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머니투데이 언론사 이미지

[기자수첩]재판소원과 희망고문

머니투데이 한정수기자
원문보기

[기자수첩]재판소원과 희망고문

서울맑음 / -3.9 °
"소송 당사자들이 진짜 원하는 일인지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얼마 전 만난 한 법조계 관계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재판소원법'에 대해 "국민들의 불편이 오히려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소원은 법원 판결에 헌법소원 청구를 허용하는 제도를 뜻한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은 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조만간 해당 조항을 고치겠다는 입장이다. 헌법재판소는 이 같은 헌재법 개정에 찬성한다는 의견서를 국회에 두 차례 제출했다고 한다.

민주당 의지대로 헌재법이 개정되면 대법원에서 받은 최종 판결에 불만을 품은 당사자가 헌재에 해당 판결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요청을 할 수 있게 된다. 만약 헌재가 위헌이라고 결정하면 그 판결이 취소되고 법원이 다시 재판을 해야 한다.

재판소원 도입이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확대하는 길이라며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반대 의견이 적지 않다. 법적 다툼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늘어날 것이 뻔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리다. 조직 규모가 비교적 작은 헌재가 밀려드는 재판소원에 적절히 대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관측, 재판소원 대부분이 각하·기각될 수밖에 없어 비효율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사실 재판소원 도입을 두고 대법원과 헌재가 몇 차례 부딪혔던 역사가 있다. 헌재는 1997년 한 차례, 2022년 두 차례 법률 해석이 잘못됐다는 한정위헌 결정을 통해 법원 판결을 취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헌재 결정에 따른 재심 청구 등을 단 한 차례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 같은 자존심 싸움은 대법원과 헌재가 최고 사법기관 자리를 두고 벌여온 해묵은 신경전의 일부다. 현재 헌법재판관 7명 모두 법관 출신에 심지어 법원행정처, 법원장 경험자도 있는데 두 기관 사이 묘한 라이벌 의식이 존재한다는 것이 의아할 따름이다.


'우리가 더 우위에 있다'는 생각은 제쳐두고 국민들이 진짜 원하는 방향을 고민해봐야 한다. 발생 가능한 부작용들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저렴하고 빠르게 최종 판단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 아닐까. 소송 당사자들이 시간과 돈만 쓰며 '희망고문'을 당하게 되는 것 아닐지 걱정이다.

한정수 기자

한정수 기자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