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수사를 맡은 조은석 특별검사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추가 기소를 시작으로 임명 6일 만에 수사를 개시했다. 3대 특검이 임명된 뒤 피의자를 기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은 법무부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경기남부청 등 관련 기관을 방문해 협조를 요청했고 이명현 순직 해병 특검도 특검보 임명 요청을 끝내면서 3대 특검 모두 본격적인 특검 활동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특검은 19일 언론 공지를 통해 "특검 임용 후 경찰, 검찰과 협의해 필요한 준비를 모두 마친 후 기록을 인계받아 전날 수사를 개시해 야간에 전 국방부 장관 김용현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증거인멸교사로 공소 제기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수사팀 구성과 사무실 마련 등을 위해 최장 20일간의 준비 기간을 가질 수 있지만, 조 특검이 전날 곧바로 수사에 착수하면서 최장 150일인 수사 기간도 전날부터 기산됐다.
조 특검은 이날 법원에 신속한 사건 병합과 보석결정 취소,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촉구하는 서면을 접수했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27일 구속 기소돼 오는 26일 1심 구속 기한인 6개월이 만료된다. 구속 만료로 석방되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돼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그러나 재판부가 추가 기소 혐의에 대해 구속영장을 새로 발부하면 김 전 장관은 계속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김 전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내란 사건의 핵심 인물인 만큼 신병 확보를 위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장관 측은 "불법 기소"라며 반발했다.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내고 "조 특검은 현재 수사 준비 기간 중으로 공소를 제기할 권한이 없음에도 직권을 남용해 김 전 장관을 불법 기소했다"며 "특히 확인되지 않은 수사 내용까지 공표한 것은 내란 특검법상 수사내용공표죄 및 형법상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 특검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2일 대통령경호처를 속여 비화폰을 지급받은 뒤 이를 민간인인 노상원 전 국군 정보사령관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김 전 장관이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에게 요청해 받은 비화폰을 노 전 사령관에게 건넸고,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할 제2수사단 단장 역할을 하며 이 비화폰을 사용하려 한 것으로 파악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5일 수행비서 역할을 해온 민간인 양 모씨에게 비상계엄 관련 서류를 모두 폐기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다른 내란 혐의 피고인들의 구속 기간도 조만간 줄줄이 끝난다. 오는 30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다음달 7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같은 달 9일 노 전 사령관 등의 구속이 만료된다. 계엄 핵심 인물들이 잇따라 풀려나면 특검 수사가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만큼 조 특검이 이들에게도 추가 혐의 기소를 통해 구속 상태를 유지하는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경찰의 세 번째 소환조사 요구에도 윤 전 대통령이 응하지 않자 경찰은 강제 수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신청 등을 내란 특검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조 특검은 추가 인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조 특검은 "공소 유지 검사 전원을 포함해 검사 42명을 선정하고 파견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요청한 차장·부장검사 9명을 포함해 이들이 모두 파견되면 전체 60명 규모의 파견 검사 중 51명이 충원된다. 조 특검은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 등 수사관 31명의 파견도 함께 청했다.
김 여사 의혹 수사를 맡은 민 특검은 지난 18일에 이어 이틀째 유관 기관을 잇달아 방문하며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 민 특검과 김형근·박상진·문홍주·오정희 특검보는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만나 파견받을 검사와 수사관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어 오동운 공수처장을 만나 사건과 파견 인원 등에 관해 이야기했다. 공수처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 여러 사건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를 진행해왔다. 오후에는 김 여사 일가 소유 부동산과 관련된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을 방문했다.
또 민 특검은 이날 기획재정부에서 사용 승인을 받아 KT 광화문빌딩 웨스트 중 국가 소유 부분인 13층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순직 해병 외압 사건을 수사하는 이 특검도 전날 밤 8명의 특검보 후보자 추천을 마무리했다. 그는 특검보가 임명되는 대로 검찰·경찰·공수처와 사건 기록 이첩, 수사 인력 파견 협의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또 이 사건을 초동 수사했던 해병대 수사단을 비롯해 국방부 조사본부, 검찰단에도 수사 인력 파견을 요청할 계획이다.
[강민우 기자 /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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