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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이재명 정부 ‘성장’을 주목한다

헤럴드경제 권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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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이재명 정부 ‘성장’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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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보름이 지났다. 전 정부의 기저효과로 변화의 체감이 크다. 정치적 안정감 속에 경제회복 기대감도 높다. 국내 주가도 훈풍이다.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선서를 다시 읽어 보았다. 통합 메시지 속에 눈에 띄는 건 ‘성장’이었다. “성장을 회복해 모두가 행복한 내일을 만들겠다”,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되겠다”고 했다. 과거 진보정권의 트레이드마크는 ‘분배’였다.

반면 이 대통령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고,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함께 나누자”고 했다. 지난 13일 기업인과의 만남에서도 “경제의 핵심은 기업이며, 기업이 경제성장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만들 국정기획위원회는 최근 내놓은 성장정책 해설서에서 모두가 체감할 ‘진짜성장’이라고 표현했다. 보수 진영의 우려를 ‘실용’과 ‘성장’의 키워드로 낮췄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금은 신정부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는 ‘허니문 기간’이다. 하지만 본격 실행단계에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성장과 분배 정책이 서로 부딪힐 수도 있다.

시금석은 경제계에서 불안해하는 기업·노동 관련 반시장적 법안과 정책이다. 이 대통령이 기업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기업경영 활동을 위축하는 정책에 대한 우려가 크다. 상법개정안과 노란봉투법, 주 4.5일제, 정년연장이 대표적이다.

재계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상법개정안이 시행되면 기업경영활동이 위축되고, 배임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며 잔뜩 겁먹고 있다. 하지만 여당은 감사위원을 뽑을 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법 시행을 ‘1년 유예’에서 ‘공포 즉시’로 바꾸는 등 더 세진 상법개정안 처리를 벼르고 있다.


노동 분야는 더욱 민감하다. 불법 쟁의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노란봉투법, 비용과 생산성 부담이 큰 주 4.5일제, 청년 고용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정년연장은 경제계가 가장 걱정하는 사안들이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성장정책해설서에서 주 4.5일제를 중장기 과제로 분류하고, 노란봉투법을 초기업단위 교섭활성화로 완곡히 표현하긴 했지만 방향성이 바뀐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의 성장 추진을 방해(?)할 노동계의 입김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새 정부 탄생에 기여한 만큼, 대선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이 높다. 여당 내 강경파 참모들의 목소리도 마찬가지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이 대통령이 어떤 결단을 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정리해고제를 도입하는 노사정 대타협을 성공시켰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수출 증대를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모두 지지층의 반대에도 국가 미래를 위해 설득한 결과다.


19세기 말 미국에서 나온 실용주의는 쉽게 말해 ‘말보다 행동, 의도보다는 결과’이다. 탁상공론이 아니라 실제 우리 삶에 효용이 있어야 한다. 신정부의 성장에 대한 기대가 신뢰로 바뀌려면 결과로 나타나야 한다. 기업 혁신과 성장의 발목을 잡고, 분배에 경도된 포퓰리즘 정책이 남발되면 경제 성장은 물 건너간다. 성장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가 전제돼야 ‘코스피 5000 시대’도 열린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장’이 주목되는 이유다.

권남근 뉴스콘텐츠부문장 겸 금융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