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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포궁→자궁, 연애→이성교제” 성소수자 용어 제한 지침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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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포궁→자궁, 연애→이성교제” 성소수자 용어 제한 지침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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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한국성폭력상담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22개 단체가 모인 ‘포괄적 성교육 권리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회원들이 2022년 9월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성평등의 가치를 실현하는 교육과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한국성폭력상담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22개 단체가 모인 ‘포괄적 성교육 권리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회원들이 2022년 9월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성평등의 가치를 실현하는 교육과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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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를 통합하면서 새로 마련 중인 ‘표준 운영 매뉴얼’에 성소수자 관련 용어와 성교육 핵심 개념어 사용을 제한하는 지침을 포함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어 사용 자체를 통제하는 것은 과도하며, 청소년 대상 성교육의 다양성과 인권 감수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시는 지난 12일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 매뉴얼 제작 티에프(TF) 회의 결과’를 공지하며, 앞으로 센터에서 성교육을 진행할 때 사용을 지양하거나 변경해야 할 용어 목록을 제시했다. 이 매뉴얼은 기존 시립청소년문화센터 6곳을 1개 기관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구성된 티에프를 통해 마련됐다.



서울시는 먼저 ‘포괄적 성교육’과 ‘섹슈얼리티’라는 용어를 교육 현장에서 사용하지 않도록 했다. ‘포괄적 성교육’은 성과 관련한 신체·심리 발달, 인간관계, 윤리, 성평등 등을 전 생애에 걸쳐 다루는 교육이고, ‘섹슈얼리티’는 성적 감정과 욕망, 행위, 정체성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유네스코는 2009년과 2018년 포괄적 성교육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전 세계적으로 시행을 권고하고 있으며, ‘섹슈얼리티’라는 용어도 세계보건기구(WHO), 유엔 아동권리협약(CRC) 등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일부 보수·개신교 단체들은 이 개념들이 조기 성애화를 조장하고 동성애를 부추긴다며 반대해왔다.



서울시는 이 밖에도 ‘연애’는 ‘이성교제’로, ‘포궁’은 ‘자궁’으로, ‘성소수자’는 ‘사회적 소수자 및 약자’로 대체하도록 했다. 또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표현은 중·고등학생 교육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유아·초등학생 교육에서는 ‘동의’, ‘경계’, ‘존중’ 등으로 표현을 바꾸라고 했다. 이는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용어를 성관계 거절의 의미에서만 사용하도록 한다는 뜻이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시는 개신교계 등에서 민원이 많다는 이유로 회의에서 이 같은 기조를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2월, 3월, 5월 세 차례 열린 회의에서 일부 전문가들이 반대 의견을 냈지만, 서울시 주도로 매뉴얼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 매뉴얼은 향후 신규 민간위탁 운영법인을 선정한 뒤 본격 적용될 예정이다.



현장에서는 즉각적인 반발이 나왔다. 한채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는 “매뉴얼 내용이 그동안 보수 개신교계에서 주장해온 프레임과 동일하다”며 “서울시는 티에프에 참여한 전문가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센터 운영을 반동성애 성향의 단체가 수탁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번 티에프 3차 회의에서 반동성애 성향 인사가 참여해 “남성과 여성의 눈에는 서로 다른 디엔에이(DNA)가 있어 남성은 파란색을, 여성은 빨간색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가 3차 회의에 새로운 전문가 3명의 참석을 요청했는데 모두 최유희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2022년 교육부 고시에 따라 중립적인 용어 사용을 정리한 것”이라며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게 좋겠다는 의원의 추천이 있었다”고 말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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