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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값 2000원 진짜?" 가공식품 73%, 올들어 가격 올렸다

아시아경제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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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값 2000원 진짜?" 가공식품 73%, 올들어 가격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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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생활물가, 高인플레 시작된 2021년 이후 19.1%↑
올 상반기엔 가공식품 인상 영향 커…73품목 중 53품목(73%) 올라
누적된 수입 원자재가격, 환율 상승 시차 두고 반영된 결과

韓 의식주 물가, OECD 평균 대비 1.2~1.6배 높아
필수재 중심 물가 상승, 취약계층 생활비 부담 가중
"원재료 수입선 다변화, 진입장벽 완화해야"
올해 생활필수품 등을 대상으로 한 생활물가가 재상승한 주요 원인으로 라면 등 가공식품이 지목됐다. 지난해부터 누적된 수입 원자재 가격과 환율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반영된 결과지만,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컸던 올 상반기 줄인상 되며 가계의 소비심리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고인플레이션 기를 거치며 가뜩이나 가계의 체감물가가 높은 수준을 보이는 상황에서 규제 완화와 원재료 수입선 다변화 등 구조적인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라면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라면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생활물가, 2021년 이후 19.1%↑…가공식품, 올 상반기 줄인상
한국은행은 18일 '최근 가공식품 등 생활물가 흐름과 수준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이승호·장태윤·김상효·위승현)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가공식품 73개 품목 중 73%에 해당하는 53개 품목의 가격이 올랐다"며 "가공식품가격 인상은 지난해 하반기 농산물가격·국제유가 안정으로 큰 폭 축소했던 생활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률 간 격차가 올해 들어 다시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최근 물가상승률은 한국은행의 목표 수준인 2.0% 근방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고인플레이션 상황이 이어진 결과 물가 수준은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특히 저소득층 지출 비중이 큰 필수재 중심의 생활물가는 더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취약계층의 경제적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기간에 공급망 차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상 여건 악화 등 대내외 공급충격이 중첩되면서 생활물가 내 비중이 32.4%에 달하는 식료품·에너지 물가가 크게 오른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올해 가공식품 줄인상이 가세하면서 고인플레이션이 시작된 2021년 이후 지난달까지 생활물가의 누적 상승률은 19.1%에 달했다. 소비자물가(15.9%)보다 3.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생활물가 상승률에 대한 가공식품 기여도는 지난해 하반기 0.15%포인트에서 올해 1~5월 중 0.34%포인트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다만 최근 가공식품 등 필수 소비재 가격 인상은 지난해 이후 누적된 수입 원자재가격, 환율 상승이 시차를 두고 반영된 영향이 상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 조사국 물가연구팀(이수민·문태동)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수입 원재료 및 중간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 상승, 그 파급효과로 인한 국내 중간재 가격상승 등으로 기업의 투입비용이 크게 높아졌다. 가공식품과 개인서비스 품목의 경우 생산 과정에서 이용되는 국산 중간투입재 가격이 계속 오르고, 최근 들어 농림수산품·음식료품 등 주요 수입 중간투입재 가격도 높아지면서 투입 물가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분 중 투입 물가가 기여한 부분은 가공식품(13.4%포인트), 외식(13.0%포인트), 외식 외 개인 서비스(5.0%포인트)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가공식품·개인 서비스 품목은 가격 전가의 크기가 시간이 지나면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가격 상승세의 상당 부분은 높아진 투입비용이 시차를 두고 지속해서 반영된 결과라는 얘기다. 다만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크게 높았던 올 상반기에 가공식품 가격이 다수 인상되면서 가계의 소비심리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의식주 등 필수재 물가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2~1.6배에 달한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의류(161), 식료품(156), 주거비(123) 물가 수준은 OECD 평균(100)을 크게 웃돌고 있다. 특히 식료품 가격은 농축수산물뿐만 아니라 가공식품의 가격도 주요국 대비 높다. 영국 경제 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과 OECD 데이터를 종합하면, 우리나라의 과일·채소·육류가격 수준은 OECD 평균의 1.5배 이상이다. 빵이나 유지류 같은 가공식품의 가격도 상대적으로 높다. 보고서는 "생산성과 개방도가 낮은 데다, 유통비용이 높은 점도 일부 작용한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필수재의 높은 가격 수준은 물가상승률 둔화에도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체감물가를 높이는 주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필수재 물가↑…가계 소비심리 위축·소비지출 부정적 영향
코로나19 이후 장기간 이어진 고인플레이션으로 실질 구매력이 감소하면서 가계 부담은 커졌다. 보고서는 "2021년 이후 가계의 명목 구매력(근로소득)이 높은 물가상승률을 상쇄할 정도로 충분히 증가하지 못하면서 2021년부터 올해 1분기 중 평균 실질 구매력 증가율(2.2%)은 코로나19 이전인 2012~2019년(3.4%)과 비교할 때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짚었다.

생활물가 등 필수재 중심으로 물가가 뛰면서 가계의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소비지출에도 부정적 영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한은 조사국에서 실시한 설문 결과 올해 1~4월 중 소비지출을 늘리지 않은 응답자 중 62%는 물가상승에 따른 구매 여력 축소를 주원인으로 꼽았다.



생활물가 상승이 누적되면 소득계층 간 인플레이션 불평등이 커져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생활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저소득층은 소비 가운데 의식주 등 필수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같은 품목 내에서도 저가상품 가격이 더 크게 뛰는 '칩플레이션' 현상은 체감되는 인플레이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저가 상품의 가격상승률이 고가 상품보다 더욱 높게 나타나는 칩플레이션이 발생했다"며 "저소득층은 저가 상품에 대한 지출 비중이 이미 높기 때문에 저가 상품 가격 상승 시 소비 대체가 어려워 특히 더욱 큰 영향을 받게 된다"고 짚었다. 칩플레이션을 고려할 경우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실효 물가상승률 격차는 더 커진다.

보고서는 규제와 진입장벽 완화를 통해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하는 한편, 원재료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특정 품목의 충격이 여타 품목으로 확산하는 정도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공식품 등 생활물가 수준 상승으로 취약 가계의 부담이 크게 높아져 있는 현실을 고려해 단기적으로는 할당관세 등을 통해 농산물 등 수입원재료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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