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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 맨파워 영CEO, 미래사업 한일 파이프라인 잇는다 [한일수교 60년]

파이낸셜뉴스 조은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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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 맨파워 영CEO, 미래사업 한일 파이프라인 잇는다 [한일수교 6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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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분야
반도체·車·수소·AI·로봇 등 협력
이재용·정의선·최태원 등 이끌어
맏형 구자열 양국 소통창구 역할
美관세·中굴기에 공동대응 나서



지난해 10월 27일 경기 용인시 현대차와 도요타가 개최한 자동차 경주대회 현장.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회장이 굉음을 내며 현란한 드리프트 기술(차를 미끄러지게 하는 운전 기술)을 선보이며 GR 야리스 랠리 1 하이브리드(도요타 경주용차)에서 이 대회 호스트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함께 깜짝 등장했다. 세계 1, 3위 자동차그룹 총수가 나란히 '한 차'에서 내린 이 장면은, 한일 자동차산업이 나란히 어깨를 견주며 미래차·로봇·수소 등 신산업 분야에서 '한일경제협력 3.0'이란 새로운 협력의 장을 열어가고 있다는 상징 그 자체였다.

지난 2019년 7월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겨냥해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발표한 직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은 문재인 정부와 아베 신조 정권 간 사실상 모든 고위급 대화 채널이 끊긴 상태에서 단신으로 도쿄를 찾았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재판을 둘러싼 아베 정권의 강경한 태도로, 수출규제가 해제된 것은 3년8개월 뒤인 2023년 3월이었지만 적어도 이 회장 손에는 강력한 카드가 있었다. 반도체 부활을 꿈꾸는 일본을 향한 첨단 반도체 기술 협력 카드였다. 일본은 TSMC가 구마모토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과 같은, 반도체 투자건을 삼성에도 타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일경제협력 3.0시대 이끌어

오는 22일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양국 산업계가 한일경제협력 3.0 시대를 향해 다시 한 번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중 첨단기술 경쟁, 글로벌 무역 불안정의 거대한 파고에 대응해 인공지능(AI), 반도체, 로봇, 미래차 등 첨단 미래 산업을 향한 양국의 협력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1960~1990년대 일본의 일방적 기술전수 등 비대칭적 관계(한일경제협력 1.0)에서 시작된 한일경제협력은 2000년 초 삼성전자가 소니를 꺾고 세계 TV시장 강자로 올라섰던 그 무렵을 시작으로 '공급망 협력(한일경제협력 2.0) 관계'로 발전해 왔다. 앞으로 열어갈 3.0 시대는 기존의 공급망 협력과 더불어 첨단기술 개발을 중심으로 '대칭적 협력관계'로 전개될 전망이다.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양국 경제계 신(新)파이프라인의 역할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2022년 9월 한국 재계 총수 중에선 처음으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과 만남에 이어 지난달 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면담을 했다. 최 회장은 이시바 총리에게 '한일 경제공동체' 구상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최종원학술원)이 베이징포럼(1999년 첫 행사) 개최 20년 만인 2019년 첫 도쿄포럼을 열며 일본에서 지식인 네트워크를 가동하기 시작한 것도 최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SK그룹은 올해 SK재팬을 공식 출범해 에너지, 반도체, 정보통신을 중심으로 일본과 협력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NTT도코모, KDDI에 이어 올해부터는 소프트뱅크에도 갤럭시S를 공급한다. 소프트뱅크를 뚫은 것은 2015년 이후 10년 만이다. 이재용 회장과 일본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간 협력관계에 기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자열 LS이사회 의장은 한국무역협회 회장 재임 시절인 지난해 말 '한일 교류 특별위원회'를 신설했으며, 한일 정치 갈등기에도 한일 민간포럼인 세토포럼 이사로 활동하며 양국의 소통창구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한일교류특별위원회 초대 위원장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과거 한일재계회의를 이끌었던 부친 조석래 회장에 이어 양국을 잇는 새 파이프라인으로 주목되고 있다. 일본의 국민메신저 '라인'을 만든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일본 산업계 심장부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인물로 평가된다.

■"반도체, AI 중심으로 협력 기대"

미국의 관세정책, 중국 산업계 부상에 대응해 경제협력 3.0 시대를 이끌 양국 리더들의 행보 역시 반도체, AI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19일 한국경제인협회가 국내 매출액 상위 1000대 비금융사(101개사 응답)를 상대로 실시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경제협력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62.4%가 한일 경제협력이 한국 경제성장을 위해 앞으로도 필요하다고 봤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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