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
유튜브에는 AI를 이용한 생산성 향상 영상이 넘쳐난다. 기본적인 AI 외에도 다양한 AI 활용 앱을 소개하는 영상이 쏟아진다. 노션과 메이크(Make)를 이용해 일정과 메모를 모두 자동화한 사례를 보면 '설마 방송용 연출이겠지, 저렇게까지 사용하겠어' 하는 생각마저 든다. TTS(Text-to-Speech) 서비스를 둘러보다 그동안 봐온 유튜브 채널의 목소리가 AI로 생성된 것임을 깨닫고 새삼 바뀐 세상을 실감한다.
얼마 전 '스마트폰 바탕화면에 AI 바로가기 하나 없다면 문제'라는 글을 봤다. 표현이 조금 심하다 싶지만 내 폰에도 챗GPT 외에 클로드, 퍼플렉시티 등 10여개 AI앱이 깔려 있다. 물론 이 많은 앱을 모두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조차도 이젠 AI 없는 세상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 같다.
'세종대왕 노트북 던짐 사건'을 이야기하며 AI의 '환각'을 비웃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매달 새롭게 향상되는 AI 기능에 놀라 이제는 당장 내년을 걱정하게 된다. 적절히 작성한 프롬프트 몇 줄이면 몇 시간을 들여 찾아야 하는 정보가 놀랍도록 잘 정리돼 출력된다. 어지간한 경험 없는 RA보다 AI가 낫다는 소리가 이제는 자주 들린다.
예를 들어 보자. 클로드에서 지원하는 MCP(Model Context Protocol) 서버 중 DART MCP는 전자공시시스템 API를 기반으로 재무데이터를 분석하고 시각화해준다. 제공 API에 주석사항이 제한된다는 등의 한계는 있지만 모르는 기업의 재무현황을 간단히 살펴볼 때는 매우 유용하다.
퍼플렉시티는 MCP까지 갈 것도 없이 SEC 공시내역을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제공한다. 미국 에드가온라인의 경우 주석사항도 거의 API로 제공되기 때문에 상당히 심도 있는 접근이 가능하다. 미국 기업에 대한 접근장벽이 상당부분 해소됐다. 분석자료 작성을 위해 검색과 조사에 들어가던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됐음을 요즘 절감한다.
AI 활용을 통해 엄청난 정보격차의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 단순한 검색을 위해서도 수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던 과거를 생각하면 '경험의 멸종'이라는 책 제목이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 그 책의 부제는 '기술이 경험을 대체하는 시대, 인간은 계속 인간일 수 있을까'다.
사실 사람이 외부활동을 인식하고 반응하는 과정을 뇌의 관점에서 보면 생성형 AI와 별 차이점이 없을 수도 있다. 필리프 슈테르처의 '제정신이라는 착각'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 자체로는 어떤 감각기관도 없는 뇌는 일종의 블랙박스에 갇혀 바깥세상에 직접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 그래서 가설적 모델을 사용해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예측하는데 이것이 '생성모델'(generative model)이다. 모델을 토대로 예측에 맞는 데이터를 '생성'하는 것은 뇌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지식과 경험을 계량해 발전하는 AI에 위기의식을 느끼지만 AI가 만든 정보를 활용하고 향유하는 것은 아직 사람의 몫이다. 그리고 당장 내년 사람이 할 일이 크게 줄어들지는 모르지만 그래서 나만 AI를 활용하지 않는다면 내가 포함될 확률이 높아질 뿐이다.
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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