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파일럿+ PC가 보편화될까? 가능성은 있다. 다만 언제가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정확히 1년 전, 코파일럿+ PC를 차세대 플랫폼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12개월이 지난 지금, 코파일럿+ PC는 기술 업계에서 가장 큰 실패 사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관건은 이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지다.
2024년 6월 18일,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발표된 지 약 한 달 만에 에이서, 에이수스, 델, HP, 레노버, 삼성,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 부문은 코파일럿+ PC 출하를 시작했다. 이 PC들의 핵심은 초당 40조 회 연산(TOPS)이 가능한 신경처리장치(NPU)를 내장한 프로세서였다.
하지만 1년 후 시장 지표는 처참하다. IDC에 따르면 2024년 기준 40+ TOPS 사양의 윈도우 PC 출하량은 전체 PC 시장의 0.5%, 전체 윈도우 PC 중 0.6%에 불과한 130만 대였다. 2025년 1분기에는 전체 PC 시장의 1.9%, 윈도우 PC의 2.3%인 120만 대가 추가로 출하됐다.
“코파일럿+ PC가 흥미롭긴 하지만, 돈을 들일 만큼의 가치가 느껴지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파일럿+ PC를 통해 사용자가 생성, 편집, 검색 등 다양한 작업을 AI 중심으로 수행하는 미래형 PC 환경을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페인트 코크리에이터와 윈도우 리콜 기능 등이 포함됐다. 코파일럿+ PC 발표 당시 사티아 나델라 CEO는 “우리는 다시 한번 PC에서 창작의 즐거움과 놀라움을 되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은 이에 호응하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서피스 프로 11세대와 같은 노트북·태블릿을 활용해 AI 애플리케이션을 시연해왔다. |
Mark Hachman / IDG
잇따른 악재
코파일럿+ PC의 부진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테크낼리시스리서치 대표 밥 오도넬은 “PC 제조사들이 코파일럿+ PC에 프리미엄 가격을 붙이면서 일반 제품보다 경쟁력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IDC 그룹 부사장 톰 마이넬리는 “코파일럿+ 기능이 예정보다 훨씬 느리게 출시된 점이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마이크로소프트가 핵심 기능으로 소개한 윈도우 리콜은 여러 차례 연기되거나 보안 문제가 불거지며 실제 탑재가 미뤄졌다. 마이넬리는 “스스로 발목을 잡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윈도우 리콜은 NPU를 활용해 PC 내부의 정보를 빠르게 검색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생체 보안 기술인 윈도우 리콜로 보호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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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떤 기능이 코파일럿+ PC에만 필요한지, 어떤 기능은 기존 PC에서도 가능한지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윈도우에 기본 포함된 코파일럿 챗봇, 챗GPT, 제미나이는 모두 클라우드 기반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페인트의 코크리에이터 기능은 코파일럿+ PC의 NPU가 필요하다. 반면 사진 앱에서 배경 제거 기능 등은 일반 PC에서도 지원된다. 코파일럿 비전 기능도 모든 윈도우 11 PC용으로 출시됐지만, NPU가 있는 노트북에서 더 부드럽게 작동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파일럿+ 기능을 퀄컴 스냅드래곤 플랫폼에서 먼저 출시하면서, AMD와 인텔 기반 칩 지원은 뒤로 미뤘다. 오도넬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머신 러닝을 개발 중이지만, 해당 API는 여전히 ‘실험적’이며 생산 환경에서는 지원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텔은 상용 코파일럿+ 대응 칩인 코어 울트라 시리즈 2를 CES 2025에서야 공개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일정보다 수개월 뒤처졌다. 오도넬은 “지금으로선 구입할 이유가 부족하다면, 굳이 코파일럿+ PC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엔비디아의 지포스 GPU는 압도적인 성능으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파일럿+ 프로그램에서 독립형 GPU는 제외하고 있다.
지금까지 게이밍 PC는 강력한 GPU를 탑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파일럿 기능 대상에서 제외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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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코파일럿+ PC는 꼭 필요할까?
지금 시점에선 아닐 수 있다. 대부분의 코파일럿+ 기능은 아직 기술 시연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넬리는 “지금 판매되는 시스템은 대부분, 장차 가능할 것이라는 약속을 전제로 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IT 의사결정자나 일반 사용자 모두 아직 AI PC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이수스, 에이서, 마이크로소프트, 레노버에 논평을 요청했으나, 마감까지 응답한 곳은 에이서뿐이었으며 그외 업체는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AI PC는 결국 주류가 될까?
