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기업 빌딩들. [사진=연합뉴스] |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 경쟁력 순위는 지난해보다 7단계 떨어져 69개국 중 27위를 기록했다. 단기간에 이처럼 급락한 것은 이례적이다. 12·3 비상계엄과 별개로 고질적인 문제는 없는지 살펴야 한다.
눈여겨볼 지점은 기업 효율성 급락이다. IMD는 경제 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스트럭처 등 네 가지 영역에서 경쟁력을 평가하는데, 이 중 경제 성과와 정부 효율성은 소폭 상승했지만 기업 효율성과 인프라는 하락했다. 특히 기업 효율성은 23위에서 44위로 21단계나 떨어졌다. 생산성·노동시장·금융·경영관행·조직문화 등 모든 세부 지표가 하락했고, 그중 노동시장과 경영관행은 각각 53위와 55위로 나타났다.
1년 만에 기업 환경이 급격히 나빠졌다고 보긴 어렵다. 물론 비상계엄, 관세와 같은 외부적 요인도 기업 활동에 영향을 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랜 시간 누적된 규제나 비효율이 외부 충격과 맞물리며 문제가 수면으로 드러났다고 본다. 한 경제학자는 “생산성은 규제 개혁과 깊이 연결돼 있다”며 기존 규제 틀 안에서는 기업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모든 규제를 철폐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유도할 수 있는 실용적 절충이 필요하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의 ‘노란봉투법’에 대해 “전통적인 노사관계의 해법을 공장 노동법 확대로만 접근할 경우 인공지능(AI) 시대의 새로운 일자리 생태계가 심각하게 황폐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동 사각지대 문제는 경직된 노동법이 아니라 사회안전망 강화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잠재성장률 3%를 약속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생산연령인구 급감으로 2040년대에는 잠재성장률이 0%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구조적 인구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해법은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통한 혁신뿐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구조적 성장 전략을 설정해야 할 시점이다.
ㅇ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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