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력 열세 상황서 검경에 '이첩 요청' 발동
'관련 수사'로 윤석열 구속했지만 석방 빌미
절차 적법성 논란 이어져 "법원 판단에 달려"
12·3 불법계엄 사건 수사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존재는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봐주기 수사 우려가 있던 현직 대통령 수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옹호론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마추어가 수사를 주도하며 결국 구속취소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구멍이 많은 공수처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피고인'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첩요청권이나 내란죄 수사 개시, 경찰 신청 영장의 심사·청구권 등 내란 사건 수사 과정에서 공수처가 행사한 권한들이 현행법상 적법한 것인지는 향후 법원 판결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공수처는 '이첩요청권'을 발동하면서 계엄 사건 수사의 전면에 등장했다. 검찰(특별수사본부)과 경찰(특별수사단)이 대규모 수사본부를 각각 구성해 수사를 본격화한 상황이었다.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긴급체포해 수사를 이어갔고, 경찰은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휴대폰을 압수수색했다. 당시까지 별다른 수사활동을 보이지 않았던 공수처는 계엄 닷새 만인 지난해 12월 8일 '이첩요청권'을 발동, 검경에 윤 전 대통령 사건 이첩을 요구했다.
'관련 수사'로 윤석열 구속했지만 석방 빌미
절차 적법성 논란 이어져 "법원 판단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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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월 22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과천=이한호 기자 |
12·3 불법계엄 사건 수사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존재는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봐주기 수사 우려가 있던 현직 대통령 수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옹호론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마추어가 수사를 주도하며 결국 구속취소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구멍이 많은 공수처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피고인'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첩요청권이나 내란죄 수사 개시, 경찰 신청 영장의 심사·청구권 등 내란 사건 수사 과정에서 공수처가 행사한 권한들이 현행법상 적법한 것인지는 향후 법원 판결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심의위 회부 없이 처장 결단으로 이첩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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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원 기자 |
공수처는 '이첩요청권'을 발동하면서 계엄 사건 수사의 전면에 등장했다. 검찰(특별수사본부)과 경찰(특별수사단)이 대규모 수사본부를 각각 구성해 수사를 본격화한 상황이었다.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긴급체포해 수사를 이어갔고, 경찰은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휴대폰을 압수수색했다. 당시까지 별다른 수사활동을 보이지 않았던 공수처는 계엄 닷새 만인 지난해 12월 8일 '이첩요청권'을 발동, 검경에 윤 전 대통령 사건 이첩을 요구했다.
공수처의 이첩요청권(공수처법 24조 1항)은 이첩 요구를 받은 수사기관이 '응해야 하는' 강행 규정으로 여러 기관에서 수사가 중복될 경우 공수처에 우선권을 부여한다. 이첩요청 기준을 '수사의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을 고려한 공수처장의 판단'으로 정했을 뿐 불복 절차도 마련되지 않아, 공수처 설립 당시부터 "과도한 권한"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도 소수의견을 통해 "공수처장에게 일방적 이첩요청 권한을 부여하고, 상대 기관은 예외 없이 따르도록 해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보다 일방적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며 위헌성을 지적했을 정도다.
하지만 오동운 공수처장은 이첩요청권 행사 여부 등을 심의하는 수사심의위원회도 소집하지 않았다. 당시 요청권 행사 결정은 오 처장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에 출석해 "상황이 되면 윤석열 대통령 긴급체포 또는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를 시도하도록 하겠다"며 강력한 수사의지를 피력한 오 처장은 경찰과 검찰로부터 윤 전 대통령 사건을 이첩받아 대통령 수사를 주도하게 됐다.
관련 범죄 조항으로 대통령 내란죄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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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2차 집행이 진행된 1월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경찰 관계자들이 진입하고 있다. 코리아타임스 심현철 기자 |
공수처 수사는 법조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논란이 됐다.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있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다. 공수처법상 공수처는 직권남용죄는 수사할 수 있다. 공수처법 2조 4호 라목을 보면, 수사과정에서 인지한 고위공직자범죄와 '직접 관련이 있는 죄'(관련 범죄)에 대해서도 수사할 수 있다. 공수처는 해당 규정에 따라 '직권남용 혐의 수사과정에서 인지한 관련 범죄로써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다'는 논리로 윤 전 대통령을 내란 혐의로 체포해 구속했다.
하지만 공수처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해선 논란이 일었다. 현직 대통령은 헌법상 불소추특권에 따라 내란·외환죄 외에는 수사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공수처의 논리는 ①현직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했다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②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 수사 과정에서 내란 혐의 단서를 발견했다는 증거도 부족했다.
계엄 사건의 핵심 범죄는 내란이고, 직권남용은 내란 실행 과정에서 발생한 부차적 범죄라는 점도 문제가 됐다. 부차적 범죄를 이유로 수사를 개시해 수사권이 없는 핵심 범죄까지 수사를 확대하는 것은 수사 대상 범죄를 제한한 공수처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얘기가 나왔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이 기소한 사건에 대해 적법한 수사 개시 범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진 경우가 있다"며 "엄격하게 준수돼야 할 수사 절차를 너무 쉽게 확대해석했다"고 평가했다.
윤 전 대통령 측도 이 지점을 끈질기게 파고들었고, 결국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이어졌다. 재판을 맡은 지귀연 부장판사는 검찰의 구속기간 계산 잘못을 이유로 석방을 결정하면서 "설령 구속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소가 제기된 것이라 하더라도, 구속 취소 사유가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과 관련해 "공수처법 등 관련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나 이에 관한 대법원 판단이 없다"며 "구속을 취소해 수사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을 해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 것이다.
공수처의 절차 위반 논란, 내란 재판에서도 복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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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3월 8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공수처의 수사 절차를 둘러싼 적법 논란은 내란 사건 재판에서도 쟁점이 될 수 있다. 그동안 법원은 수사기관이 형사소송법 등 적법한 수사 절차를 거쳤는지에 관해 매우 엄격한 잣대로 판단해왔다. 절차를 어긴 채 확보한 증거는 피고인의 유죄를 암시하는 주요 자료라고 해도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고, 해당 증거에 터 잡아 수집된 다른 진술과 증거들도 모두 부인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윤 전 대통령 등을 내란 혐의로 기소하면서 공수처의 진술 조서나 증거물 역시 재판부에 제출한 상황이다.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고 공수처가 청구해 수집된 증거 역시 적법성 여부에 대한 재판부 판단을 받아야 한다. 경찰은 계엄 전후 윤 전 대통령 등 사건관계자의 통화내역 등을 확보하면서 검찰이 아닌 공수처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수처의 경찰 영장 청구는 공수처 검사도 형사소송법상 검사에 해당한다는 자체 해석과, 스스로 만든 행정규칙에 근거한 것"이라며 "향후 재판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공수처법이 엉성한 형태로 만들어졌고, 공수처는 엉성한 법을 근거로 윤 전 대통령 사건을 권한 행사의 첫 사례로 삼았다고 지적한다. 특수통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통상 검찰은 권력자를 상대할 땐 형사절차에 더욱 신경을 쓴다. 당사자가 꼬투리를 잡아 재판에서 다툴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건에서 공수처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의 유무죄보다 체포·구속에 더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수처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공수처는 이번 수사에서 해석상 가능한 모든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 첫 대상이 '윤석열 내란'이라는 중대 사건이었던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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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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