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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 이하 소액주문 수수료 면제?…수수료 전가 ‘풍선효과’ 우려·실효성도 ‘갸웃’

헤럴드경제 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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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 이하 소액주문 수수료 면제?…수수료 전가 ‘풍선효과’ 우려·실효성도 ‘갸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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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오토바이가 늘어선 모습. [연합]

배달의민족 오토바이가 늘어선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요새 1만원 이하 배달이 얼마나 된다고…”, “대부분 최소 주문금액이 1만원 이상인데, 결국 생색만 내겠다는 것 아니냐”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1만원 이하 소액주문에는 중개 수수료를 없애고 배달비를 차등 지원키로 했다. 소액 주문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해당 방안이 정작 소비자와 배달라이더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당사자인 소상공인들은 고물가 시대에 1만원 이하 주문이 많지 않은 만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은 전날 더불어민주당 을(乙)지로위원회 주재로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등과 사회적 대화를 진행해 온 결과 중간 합의안을 발표했다.

합의안은 향후 3년 동안 연간 1000억원씩 최대 3000억원을 지원해 1만원 이하일 경우 중개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고 배달비를 차등 지원하는 식이다. 입점업주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배민이 운영 중인 1인분 배달 서비스 ‘한그릇’ 주문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배민,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이 배달라이더에게 지급하는 평균 배달비는 5000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음식점에서 부담하는 금액은 평균 3400원 수준이다. 여기에 플랫폼 수수료가 더해지는 식이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주도한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에서 배민,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이 음식점 매출 규모에 따라 적게는 2.0%(매출 하위 20%), 많게는 7.8%(매출 상위 35%)의 중개 수수료를 적용키로 한 상태다. 이를 1만원 이하 주문건에 적용하면, 입점업주는 건당 적게는 290원, 많게는 780원의 수수료를 아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다만, 향후 소비자나 배달라이더에 부담이 전가되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미국 뉴욕의 경우 ‘배달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했다가 이러한 풍선효과가 현실화되기도 했다. 2021년 뉴욕시가 배달 수수료를 최대 30%에서 23% 수준으로 낮추자 미국 3대 배달플랫폼인 도어대시·우버이츠·그럽허브 등은 뉴욕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지난 4월 배달 수수료 15%, 신용카드 3%, 기타서비스 5%의 수수료를 유지하기로 합의하는 대신, 뉴욕시의회가 배달플랫폼이 추가로 20%의 ‘서비스 향상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오히려 업주 입장에서는 23%의 부담이 43%로 늘어난 것이다.

수수료 수익이 줄어든 플랫폼들이 광고비 등 간접비용을 높이거나 배달라이더들의 수수료나 인센티브를 줄이기도 했다. 배달수수료 상한 조치 이후 일반 음식점은 배달 주문이 2.5%, 플랫폼 수수료를 제외한 순매출액이 3.9% 감소한 반면, 프랜차이즈 식당은 주문과 순매출액이 각각 4.5%씩 증가했다는 연구도 있다.(2021.07. 주오신 리 위스콘신대 교수, 강 왕 델라웨어대 교수)


시민단체 관계자는 “배달 수수료 논의가 소비자·라이더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된다”며 “소비자, 배달노동자, 소상공인, 배달플랫폼이 모두 모여 논의를 해야 합리적이고 서로 동의 가능한 결론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자영업자들도 떨떠름한 분위기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등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 등에서는 상생안이 나온 것 자체를 반기면서도 제대로 된 상생 방안은 아니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김진우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의장은 “합의문 내용을 보면 매우 부족하다. 일부 소액 주문에 대해서만 혜택이 주어지는데, 보통 가맹점은 2만원 이상 주문이 많아 혜택 사항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준형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공동의장도 “이 자리는 끝이 아니라 배민이 쌓아온 업주와의 신뢰 문제,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약속의 출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