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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제공 |
“꼭 보고 싶은 경기가 있었는데, 유료더라. 결국 불법 중계 사이트를 찾아서 접속했는데 중계방송 화면 옆으로 스포츠 도박 배너가 눈에 들어왔다. 호기심에 시작했는데….”
경기도 광주에 사는 백경노 씨는 최근 불법 중계 사이트를 통해 유럽 축구를 보다가 호기심에 불법 스포츠토토를 시작했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 보니 이미 큰 돈을 잃은 상태였다. 백 씨는 “시작 조차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했다.
부담스러운 구독료에 ‘공짜’로 눈을 돌린 스포츠 팬들 앞엔 어둠의 경로가 끝도 없이 펼쳐진다.
포털 사이트에 ‘스포츠 중계 무료’를 검색하면, 수십 개의 사이트가 쏟아진다. 클릭 몇 번이면 실시간 스포츠 경기를 공짜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해당 사이트들엔 불법 도박 광고가 버젓이 걸려 있다. 시청에서 시작된 ‘공짜의 유혹’은 곧장 스포츠 도박으로 향하는 지름길이 된다.
돈을 내지 않아도 스포츠를 볼 수 있었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OTT가 스포츠 중계 시장을 주도하면서 구독료는 새로운 진입 장벽이 됐다. 시청 환경이 다변화됐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부담스러운 가격에 일부 팬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
통계도 이를 방증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료 스포츠 플랫폼 이용 경험이 없는 응답자 중 81.8%가 ‘가격이 부담돼서’라고 답했다. 유료 스포츠 중계 시장에서 가격이 가장 높은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자연스레 팬들의 시선은 ‘무료 중계’로 향한다. OTT가 놓치는 손실은 커져만 가고, 불법 사이트는 음지에서 번창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차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나 수사 당국이 단속에 나서도, 운영자들은 우회 주소를 공지하며 버티기에 나선다. 일부 사이트는 실시간 채팅창을 통해 링크를 공유하거나, SNS를 통해 시청 경로를 은밀하게 알리기도 한다. 감시망을 피하는 방식도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불법 도박으로 향하는 길은 이전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도 간단해졌다. 손쉽게 접속하는 불법 스포츠 중계 사이트 앞엔 수많은 불법 스포츠 도박 배너가 걸려 있다. 호기심에 한 번 클릭하면 ‘사다리 게임’부터 실제 스포츠 종목을 대상으로 한 베팅 시스템까지 일사천리다. 특히 청소년들은 돈을 걸지 않더라도, 게임처럼 구성된 베팅 화면에 익숙해지기 쉽다. 일종의 ‘도박 학습’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셈이다. 청소년들의 접근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심각한 사회적 우려를 불러온다.
실제로 불법 중계 사이트를 통해 도박에 빠진 고등학생도 있다. 그는 몇 개월 만에 수백만 원을 잃었고, 부모도 모르게 급전까지 빌렸다. 한 청소년 전문 심리상담사는 “최근 불법 스포츠 중계 사이트에 이은 도박 문제로 상담을 받는 청소년 사례가 잦아졌다”며 “호기심으로 시작한 일이 도박 중독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피해는 금전에서 끝나지 않는다. 불법 사이트는 개인정보를 탈취하거나, 대리 베팅을 이유로 협박하는 등 2차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스포츠토토코리아 관계자는 “불법 스포츠 도박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며 “청소년을 포함한 이용자들이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예방 활동과 경각심 제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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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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