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소셜 네트워크 리 앨런 듀가킨 지음, 유윤한 옮김 동아엠앤비 펴냄, 1만8000원 |
저자는 미국 루이빌대 생물학과 교수이자 동물 행동학자, 진화생물학자, 과학사학자다. 꿀벌 한 마리 한 마리에게 번호를 매겨 추적할 정도로 정밀한 연구 사례들을 소개하고, 동물 행동을 사회적 연결망이란 관점에서 해석한다.
동물들이 단순히 본능을 좇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관계를 쌓아온 역사다. 짝짓기, 권력 투쟁, 탐색, 의사소통, 놀이 등 동물 생활에 사회적 네트워크가 작용하고, 유대관계는 대를 이어 전해지기도 한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복잡한 관계 맺음이 인간만의 고도의 능력이라는 우월주의 신화를 깨부순다. 이 과정은 지구상 수많은 생명체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깨달음으로 나아간다.
관계를 맺는다는 건 이별도 경험한다는 얘기다. 무리가 분화해 새로운 집단이 만들어지는 이유다. 브라질 숲에서 연구된 멸종위기종 북부양털거미원숭이의 사례를 보면, 이 원숭이 무리는 1년에 걸쳐 두 집단으로 서서히 나뉘었다. 우연한 분화가 아니었다. 기존 집단에서 연결성이 낮았던 암컷들이 새 무리를 만들기 위해 떠났고, 이어 수컷들도 합류하면서 새로운 네트워크가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긴 시간의 관찰과 교감, 방대한 자료 수집이 필요한 연구에서 최신 기술과 인간 연결망을 활용한 사례도 흥미롭다.
앵무새 네트워크를 파악하기 위해 호주 시민들이 데이터 수집에 참여한 것이 한 예다. 존 마틴 등 연구팀은 시드니 왕립식물원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수천 종의 앵무새 중 136마리를 포획해 날개에 번호표를 달았다. 그리고 시드니 주민들은 자기 집 테라스, 거리, 식물원 등 어디서든 번호표 달린 앵무새를 볼 때마다 스마트폰 앱 '윙태그' '빅시티 버드'에 접속해 앵무새의 위치를 기록했다. 그 이후 몇 년에 걸쳐 수만 건의 기록이 쌓였다. 이에 새들은 식물원에서 반경 10㎞ 이내에 머물렀고, 겨울이 되면 촘촘히 군집화해 함께 먹이를 찾아다닌다는 점이 밝혀질 수 있었다.
동물의 사회성에 관한 연구가 축적되면서 동물 행동, 질병 생태, 보존 생물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 협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과거 연구가 동물을 인간이 활용할 자원으로만 보거나 동물 개체의 인지적 능력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사회적 상호작용 분야에 초점을 맞춘 연구들이 이뤄지고 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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