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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도 자존의 문제”…한국형 LLM, 이 대통령 필요성 공감

디지털데일리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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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도 자존의 문제”…한국형 LLM, 이 대통령 필요성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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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AI 글로벌 협력 간담회, “AI는 사서 쓰는 기술 아냐…우리가 직접 키워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20일 울산에서 열린 ‘AI 글로벌 협력 간담회’는 대한민국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민관의 공동 전략을 공유하고 실현 방안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SK그룹을 포함해 카카오, 네이버, 삼성SDS, 루닛, 퓨리오사AI 등 국내 대표 AI 기업 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였고,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며 의견을 나눴다.

간담회에서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공동 추진 중인 국내 최대 규모 AI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발표하며 입을 열었다. 최 회장은 “GPU 6만 장, 총 100MW 규모의 AI 센터에 7조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AI 산업은 자본 집약적이다. 1기가와트 규모로 확대하려면 60~70조 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SK는 단순 투자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한국이 글로벌 AI 허브로 도약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며, ▲AI 바우처 사업 확대 ▲AI 스타트업 육성 펀드 조성 ▲공공 부문 AI 수요 창출 ▲AI 인재 양성 ▲울산 AI 특구 지정 등 5대 제안을 정부에 건넸다.

뒤이어 발언한 퓨리오사AI 백준호 대표는 자사의 AI 반도체(MPU) 개발 현황을 소개하며, “고성능 언어 모델을 MPU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동차, 조선, 반도체 산업이 정부의 뒷받침으로 성장했듯, AI 반도체 산업도 초기 수요 창출과 테스트 기회를 정부가 만들어 주면 산업의 ‘빅파이’를 함께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AI 기술 대중화와 보안 이슈를 동시에 짚었다. 정 대표는 “AI는 지금 생산성 중심으로 발전 중이지만, 국민 모두가 쉽게 쓸 수 있어야 한다”며 “국가 차원의 공공 데이터셋 확보와 멀티모달 데이터 허브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한 AI 보안과 신뢰성 문제를 강조하며, “모든 기업이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로 ‘세이프가드 모델’을 공개했다”며, 민관 협력 기반의 보안 프레임워크 마련 필요성을 제안했다.


루닛 서범석 대표는 의료 AI 산업이 내수 중심이 아닌 글로벌 전략 산업임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의료 AI는 세계적 수준이지만, 글로벌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며, “진단을 넘어 예측·신약 개발까지 아우르는 의료 특화 모델 개발에 국가 차원의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서 대표는 “의료 AI는 국민 건강 형평성을 개선하고 진단 효율을 높이는 수단이자, 수출 전략의 핵심”이라며 정부의 실질적 지원을 요청했다.

LG AI연구원 배경훈 원장은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위한 AI 성과 지표 확보와 기술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중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주목받는 AI가 적다. 더 많은 '노터블 AI'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제는 단순 질의응답을 넘어 문제를 분석·해결하는 추론형 AI로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그는 “전문가 중심 데이터와 산업 특화형 추론 모델 개발이 핵심이며, 이를 위한 보안 환경 및 민관 협력 체계가 필수”라고 덧붙였다.


네이버클라우드 김유원 대표는 국가 주권형 AI(소버린 AI)를 대한민국의 새로운 수출 산업으로 제안했다. 김 대표는 “사우디, 태국, 모로코와 함께 국가 단위 AI 생태계 구축 협력을 진행 중”이라며,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 클라우드, 모델까지 모두 갖춘 한국은 전 세계 소버린 AI 수출에 적합한 유일한 국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는 정부의 전략적 외교와 정책적 지원이 필하다”며, 정상회담이나 양자 협력에서도 소버린 AI를 전략산업으로 소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AI·SW 산업협회 조준희 회장은 한국형 LLM(초거대언어모델) 개발의 당위성을 역사·문화적 정체성 측면에서 강조했다.


조 회장은 “GPT 같은 모델을 그대로 사용하면 ‘독도는 분쟁지역’, ‘김치는 중국 음식’이라고 답할 수도 있다”며,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만의 언어 모델을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AI의 ‘핵 개발’과 같은 문제”라며, “대한민국의 자존과 문화를 반영하는 LLM 개발은 민족적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I 관련 업계 대표자들의 의견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인공지능 산업 육성과 관련해 “AI는 사서 쓰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길러야 할 미래 생존 자산”이라며, 정부의 전략적 역할과 민간의 주도적 실행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소버린 AI가 왜 필요하냐는 회의론은, 마치 ‘베트남에서 쌀을 사면 되지 왜 농사를 짓느냐’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며, 국가 기술주권과 문화 주권을 지키기 위한 자체 AI 생태계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이 대통령은 공급자 중심의 정책 결정 구조의 한계를 지적하며, “기업인과 기술 개발자는 항상 시장의 반응을 고민한다. 정부도 정책을 만들 때 그런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공급자 입장에서 일해 온 관료들이 수요자인 산업 현장의 감각을 이해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전문가를 수혈하거나 민관 협업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관련 공공 수요 창출에 대한 업계 제안에 대해 이 대통령은 “지원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수요자가 되어 제품을 사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며, "실패했을 때의 일부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첨단 산업에는 위험을 나누는 방식이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가 AI 시장 형성에 도움을 줘야 된다. 정부는 증거, 증명된 것만 쓰겠다고 하는데 이는 첨단 산업 분야에 기여를 못하는 것이다. 약간의 위험을 부담해 주는 게 돈 대주는 것보다 더 나을지도 모른다"며 "예를 들면 연구개발에서 열심히 지원해 주는 것보다는 제품을 사주는 것이 잘 되면 다행이고 잘못되면 약간의 손실이 발생하겠지만, 사실은 전액을 비용으로 대주는 것보다 훨씬 나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최태원 SK 회장의 제안 중 하나인 ‘AI 스타트업 펀드’와 관련해 “10조 원 단위, 그게 뭐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어차피 모태펀드 형태로 만들면 정부 부담은 그렇게 크지 않다. 우리가 실제로 하고 있는 것들 중 하나니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다.”며 긍정적으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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