시장 수치만 보면 AI는 점차 PC 시장에 자리 잡고 있다. 다만 코파일럿+ PC는 여전히 크게 뒤처져 있다.
사실 코파일럿+ PC는 AI PC라는 개념의 2세대 버전이다. 1세대 AI PC는 NPU를 탑재했지만, 코파일럿+ PC 기준인 40 TOPS 성능은 만족하지 못했다. 인텔의 코어 울트라 시리즈 1은 약 11.5 TOPS, AMD의 라이젠 8000 모바일 칩은 16 TOPS 성능을 제공했다. 이들은 AI PC로 분류되지만 코파일럿+ PC는 아니다.
AI PC와 그 후속인 코파일럿+ PC는 앞으로 생산성 노트북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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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C에 따르면 AI PC의 채택률은 훨씬 높았다. 2024년, 윈도우 기반 AI PC 출하량은 2,820만 대로 전체의 14%, 2025년 1분기에는 1,220만 대로 분기 시장의 27%를 차지했다. 애플 맥까지 포함하면, 2024년 전체 AI PC 출하량은 4,970만 대, 이 중 생성형 AI PC(코파일럿+ 포함)는 300만 대였다. 2025년 1분기에는 AI PC가 8,860만 대, 이 중 생성형 AI PC는 5,840만 대를 기록했다.
IDC 기준으로 M1, M2, M3 프로세서를 탑재한 맥은 AI PC, M4 맥은 예외적으로 38 TOPS 기준을 충족해 생성형 AI PC로 분류된다.
마이넬리는 “2년 안에 대부분의 AI 연산이 PC 내부에서 실행될 것이라 본다”면서도 “지금 당장 활용 사례를 보여주지 못하면 구매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생산성 노트북 중심으로 AI 전환 가속화
오는 10월부터 윈도우 10 지원 종료에 맞춰 코파일럿+ PC 판매가 확대될 수 있다.
코파일럿+를 대표하는 퀄컴은 스냅드래곤 X 엘리트 플랫폼을 통해 가장 강력한 NPU와 긴 배터리 수명, 간단한 게이밍 성능까지 제공하고 있다.Mark Hachman / IDG |
노트북 시장은 세 주요 칩 제조사가 모두 고성능 NPU를 탑재하며 AI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 중이다. 결국 AI 기능이 일반 노트북에도 자연스럽게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인텔은 현재 전체 PC CPU의 약 75%, 노트북시장의 약 77.5%를 점유하고 있다. 코어 울트라 시리즈 2 이후에는 팬서 레이크라는 차세대 칩이 등장할 예정이며, 여기엔 ‘NPU 5’가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 공동 CEO 미셸 존스턴 홀트하우스는 “팬서 레이크는 루너 레이크의 모든 장점을 계승하며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용자들이 이를 실제 구매로 이어가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2024년 4월, 인텔은 미국 내 재고에 있는 이전 세대 ‘n-2’ 프로세서(랩터 레이크 등)의 판매가 예상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이는 관세 문제를 피하기 위한 선택일 수도 있고, 최신 칩에 대한 실망감 때문일 수도 있다.
AMD는 라이젠 AI 300(스트릭스 포인트)의 후속 계획을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후속 칩 역시 NPU를 내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은 팬서 레이크 칩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해당 플랫폼 기반 노트북은 전통적으로 CES를 통해 공개된다.Mark Hachman / IDG |
퀄컴은 2023년 10월 스냅드래곤 X 엘리트 플랫폼을 발표한 이후, 자사 모든 PC 프로세서에 NPU를 탑재하고 있으며 이는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NPU와 AI 기능은 앞으로 구매하는 생산성 중심 노트북 대부분에 기본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오도넬은 “결국 모든 사람이 40 TOPS 이상의 NPU를 갖게 될 것”이라며 “예전엔 GPU도 외장형이었지만, 지금은 통합 GPU가 당연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데스크톱과 게이밍 PC는 이야기가 다를 수 있다. AMD의 라이젠 AI 맥스는 데스크톱과 노트북 모두에 적용되며, 라이젠 8000 시리즈는 기본 NPU를 포함하고 있다. 반면 인텔의 코어 울트라 200S는 저전력 저성능 전략에서 실패했고, 전용 코파일럿+ PC 데스크톱 프로그램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오도넬은 “이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코파일럿+ PC를 단순히 ‘프리미엄 PC’로 포지셔닝하고, AI 특징을 점점 희석시키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지금까지의 흐름은 단순하다. 사용자에게 코파일럿+ PC를 선택할 기회가 있기는 했지만, 대다수가 외면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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