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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집값 들썩여도 지방 잠잠한 이유…"집 살 청년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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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집값 들썩여도 지방 잠잠한 이유…"집 살 청년도 없고"

속보
한-라오스,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
한은, 주택시장 양극화 분석 결과
서울-전국, 12년간 집값 상승폭 격차 69.4%p
수도권에 청년 인구 집중...지방은 인구 감소
"가계부채·부동산금융 부실 위험 상승 야기"

편집자주

지난 20여 년간 '균형발전'을 외치지 않은 정부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더 벌어졌고, 지방소멸 위기는 이제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저출생, 가계부채 상승으로 이어지는 지방소멸은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0%대로 끌어내릴 수 있는 최대 리스크입니다. 이런 기로에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시작으로 균형발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한국일보는 지방을 떠난 청년들의 시선으로 위기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전문가들과 해법을 모색해봤습니다.


16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의 모습. 뉴시스

16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의 모습. 뉴시스


최근 서울 아파트 값 상승세로 부동산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가 커졌지만, 비수도권은 여전히 미분양이 걱정거리다. 극명하게 엇갈린 상황에 대해 한국은행은 청년 인구가 수도권으로 쏠린 구조적 문제가 크다는 진단을 내놨다. 제한된 면적(수도권)에 수요가 집중되면서 지난 10여 년간 집값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설명이다.

18일 한은이 발표한 '상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에서 한 주택시장 분석에 따르면, 2013년 말 이후 최근까지 서울과 전국 주택가격의 상승폭 격차는 69.4%포인트에 달했다. 같은 기간 중국(49.8%포인트), 일본(28.1%포인트), 캐나다(24.5%포인트) 등 주요국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팬데믹 기간 주택가격 상승세를 보면 차이가 두드러졌다. 미국과 호주, 캐나다 등 주요국의 전국 주택가격이 2019년 말 대비 현재까지 30~40% 뛴 반면, 한국은 19.1% 상승에 그쳤다. 하지만 각국 주요 도시만 따로 보면 서울(32.5%)은 미국 뉴욕(약 60%) 다음으로 높았으며, 호주 시드니·캐나다 토론토와 비슷한 상승률을 보였다. 다른 나라에 비해 전국 상승폭은 낮지만 서울만큼은 집값이 앙등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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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격차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①수도권은 주택 시장의 주요 수요층인 청년층 인구가 몰리면서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청년이 빠져나간 ②비수도권은 집을 살 사람이 줄어든 데다, 전국적인 공급확대 시기에 주택 공급 과잉까지 겹치며 양극화가 심화했다. 여기에 ③지난 10년 새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경제력 격차가 벌어진 영향도 더해졌다. 지역내총생산(GRDP) 중 수도권 비중은 2015년을 기점으로 비수도권을 넘어섰고, 최근 53%까지 커졌다.

주택가격 양극화는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쳤다. 우선 수도권에서는 치솟는 주거비 부담 탓에 소비 여력이 줄고 가계부채 위험도 누증돼, 결국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최근 체감 자가주거비 수준을 보면, 서울은 229만 원으로 전국 평균(113만 원)의 두 배에 달한다. 최저 수준인 경북(51만 원)과 전남(49만 원)의 약 4배다. 비수도권은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했다. 미분양 물량 누적 등으로 건설경기가 구조적인 부진을 겪고 있고, 주택가격 하락의 장기화로 부동산 금융의 부실위험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설명회에서 "현재 수도권 집값 상승세에 많이 반영된 기대심리를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새 정부의) 구체적인 수도권 주택 공급안이 나와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과도하게 기준금리를 내려 기대심리를 증폭시키는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는 입장도 더했다. 근본적으로는 "수도권으로 젊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문제를, 교육 개선과 거점도시 육성 등 구조개혁을 통해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은 보고서에는 지역별 차별화된 대출규제, 지역 부실사업자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등이 단기대책으로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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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