈을 밟은 정훈은 더그아웃에 들어선 직후 갑자기 김태형 롯데 감독의 엉덩이를 때려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보통 김태형 감독은 홈런이나 적시타 후 돌아오는 선수에겐 하이파이브를 해주는데, 정훈이 다가오자 김태형 감독은 짐짓 침묵 세리머니라도 하는 양 몸을 돌렸다. 그러자 정훈은 격정을 담아 순간적인 세리머니로 화답한 것.
경기 후 만난 정훈은 '감독님 엉덩이는 왜 때렸나'라는 말에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감독님이 고개를 돌리시길래 나도 모르게, 너무 기쁜 나머지…하고 나서 아차 싶었다. 감독님이 고개를 딱 돌리시길래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갔다"며 쑥스럽게 그 순간을 돌아봤다.
내기를 하거나 약속을 잡은 것도 아니라고. 정훈은 올시즌 타율 2할3푼4리, OPS(출루율+장타율) 0.618을 기록중이다. 그는 "요즘 (성적이 좋지 않아)감독님 동선에 걸리지 않게 피해다니고 있다. 그런 내기 같은 걸 잡을 시간이 없었다"며 손을 내저었다. 김태형 감독만큼이나 정훈 스스로도 예상치 못한 후리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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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롯데의 경기, 8회말 롯데 정훈이 솔로홈런을 치고 기뻐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6.20/ |
그는 '내일 감독님이 찾으실 것 같다'는 말에 "아직 내 기록이 원하는 만큼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데, 다시 감독님(과 만나지 않도록) 동선을 잘 체크하고 다니겠다"며 미소지었다.
"2군도 갔다오고, 타격감 잡으려고 이것저것 다 해봤다. 베테랑은 주어진 기회안에서 해줘야하는 게 있다. 안타든 뭐든 빨리빨리 필요할 때 한건씩 해줘야하는데…개인적으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오늘 하나 치긴 했지만,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았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겠다. 평소에 화이팅을 많이 외쳐서 그런지 많이들 도와주더라."
정훈은 인터뷰 와중에도 이를 지켜보던 정보근을 향해 "이것 봐라, 정보근이 나를 응원해주는 시대가 됐다"며 넉살을 부렸다. 이어 "김용희 2군 감독님부터 타격코치님 2분까지, 고마움에 보답하려면 더 열심히 해야한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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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이날 홈런에 대해서는 "사실 변화구를 노림수로 갖고 들어갔는데, (김)재윤이가 직구만 던지더라. 아 이젠 이런 노림수도 안맞는구나 싶었다가, 마지막 순간 (노림수를)직구로 바꿨다. 그냥 확 돌렸는데 운좋게 딱 맞아서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야구 말고 뒤에서 분위기 잡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결국 베테랑은 그라운드 안에서, 시합 내에서 보여줘야한다. 정말 절실하게 느겼다. (전)준우 형이 아프지 않고 버텨주는게 정말 고맙고, 나도 기대는 입장이다. 결국 나가서 결과를 보여줘야한다."
정훈은 자신을 따르는 후배들을 향해 "프로는 자리를 비우면 안된다. 오늘 나가는 사람이 주전이다. 조급하지 않되 여유를 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몸관리도 실력이다. 건강하게 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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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임한 롯데 정훈. 김영록 기자 |
롯데는 이날로 74경기를 소화했다. 정규시즌 반환점을 돌았지만 아직도 3위다.
"나만 잘하면 된다. 투수들 잘 던져주고 있고, 감독님이 알아서 하시지 않겠나. 나도 이 팀에 참 오래 있었지만, 너무 좋다. 이기는 것도 습관인가 보다. 예전엔 나도 모르게 내려놓는게 있었는데, 이젠 그런 거 없다. 그런 문화가 팀 전체에 자리잡은 것 같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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