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엑스포츠뉴스 서울월드컵경기장, 김환 기자) 프로 무대에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선수라고는 믿기 힘든 자신감이었다.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K리그1 강원FC에 입단해 이번 시즌부터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지호가 모든 젊은 선수들이 목표로 하는 영플레이어상을 입에 올렸다.
그는 스스로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빛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며 자신이 다른 선수들과 영플레이어상 수상을 두고 경쟁할 만한 선수라고 말했다.
이지호의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다.
이지호는 이번 시즌 17경기에 출전해 3골 3도움을 올렸다. 브라질 출신 외인 가브리엘과 함께 강원 선수들 중 가장 득점이 많은 선수이며, 도움도 팀 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금까지 라운드 베스트 일레븐에 두 번 선정됐고, 제주SK를 상대로 1골 1도움을 기록한 지난 12라운드에서는 해당 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준수한 신체조건과 스피드를 앞세운 과감한 돌파로 상대 수비를 흔드는 게 이지호의 장기다.
![]() |
이지호의 영향력은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1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선발 출전한 이지호는 전반 25분경 감각적인 플레이로 서울의 오른쪽 측면을 허문 뒤 문전으로 침투하는 이상헌을 향해 절묘한 패스를 찔렀다.
이상헌이 이를 마무리하며 지난달 제주전 이후 약 6주 만에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강원이 후반전 들어 동점골을 허용해 무승부에 그친 게 아쉬웠지만, 이지호의 활약은 빛났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이지호는 "원정 경기임에도 강원 팬분들이 많이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최근 승리가 없어서 모두가 마음 고생을 했다. 오늘 경기에서 마지막에 실점을 내줘 너무 아쉽지만, 이것이 우리 팀에 큰 힘이 되고, 나중에는 좋은 양분이 될 것 같아서 좋은 뜻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는 소감을 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이 경기(서울전)를 앞두고 진행된 미팅에서 세 단어를 말씀하셨다. '절실함, 절박함, 간절함'이었다. 오늘 경기가 끝난 뒤 '그 세 단어가 오늘 경기에서 잘 보였다'고, '선수들이 너무 고생했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덧붙였다.
![]() |
이날 이지호는 6경기 만에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그는 "내가 측면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더 잘할지 고민도 했고, 고민에서 끝난 게 아니라 노력도 많이 했다"며 "코칭 스태프와 감독님께서 나를 많이 믿어주셔서 그 믿음에 보답하려고 관리도 하고 노력도 했던 게 오늘 나온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이지호는 그러면서도 "그렇지만 내가 도달해야 할 목적지까지는 아직 한참 미치지 못한 것 같다. 계속해서 만족하지 않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해 더 많은 공격포인트를 올리고, 강원 팬분들께 승리를 안겨줄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지호의 데뷔 시즌도 벌써 반환점을 돌았다. 절반을 보낸 자신의 프로 첫 시즌을 돌아봐달라는 요구에 이지호는 "내가 아직 100경기를 뛴 것도 아니고, 경험도 적지만 지금까지 뛰어 보면서 느낀 것은 '준비돼서 온 사람들은 증명할 수 있다'인 것 같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그만큼 준비된 사람에게는 이 벽이 높지 않지만, 스스로가 준비되지 않고 안일한 태도를 유지한다면 이 벽은 누구보다도 높게 느껴질 것"이라며 "그래서 나 또한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준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호는 "나는 항상 대학교 때부테 나에게 무대만 주어진다면 빛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런 말을 조금이나마 지키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하다. 나에 대한 평가는 시즌 끝나고 받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 |
이지호는 앞으로 더욱 치열한 경쟁 상황에 놓이게 된다. 강원이 경남FC에서 모재현을 영입했고, 김천 상무에 입대했던 강원의 전직 에이스 김대원이 전역해 돌아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지호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이지호는 자신의 주전 자리보다 새로 합류하는 선수들과 힘을 합쳐 강원을 더 높은 위치로 끌어올릴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는 "일단 그분들이 오신다고 했을 때 내 자리가 위협받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며 "오히려 '이 선수들과 우리 팀을 더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겠다', '내가 배울 점이 많겠다'고 생각했다. 이 자리에서 경쟁은 당연한 거기 때문에 내가 경기에 뛰려면 그 선수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많이 배울 거고, 같이 뛰면 느끼는 부분들이 많을 것 같다. 그 경쟁이 나를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지호가 지금의 활약을 이어간다면 영플레이어상 후보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이지호는 수상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보다 성장에 집중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이 영플레이어상 후보에 오를 만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신했다.
![]() |
이지호는 "(신)민하도 우리 팀이고, (한)현서는 나랑 고등학교 때 같이 뛰던 선수다. 둘 다 정말 뛰어난 선수이고, 좋은 활약을 했기 때문에 그 상을 탈 수 있는 것"이라며 "한 명이 독주하는 것보다 이렇게 경쟁을 해야 더 성장하는 발판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어린 선수들에게 중요한 것은 결국 상보다는 성장이다. 그래서 그 성장을 같이 도모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게 맞는 것 같다. 나는 그 상을 바라보고 가는 게 아니라,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면 상이 따라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단 팀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내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상을 받을 확률을 더 높이지 않을까 싶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이지호는 본인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미소를 지으며 "사실 거론이 된다는 건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이제 시즌이 절반 돌았기 때문에 뭔가를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사진=서울월드컵경기장, 김환 기자 / 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