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4연속 동결…다음달 동결 가능성도 90% 상회
꿈쩍 않는 미국 금리에 한국 통화당국도 속도조절 전망
꿈쩍 않는 미국 금리에 한국 통화당국도 속도조절 전망
![]() |
미국 기준금리가 또 동결되면서 한국 금리 인하 속도도 느려질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은 지난 18일 2025 상반기 물가 설명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미국 기준금리가 4연속 동결되면서 우리나라 금리 인하 속도도 다소 느려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미국과의 금리 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진 상황에서 홀로 통화정책을 완화하게 되면 고환율 우려가 점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치솟고 있는 서울 집값 문제도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고 있다.
19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17∼18일(현지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연 4.25∼4.50%로 동결했다. 미국 금리는 지난 1월부터 동결되기 시작돼 이번 달까지 벌써 네 차례 연속 묶였다.
트럼프 관세 불확실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나타난 결과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관세 효과의 규모나 지속 기간, 소요 기간 모두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올해 관세 인상은 가격을 상승시키고 경제활동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다”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동결은 다음 달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오전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다음 달 금리 동결 확률을 90.7%로 반영했다. 1개월 전 66.9%에서 23.8%포인트나 올랐다.
주요 금융기관들도 연준이 다소 매파적(긴축적)으로 변했다고 보고 있다. 한은 현지정보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파월 의장이 노동시장의 약세에 대해 크게 언급하지 않은 점, 인플레이션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인 점 등을 감안할 때 다소 매파적(hawkish)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도이치뱅크(DB)도 “관세의 인플레이션 효과에 대해서 견해를 다소 조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 없다고 언급한 점 등을 통해 볼 때 다소 매파적이라고 평가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금리를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다음 달 한국 통화당국도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역대 최대로 벌어진 한·미 기준금리 격차(2.0%포인트)를 더 늘리는 부담까지 감수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 최근 1300원대까지 떨어져 비교적 안정된 고환율 문제가 다시 점화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은 19일 중동 긴장 고조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회의 결과를 소화하며 1370원대에서 상승 출발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9시 10분 현재 전날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5.8원 오른 1375.2원을 나타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창립 75주년 기념사에서 “미국의 금리인하 속도 조절에 따라 내외 금리차가 더 커질 수 있고 무역 협상 결과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커서 외환시장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도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파월 의장이 미 관세정책 영향 등을 고려해 정책을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는 태도를 견지한 데다 연준 위원들의 전망(SEP)도 크게 엇갈리고 있어 향후 통화정책 경로와 관련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이란·이스라엘 군사적 충돌과 확전 우려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게 높아진 만큼 금융·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하여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시장 상황을 보다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무섭게 치솟고 있는 서울 집값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미국의 동결에도 우리나라가 금리를 인하한다면 시장은 이를 매우 강도 높은 통화정책 완화 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집값 상승세에 통화당국이 불을 붙이는 모양새가 되는 것이다.
이 총재는 “지난 3월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연율 기준으로 약 7% 상승했다”며 “금리를 과도하게 낮추면 실물경기 회복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올해 기준금리 인하 기조 자체가 돌아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0%대로 떨어진 성장률을 살리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통화정책이 경기를 외면하기는 어렵다. 재정과 통화정책이 발을 맞춰 당면한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은에서도 금리 인하 기조 자체를 의심하지는 말아 달라는 메시지를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하반기 1~2차례의 추가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는 셈이다.
통화당국은 지난달 29일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가운데 4명이 3개월 내 2.50%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에도 이 총재는 “경기부양 정책이 시급해졌다”라며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긴밀한 공조도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