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이다. 스위스의 한 언론사에서 한국의 저출산 현상에 대하여 궁금하다며 인터뷰 요청이 와 리포터와 장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위스와 한국 청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스위스의 경우 기후 문제, 아동 돌봄에 대한 시설의 부족함 등을 아이 낳기 두려운 가장 큰 이유로 꼽지만 청년들은 ‘아이 키우는 돈의 부족’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는 것이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언급하였다.
저출산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스위스 기자가 본 한국의 상황은 매우 씁쓸했다. 한국은 무상보육을 필두로 저출산이라는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양적으로 증대한 가정어린이집의 퇴로를 이제 마련해줘야 하는 문제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즉, 지난 수년간 공보육과 사회적 돌봄 체계를 갖추도록 노력해 왔고,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마련하였어도 가임기의 청년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다. 본인도 이렇게 살기가 팍팍한데, 자녀가 자라나갈 세상 역시 행복하지 않을 것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일 테다.
그렇다면 왜 행복을 느끼지 못할까. 돈을 벌기 위해 좋은 대학을 가야 하고, 사람들과 끊임없는 경쟁에서 남을 밟고 올라가야 하며, 돈의 가치 역시 다양한 통로로 인해 예전보다 땀과 노력의 가치보다는 신속하고 편한 것으로 변하는 상황이다. 남보다 좋은 집과 좋은 차, 남보다 좋은 음식을 먹는 자랑 할만한 여유 등 가시적인 수많은 것들이 행복을 가장하여 사회적 관계망(SNS)을 도배한다.
공동체에 대한 나의 희생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것, 남보다 손해 보지 않는 삶이 성공한 삶이라는 것 등 개인주의적인 가치의 만연도 한몫한다. 한국이 저출산 대책에 큰 지출을 하면서도 출산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힘든 이유임이 분명하다.
새 시대가 밝았다. 많은 국민의 열망과 함께 새 정부가 들어섰다. 우리가 할 일은 명확하다. 내가 일하는 것에 대한 정당한 대가, 그리고 자기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의 정비를 공동체 의식의 향상과 내 주변 이웃에 대한 존중에서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가 내 아이를 낳고 키울만한 사회라는 자신감은 결국 문화를 형성하고 출산율 상승을 견인할 것이다.
이 지점에서 손에 잡히지 않는 이야기라고 의문을 품을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열심히 일한 대가만큼, 세금을 낸 만큼 남들에게 존중받고, 또 이들에 대한 존중은 사회에 대한 배려로 환원되어야 한다. 이것이 결국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물질만능주의서 벗어난 조금 더 나은 사회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부에 대한 인식 전환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나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공동체가 필수이다. 새 정부는 모든 정책을 펼침에 있어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절박함을 바탕으로 정책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여야 한다. 지방 균형 발전 정책도, 소득 격차 완화 정책도 거시적으로는 이러한 공동체의 복원을 목표로 하여 서로 간의 배려와 함께 존중이 하는 사회를 위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새 정부의 성장과 기본을 동시에 염두에 둔 성공적인 정책적 행보를 통해 이러한 우리의 바람이 한 단계 현실로 다가올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윤진 건국대 건강고령사회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